일본 애니매이션을 보고 실망하기란 쉽지 않지만 이 작품은 특별히 더 좋다. 스토리, 영상, 재마까지 뭐하나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줄거리를 얘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냥 보라고 밖에는.

맨 마지막 치아키의 미래에서 기다리겠다는 대사가 참 묘하게 마음을 울린다. 문득 내 곁을 떠나간 사람들도 생각해 보면 미래 어디쯤에서 나를 기다리지 않을까. 하다못해 다롱이도. 녀석이 말을 못해 그렇지 세상 떠나면서 그랬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영계는 물질계와는 달라 언어가 아닌 뭔가의 특별한 교감 능력으로 소통하지 않을까.


내용이 감동스러워서 혹시 원작이 있나 했더니 있긴 있었다. 하지만 절판이고 원작이 출판되고 굉장한 사건이 있었던 모양이다. 원작자가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정액을 묻혀야 한다는 둥 하며 일본의 극우 쓰레기를 자처했던 것. 그러고 보니 그런 사건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름 일본 SF계 유명 작가라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꽤 컸던 모양인가 보다. 그러다 그런 사건이 터지고 말았으니 피해를 본 건 그 출판사일 것이다. 


남의 나라 작가나 내 나라 작가가 정치적으로 중립을지키고 도덕적으로 건전하면 안 되는 건가 싶다. 작품은 작품이고 사람은 미워하되 작품은 미워하지 말자. 뭐 좀 그러고 싶은데도 막상 그러기는 쉽지 않다. 작품도 싫고 사람은 더더욱 싫고가 되어버린다.한창 우리나라 문화계에서 성폭력과 표절 사건이 붉어져 나왔을 때 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작품이 그 사람인 것이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원칙적으로 성립하기는 하려운 것 같다.


어쨌든 출판계가 스스로 원작 소설의 출판을 고사했다면 영화(애니 포함)도 상영이나 수입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는 버젓이 볼 수 있으면 얼마든지 본다. 그런 걸 보면 출판계에만 족쇄를 채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따지고 보면 출판사가 무슨 죄란 말인가. 그런 난리가 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쯤되면 작품과 작가를 별개의 것으로 봐야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욕을 해도 독자의 몫이고, 칭찬을 해도 독자의 몫.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봐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래 지금도 쓰쓰이 야스타카는 사죄할 마음이 전혀 없나?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21-09-21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작자 때문에 호평 받은 애니메이션까지 외면 받고 말았죠. 그런데 저는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결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그 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작가를 두둔하면서 그 사람의 신작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SNS을 통해서 언급하는 행위를 삼가야 해요. 논란 있는 작가의 팬들에게는 가혹하지만, 작가에 대한 팬심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

stella.K 2021-09-21 18:08   좋아요 1 | URL
글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또 막상 닥치면 그렇지 안 더라고.
예전에 <은교>땜에 박범신이 좋아서 다른 작품도 읽어야지
했는데 두어 권 읽고 안 읽게 되더라고.
하지만 정말 독자의 읽을 권리까지 박탈해도 되는 건가 싶어.

새파랑 2021-09-21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문제는 참 어려운거 같아요 🙄
작품과 개인은 별개인거 같으면서도 동일하게 봐야 할거 같기도 하고...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지만 이것도 모든것에 적용하기는 힘들고...

근데 이 에니는 정말 좋게 봤어요😆

stella.K 2021-09-21 19:47   좋아요 2 | URL
친일 작가들은 아직도 편하게 생각할 수 없잖아요.
그나마 100년쯤 지나니까 작품은 작품. 작가는 작가하는 거죠.
그런 것처럼 다른 문제로 연루된 작가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한 나라의 문학으로 봤을 땐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 오니.

희선 2021-09-22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재미있게 봤는데, 소설은 안 봤던 것 같네요 언젠가 볼까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몇해 전에 그런 말을 하다니... 그 기사 우연히 봤어요 그건 개인 문제보다 더 큰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그 작가 책을 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말을 하다니... 작가 나이 몰랐는데 꽤 많네요


희선

stella.K 2021-09-22 21:12   좋아요 1 | URL
헉, 나이가 많습니까? 전 젊은 사람일 줄 알았는데...
원작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암튼 그 원작 가지고 지금까지 다양한 변주를
했다는군요. 더 풍성하게. 여러 장르에서. 그러니 더 솔깃할 수 밖에.
근데 그것이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출판사 어디엔가 잠들어 있다니
많이 아쉽더군요. 중고샵만 돌아도 미친 척하고 사 볼 것 같기도 한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