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었던 사나이 - A man who was super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정윤철
주연 : 황정민, 전지현(2008)

지금도 슈퍼맨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있을까? 더 나아가,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린 아이들 조차 슈퍼맨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은 부모가 자꾸 똑똑해 지라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세상은 맨정신으로 살기엔 섬뜩한 곳이 되어버렸다.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영화속 주인공이나 소위 말하는 정신이상자 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출근길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 주기 위해. 그리고 자신 역시 출근을 하기 위해 한 차안에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하고,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잃고 자신만이 살아 남았다.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죽다 살아난 그는 그때부터 자신은 슈퍼맨(황정민 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하얀 옷을 입은 악당이 자신의 머리에 나쁜 물질을 심어 기운을 못 쓰게 만들었다고 한다. 왜 하필 하고 많은 인물 중에 슈퍼맨에 꽂힌 것일까? 생각만 그럴뿐만 아니라 그의 행동 또한 슈퍼맨답다. 정말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나타나 사람을 도와준다.    
한편, 일에 아니 삶에 찌들은 방송프로덕션 PD 송수정(전지현 분)은, 처음엔 이 미친 사람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차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떤 땐 이 슈퍼맨과 친구였다가 또 어떤 땐 관찰자가 되어 이 사람의 정체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슈퍼맨이 이처럼 강한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할 그 순간에 가족을 구해주지 못했다는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가족이 죽어갈 때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던 사고현장의 군중들, 즉 다시 말하면 불특정다수에 대한 억압된 분노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송수정을 통해 슈퍼맨에 대한 독특한 삶을 지켜보는 재미도 선사하지만, 보다보면 자신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영화에 나오는 군중 또는 그 영화를 보는 관객까지 조소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딱 두 번 군중이 모이는데, 그중 한 번은 미치기 전의 슈퍼맨의 차가 사고가 났을 때와 후반부에서 슈퍼맨을 좋아하는 꼬마가 사는 집이 불어났을 때다.
나는 그 군중들을 보면서 '제노비스 효과'를 보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사고가 난 것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지만, 내가 그 사고 난 현장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사람일 거라고 보지 않는 것. 그리고 그런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언제나 소방관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선 소방관이 길이 막혀 사고 현장에 얼른 도착하지 못할 때에는 슈퍼맨이다. 말하자면 맨정신으론 일반인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치지 않은 사람이 비정상이고, 오히려 미친 사람이 정상이 되어버리는 상황. 이것이 오늘날의 사회인 것이다.  자신만을 지키려고 하는 바로 이기적인 사회를 풍자한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으론 이 사람이 미친 것은 당신들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것도 같다.  

자신만을 지키려다 전복한 사회. 이것이 오늘 날의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 상태로만은 아니다. 자기만을 위하면 위할수록 인생에 있어서 더 큰 후회를 남기는 것이 또한 인간인 것이다.    

사실 영화는 그다지 세련되지는 않다. 황정민이 입고 나온 나염남방 만큼이나 조금은 촌스럽고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하지만 동시에 도덕적 바르다. 이것은 감독의 영화 <말아톤>에도 들어난다. 하지만 영화는 어딘가 따뜻함이 베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봐 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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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0-1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못보고 지나친 것 같은데, 부지런하신 스텔라님. 한국영화는 지나고나면 뭔가 궁금하지만, 그냥 궁금한 채로 시간이 흐르면 그런 영화가 있었나 보다,, 이런가 봐요. 하하. 제노비스효과도 배워가고, 전지현은 예쁘고. 저는 황정민이 김아중이랑 나온 <그저 바라보다가> 좋아해요! 그런 우체부 아저씨면 제가 스타가 아니라도 사랑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기에 저는 좀 영악한 여자가 됐는지도 모르지만..

stella.K 2011-10-18 20:06   좋아요 0 | URL
아, 그 드라마 말씀 하시는 거죠? 그거 안 봤는데...ㅜ
영화 잘 안 봐요.
리뷰도 안 쓸까 하다가 썼네요.
전 오늘 <도가니> 보고 왔어요. 흐흐

 
[우리 기억속의 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 기억 속의 색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
미셸 파스투로 지음, 최정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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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가지고 이런 에세이를 쓰다니. 이색적이기도 하고, 좀 놀랍기도 하다.  그것도 저자의 직업이 색과 관련된 직업 이를테면, 화가나 디자이너도 아니다.  특이하게도 역사학자다.
색 가지고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을까 싶었는데, 모르긴 해도 저자는 박식하기도 하지만 말이 많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저기 '색'이란 스펙트럼을 들이대고 잠시도 가만히 쉬질않는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신화, 그중에서도 문장(紋章)학을 공부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어떻게 들으면 색과 문장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기도 한데, 문장의 화려한 색을 보면 그것이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긴 하다.  

읽다 보니, 어린 시절 내 동생이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를 갓 들어간 동생은, 봄날씨라고 해도 바람은 아직 쌀쌀한 기가 남아 있어 엄마는 셔츠식으로 된 조끼를 입혀 학교에 보냈다. 얼마 전, 가끔 집에 들리는 보따리 장수에게서 산 조낀데, 곤색과 빨간색의 조합이 어린 내가 보아도 제법 괜찮았다. 그런데 동생은 학교 갈 땐 분명 그옷을 입고 갔지만, 돌아 올 땐 벗고 돌아왔다. 엄마로선 의아스럽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했을 텐데, 제깐엔 빨간색은 여자색이라고 해서 창파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녀석이 그럴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안 그랬다간 엄마한테 한 소리 들을 테니 나름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긴 하다. 남자는 뭐 때문에 빨간색을 여자의 색이라고 인지를 하는 것일까? 그건 여자인 내가 생각해도 별로 틀리지 않다. 보통 빨강을 비롯해 분홍이나 주홍색 또는 오렌지색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색이고, 파란색이나 하늘색 또는 회색이나 검정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색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그렇게 인식되어 키워지기 보다, 남자와 여자의 뇌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생래적으로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어 본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다보면 의외로 우리가 색에 대한 편견이나 미신이 얼마나 많은가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빨간색은 여자색일지는 몰라도, 빨간색을 좋아하는 나라는 중국을 비롯한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다들 터부시 하는 색깔이기도 하다. 더구나 악마를 떠올릴 때 검정색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빨간색을 떠올리기도 한다. 또, 빨간색은 속도를 높인다고 해서 자동차 보험 회사에선 할증을 매길 정도였다고 한다. 교통사고를 낼 위험이 많다고 해서. 물론 이건 1970년대 프랑스에 해당되는 말이다(91p).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빨간색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요소도 있으니 나름 그럴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오늘 날, 녹색 계열의 색은 사람의 시각뿐만 아니라 마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각광 받는 색이지만 역사상 이 색도 환영을 받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고하니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색을 보는 눈이 민감해야 할 역대의 화가들이 색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건 확실히 미술사에 있어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미술사를 연구함에 있어 화가의 작품에 대해 할 말은 많아도 색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1970년대까지 그랬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색채가 논의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겠다(172p).  나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책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졌다. 저자는 그 사실을 알고 깜짝놀랐다고 한다. 거의 처녀지나 다름없는 색의 역사에 관한 자신의 연구가 학계에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거란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분야에 과감히 자신을 던졌다는 것이 존경스럽지 않은가? 

색은 오늘 날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스포츠, 패션, 디자인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풀어 색의 중요성을 설명을 해낸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따져서 에세이를 썼다.는 것이 이 책이 갖는 장점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문장은 때로 위트가 있기도 하다. 과연 메디치 상 에세이 부문에서 상을 받을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 에세이라고 만만히 볼 건 아니다. 쉽진 않지만 지적이기도 하고, 에세이의 새로운 분야를 접한 것 같다 독서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런 책 우리나라 작가도 쓸만하지 않을까? 쓴다면 이책의 저자 보다 훨씬 잘 쓸 것도 같다. 색을 지칭하는 어휘면에서 우리나라를 따를 나라가 없을 테니 말이다. 앞서 빨간색도 한 가지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빨갛다. 시뻘겋다. 새빨갛다.  붉다. 불그스름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표현이 많은데, 색을 가지고 에세이를 쓴다면 오죽 잘 쓸까? 웬지 저자 보다 선수를 놓친 것 같아 읽으면서 아쉬움이 생겼다. 한번쯤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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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10-1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네요. 안 그래도 색에 관련된 책이 궁금했는데 스텔라님 리뷰 덕택에 장바구니에 담아둡니다.

stella.K 2011-10-17 11:50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렇다면 저도 기쁘군요.
쉽게는 읽혀지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딱히 어렵게 썼다고도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에세이가 이렇게 묵직할 수도 있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청소년 권장 도서라는데, 청소년이 읽기엔 다소 벅차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아이리시스 2011-10-1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을 책으로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해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청소년 권장도서라서 다시 한 번 가서 상세보기 봐야겠네요.ㅎㅎ

stella.K 2011-10-18 20:34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 정도면 뭐...!^^

감은빛 2011-10-1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주제네요.
색을 역사적 맥락에서 짚어주었단 말씀이죠?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샤넬 넘버 5 - 시대의 아이콘이 된 불멸의 향수
틸라 마쩨오 지음, 손주연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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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나 갖고 싶어하고, 그래서 한병쯤 가지고 있는 향수가 이 샤넬넘버5가 아닐까 한다. 
우리집에도 아주 오랜 옛날 이 향수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해당사항이 없었고, 있다면 우리 엄마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 향수가 어떻게 해서 우리집에 있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옛날의 남편들이 다 그렇듯 아내를 살갑게 챙겨주는 멋이 있어 아버지가 엄마에게 선물했을 리는 만무하고, 어쩌면 친척이나 지인 누군가가 선물을 해서 아버지 손에 들어온 것을 엄마에게 건네준 것 같다. 하지만 돼지 목의 진주라고, 엄마는 누구처럼 향수를 몸에 두를 줄 몰랐다. 엄마는 그저 평범한 여염집 아낙이었을 뿐이다. 그저 부엌 냄새, 밥 냄새가 더 익숙한. 더구나 이 향수의 농축된 냄새는 남자 스킨의 그것과 흡사해서 오히려 밥맛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해서 엄마는 쓰기를 거부했다. 게다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도 향수는 술집 여자나 화류계 여자가 쓰는 것으로 인식이 되어 있어서 더더욱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왜 이 향수가 엄마의 화장대 서랍에 있게 된 걸까?   

엄마가 향수를 쓸 줄 모르니 나 역시도 관심이 없었다. 아니 가지면 안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자그만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이 향수는 마치 양주병을 축소해 놓은 듯했고,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빨리 어른이 돼서 이 향수를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집에선 물 한방울의 가치도 없는 것이긴 하지만 과연 이것의 실제적 가치가 얼마만한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가격은 얼마나 하는지, 외국에선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했다. 그만큼 샤넬넘버 5는 나나 우리 엄마와는 인연이 없는 향수였던 것 만큼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조그만 향수 하나가 갖는 위력은 대단해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사이에도 활발하게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묘한 건, 내가 그것을 알게된 게 70년대 초중반 무렵이었고, 실제로 코코샤넬이 타계한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록 사람은 가고 없어도 오늘 날에도 향수의 살아있는 전설로 남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대단한 향수랴! 물론 오랜 세월 그 명맥과 명성을 유지해 온 향수가 이 향수뿐이겠냐만 이것만큼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향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샤넬은 살아생전 폴 발레리의 말을 인용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향수를 잘못 사용하는 여자는 미래가 없는 여자"(83p)라고.  순간 약간의 뜨끔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차라리 잘됐다 싶기도 하다. 우리 엄마나 나나 샤넬넘버 5를 알았던 때는 굳이 이 말을 듣지 않아도 됐던 때였으니까.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확실히 저 말을 쉬 무시할 수 없는 세대를 살고 있다. 소위 말하는 감성의 세대니까. 

                                                        *   *   *              

내가 향수를 쓰기 시작한 건 최근 3,4년쯤 된다. 고백하지만 나는 참 오래도록 향수를 사용할 줄 몰랐다. 사람 냄새만큼 좋은 냄새가 또 있을까? 또 사람 냄새만큼 역겨운 냄새가 또 있을까? 버스를 타고 또는 길거리를 스치는 사람에게서 나는 향수내는 아무래도 인위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유혹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향수를 멀리했다. 가진 것도, 든 것도 없으면서 사람이나 유혹하는 그런 사람으로 오인 받고 싶지 않아서.
20년 전쯤이었을까? 생일 선물로 향수 선물 세트를 아는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었다. 가지고 있기도 뭐하고, 남 주자니 아깝고 그러다 어느 틈엔가 처박아 놓은 것을 언젠가 꺼내 보았더니 증발되어 얼룩만 남아 있는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밀폐된 용기에 담아 놓아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었나 보다.  
그러다 정말 아주 우연히 향수를 쓰기 시작했다. 샤넬넘버 5는 아니고, 이름 모를 아니 알았는데 향수에 문외한이다 보니 그 이름을 잊어버린, 용기도 냄새도 매혹적인 향수다. 어찌보면 목이 긴 여인을 닮은 것도 같고, 느낌표 !를 거꾸로 이어 만든 듯한 고혹적인 향수다. 내가 이럴 내 돈 주고 샀을리는 없고 분명 선물 받았다.
내가 이걸 바르며 깨달았던 건 꼭 반드시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향수를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건 너무나 은은해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사람이 나에게 굳이 가까이 오지 않으면(정말 굳이 포옹이나 키스를 할만한 거리가 아니면) 맡지 못할 그런 향기다. 그러니까 이건 타인은 둘째치고 먼저는 온전히 내가 즐길 수 있는 향기였다. 그러니까 일차적으론 내 코가 먼저 매료되어야 한다. 이는 내가 먼저 매료되지 않으면 누구도 매료시킬 수 없다는 묘한 확신을 주는 향기였고 그것이 곧 향수라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선 부적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모르게 나 자신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그래서 세기의 여신 마를린 몬로는 샤넬넘버 5외엔 아무것도 입지 않는다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   *   *   

코코샤넬이 당대 유명한 패션디자이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 보다는 향수에 대한 각인이 더 크지않나 싶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것엔 이의가 없지만 왜 이름뒤에 No 5를 사용했을까는 의문이긴 했다. 그것은 그녀의 전기 영화에도 잘 다루어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책을 보고서야 비로소 그 궁금증이 풀렸다. 책에선 그녀가 넘버 5를 붙인 것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한 가지 이유일 수만은 없고,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넘버 5를 붙인 거라고 봐야 옳을 것 같다. 
그것은, 오각형 별과 인간 신체의 비율이 같다던 피타고라스의 황금비율과 같기 때문이기도 하고, 샤넬은 오바진이라고 하는 수도원에 있는 고아원 출신인데, 그녀는 그곳 복도에서 숫자 5의 패턴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가톨릭 분파에서 숫자 5는 사물이 지닌 본질의 순수함과 완벽함을 구현한 숫자이기도 하고,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녀가 숫자 5를 좋아하다 못해 숭배하기까지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하니, 그녀가 넘버 5를 붙이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란 오바진 수도원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에 의해 맡겨진 그곳은 넘버 5가 탄생할만한 모태요 요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바진은 코코 샤넬의 순수함과 미니멀리즘에 대한 강박적인 미학을 형성하는 핵심이었다. 그녀가 디자인한 드레스와 그녀의 삶의 방식을 형성하도록, 그리고 더 이상 심오할 수 없을 정도의 미학을 지닌 위대한 향수 샤넬 No 5를 창조하도록 이끌어 주었다.(24쪽) 

이 건물은 또한 코코 샤넬의 생애, 그리고 샤넬 No 5의 생애 과정을 형성하는 메타포들로 가득 차 있다. 오바진이라는 세상 어디에나 향수와 향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상징들이 있었다.(25쪽)

그러나 샤넬은 자신이 오바진 출신이라는 것을 일생동안 결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왜 그랬는지는 짐작은 간다. 누구도 자신의 불행한 과거와 그것들이 서려있는 곳을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이 그녀의 미학의 고향이라고 하니 그녀가 수도원에 맡겨진 것이 종국엔 아주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또, 이미 영화나 전기를 접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녀는 고아(원) 출신이었던만큼 하층민의 삶을 살기도 했다. 그녀는 쇼걸 출신이었고, 한때는 모자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하지만 늘 상류층의 삶을 갈망했고, 모든 여자의 꿈이 다 그렇듯 그녀 역시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며 사는 것을 꿈꿨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일생을 통해서 허락되지 않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것은 그녀에게 적지않은 열등감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열등감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야망도 큰 법이다. 그래야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것은 몇번인가의 사랑에서 증명해 보고 싶은 것이지만 애석하게도 매번 그녀의 사랑은 그녀를 증명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랑에 실패할 때마다 일에 더욱 매진하는 그녀를 볼 수가 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문득, 타인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을 되내이곤 했다. 어쩌면 인류의 발명품의 거의 대부분은 그 누군가의 불행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코코 샤넬이 역시 사랑에 성공했다면 과연 샤넬넘버 5라는 향수를 만들 수 있었겠으며, 그것이 최고의 향수라고 인정 받을 수 있었겠는가? 말하자면, 샤넬넘버 5 한방울은 그녀의 눈물이며, 그녀의 열망이 농축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볼 때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때로 열등감이 힘이 될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히려 사람의 부러움과 질투를 사게 만들기도 했다.   

                                                         *   *   *  

사실 이책은 코코샤넬의 전기에 관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샤넬넘버 5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그것이 어떻게 대중적 성공을 거두고 향수의 역사가 될 수 있었는가를 추적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이젠 향수 보다 더 잘 알려진 그녀의 생애 때문에 이처럼 그녀의 삶을 되씹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책은 저자의 꼼꼼하고도 입체적인 저술 때문에 일종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그런 저자의 강한 의지 때문일까? 약간 산만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체로 잘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부러움은 있다. 앞에서도 썼지만, 샤넬이 향수를 바라보는 안목과 그것에 대한 열망(과 야망)이다. 인간이 한 세상을 살면서 둘 중의 하나는 꼭 이루어야 하는 것 같다. 평생 품을 수 없는 사랑을 이루어 내던가, 일에서 자신을 뛰어넘던가. 역사상 사랑과 일을 함께 이루어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게 볼 때 샤넬은 다분히 후자쪽이다. 누구는, 사랑은 잠시뿐이다. 일에서 부와 명성을 이루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라고 쉽게 단정지어서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 없는 문제다. 그녀가 샤넬넘버 5를 반열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영욕의 세월을 필요로 했는지를 안다면 말이다.  
이책은 매혹적이기도 하지만 지난하기도 하다. 한번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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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0-14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샤넬넘버 5를 반열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영욕의 세월을 필요로 했는지'
--> 이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나봅니다. 우리는 때로 이루어낸 결과만 가지고 얘기하잖아요. 이런 책을 읽으면 그 과정을 알 수 있어서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전 일찍부터 향수 좋아했는데...^^

stella.K 2011-10-15 13:12   좋아요 0 | URL
이 리뷰 쓰는데 한 3일 걸렸나 봐요.
몸이 안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대충 쓰지 않겠다는 마음도
있었는데 전 추천이 늘 저조해요.ㅜ
하긴, 제가 생각해도 이책은 아주 감동스럽지만은 않아요.
가슴을 울리는 책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책 찾아
읽기가 쉽지 않네요.

h님은 일찍부터 향수를 좋아하셨군요.
그래서 멋지신가 봅니다.ㅎ
전 겉으로 화려한 것 보다 속멋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자하(紫霞) 2011-10-17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쓰셨던 향수가 크리스찬 디오르의 자도르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병 디자인이 은근히 관능적인데 말입니다~

stella.K 2011-10-17 11:46   좋아요 0 | URL
아, 아마도 맞는 것 같아요.
오래전 알라디너 한분이 뭘 싸게 내놓으셔서 그걸 사면서
끼워 보내주셨어요. 그 향기 맡으면서 이 귀한 걸
쓰시지 않고 보내주셨을까, 고맙기도하고 미안하기도 그랬거든요.
그 병 정말 관능적여요.ㅋ
 
<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대망의 제 10기 알라딘 평가단이 시작이 됐다. 물론 본격적인 시작은 다음 달부터겠지만 그전에 각 분야별 신간을 소개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나는 지난 9기 때 예술/대중문화 분야를 했지만, 10기는 에세이 분야를 한다. 배를 바꿔 탄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나이가 드니 이유없이 에세이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항상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예술/대중문화 분야를 선택해 보니 다른 분야의 책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없다. 예술/대중문화 분야가 커 보이게 하려면 배를 바꿔 타는 수 밖에.   
하지만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다 갖다 붙여도 결국 결론은 하난 것 같다. 책이 좋다는 것뿐.  

내가 한창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에세이는 유안진씨나, 안병욱, 김형석 교수의 책이 대세였다.  그들은 하나 같이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는 글들을 썼다. 그리고 일부지만 에세이를 낫게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로부터 2,30년이 흐른 지금 에세이는 정말 그 소재나 주제가 다양해졌고, 그것을 쓰는 작가도 많아졌다. 비근한 예로 이번 9기 평가단 예술 분야 선정도서로 미셸 파스투로의 <우리 기억 속의 색>이란 책은 조금씩 읽고 있는데, 처음엔 그림은 없고(내가 언제부터 그림 많은 책을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도 그렇지만 원래 예술 분야의 책은 도판이 많기도 하다. 이 분야를 선택해 하다보니 가랑비에 옷젖은 꼴이 되고 말았다) 깨알 같은 글만 있어서 또 읽으려면 죽었다! 했다. 하지만 이건 에세이였고(참고로 2010년 메디치 상 에세이 부분 수상작이란다), 독특하게도 '색'을 주제로 썼다. 과연 그 발상이 독특하다 싶다. 그리고 생각만큼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물론 쉬운 책도 아니지만). 
아무튼 이렇게 에세이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다는 걸 최근에야 깨닫게 됐고 이 분야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모쪼록 좋은 책이 선정이 돼서 나의 기대가 어긋나지 않았음을 기대해 본다. 

보통이나까! 

  가장 많이 기대가 가는 책은 알랑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다. 내놓는 책마다 주목을 받아왔던 보통.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자신만의 특유의 사유를 쏟아 놓은 그가 이번엔 종교를 가지고 우리 곁에 왔다. 보통 무신론자면 아예 종교에 대해 냉담하거나, 유신론에 대해 비판하는 태도를 취하게 마련인이다. 그런데 그는 특이하게도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이것이 기존에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것도 보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나 또한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하긴 하다. 과연 무리없이 읽힐지, 아니면 약간의 아쉬움이나 비판의 여지가 있을지. 하지만 책소개에서 세속 사회의 빈곤과 공동체의 삶에 대한 장점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신의 유무와 신앙의 우월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이 두 가지는 보통이 너무나 잘 꿰뚫고 있다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그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서 종교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말했다는데, 비판의 여지가 없지는 않겠지만 과연 그다운 발언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종교에 대해 뭐라고 얘기를 해 놨는지 궁금하다. 

오드리니까! 

 오드리 헵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책을 보는 순간 정말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 영화가 나올무렵까지만 해도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들에 대해서 안 좋은 시각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 이후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에 대해서 '베드걸'에서 '굿걸'이다 못해 '워너비'로까지 그 이미지가 달라졌다니 확실히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지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그런 생각도 30대까지만 가능한 것 같다. 40대가 되면 누군가의 여인이 돼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영화도 보라. 오드리 헵번이 저 영화를 찍을 당시 작품에서의 나이를 얼마로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못해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은 아니었을까? 저 시대에 여자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일이긴 하다.
하긴 얼마 전, 가수 김완선이 자기는 아직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나이 50대가 되면 결혼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그녀의 당당함도 보기는 좋다. 그러고 보면 연예나 매스컴이 사람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나이를 자꾸 늦추는 것 같다.
아무튼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최초의 모던 싱글걸 캐릭터를 발굴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2년여에 걸쳐 당시 영화 관계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영화자료실을 뒤져 찾아낸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로 재구성’하였다고 하니 궁금하다. 더구나 마치 독자들이 1950년대 말 「티파니에서 아침을」촬영 현장에 온 것처럼, 긴박한 하루하루를 세밀하게 묘사했다고 하니 더더욱 읽고 싶어졌다. 참고로, 알라딘에선 출판을 기념해서 영화의 리마스터링 상영회(25일)를 갖는다고 하는데 보고 싶긴한데 상영회 장소가 너무 멀고 시간도 너무 늦게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왕 여자 이야기 하는 김에 

이왕 여자 이야기 하는 김에 이책도 한번 슬쩍 끼워넣고 싶어졌다. 
제목이 너무 여자를 의식했다는 생각이 들긴하다. 약간은 완곡하고 우회적인 제목을 선택해도 좋았을 것을. 웬지 모르게 제목이 식상한 느낌이 들긴 하다.  아무튼 버지니아 울프가 들어가면 여성을 위한 책이란 건 단박에 알 것이다.
에세이는 여자를 위한 것이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알라딘 평가단 에세이 부문을 지원한 사람들 거의 대부분 여자가 아닐까? 그래서도 나는 이책을 서슴없이 골라 보았다. 무엇보다 삶을 치열하게 산 여성 작가들, 학자들의 이야기이다. 나는 이렇게 그런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한 책들을 좋아한다.
여자들은 사노라면 순간 순간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때가 많다. 그럴 때 이런 책이 또 위로가 돼 주지 않을까? 저자 이화경씨는 젊은 날 힘든 방황을 하기도 하고, 글 한 줄 쓸 수 없을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인생과 작품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고단한 글쓰기와 일상에 지칠 때면 "글을 쓸 때 나는 단지 감각이 된다"던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장을 훔쳐보며 버티고, 생의 모든 불편을 다 참으며 작품을 써냈던 제인 오스틴의 오기를 빌어서 자신을 다졌다고 한다. 나에게도 위로와 격려가 될 책이었으면 한다. 

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책 제목 중에 '오래된 미래'란 책이 있는 것으로 안다. 아무래도 그책 제목을 패러디한 것 같다. 뭐 그렇든 아니던지간에 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이책은 저자의 책수집에 관한 여정을 그랬다고 한다. 저자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출판 10위안에 드는 강국이면서 절판율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높다는 건 확실히 생각해 볼만한 일 같다. 물론 그래서 이렇게 절판된 책만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이 심심할 새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말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하다. 
난 뭐 그럴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에 관한 뒷 이야기는 항상 나의 사정권안에 있다. 읽어보고 싶어진다. 

 

  

가을엔 편지를 쓰겠다더니 

가을이면 편지가 기다려지는 것은 왜 일까? 노래 때문일까?
하지만 우리는 또 어느 새 편지를 기다리지 않는다. 편지 쓰는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다렸다 실망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책에서 위로를 받고, 관음증의 욕구를 대리만족하는지도 모른다.
평생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 하나쯤 가져보는 게 소원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두 시인이 홈페이지란 오픈된 공간안에서 주고 받았던 편지 서른통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책이 얉은 게 흠이긴 하지만(170여쪽 밖에 되지 않는다) 뭔가 두 시인의 편지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것만 같다. 
  
 

 

원래 이 페이퍼는 어제가 마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주말을 끼고 마감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요즘 가을을 앓는지 컨디션이 자주 바닥을 치고 있고, 어제는 우리집 인터넷 연결상태가 뭐한 년 널뛰듯 해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오늘은 비교적 상태가 좋은 편이다. 역시 부지런한 게 최곤데 나는 왜 꼭 닥쳐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설마 알라딘이 휴일에도 일하진 않겠지?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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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1-10-09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관리를 잘 하셔야 되겠네요.
저 역시 좀 약골인지라, 충분한 휴식을 강조하며 산답니다.
나는 좀 쉬어야 돼, 좀 자야돼, 이러면서도 사실은 어제도 새벽까지 책 읽다가 잤으니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요.

에세이, 읽을 게 많이 생겨서 행복하실 것 같네요. 저도 만약 평가단 일을 한다면 에세이를 선택할 것 같아요.

보통의 책이 가장 탐나는데요. 이번에 방한해서 가진 신문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보통은 자신을 "일상 뒤에 숨은 기쁨과 고통에 대한 분석가"라고 말하더군요. 정말 멋진 분석을 뽑아내곤 해서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첫 번째로 추천하고 갑니다. ^^^

stella.K 2011-10-10 14:2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그렇게 책이 좋아서 밤을 새우는 사람 보면 부러워요.
저는 이불속에서 책 보면 금방 졸음이 와서 못 보거든요.
일어나 불 끄는 것도 귀찮고해서 저의 마지막 일과는 늘 불 다 끄고
TV를 보다 잠이 드는 것입니다. 그땐 리모컨 하나로 해결이 되니까.ㅋ
보통이 지난 9기때 선정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다행이어요.
물론 이번에 선정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많은 평가단 분들이 보통의 책을 추천해서 기대가 되요.
보통 참 편하게 글 잘 쓰죠?
저도 좋아해요.^^

감은빛 2011-10-1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신간평가단 하고 계셨군요.
소개해 주신 책들이 다 흥미롭네요.
특히 세번째 책에 관심이 갑니다.

stella.K 2011-10-10 14:25   좋아요 0 | URL
세번째 책은 여성을 겨냥해서 쓴 것 같았는데
감은빛님도 관심을 갖고 계시는군요.
하긴 책을 고르는데 남녀 구분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ㅎ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 완료했습니다! 첫 미션 수행 고생 많으셨습니다~

stella.K 2011-10-11 19:53   좋아요 0 | URL
9기 때 하셨던 분이 계속 하시는 건가요?
10기 때는 이렇게 일일이 찾아 다니며 체크 하시나 봅니다.
에그, 수고 많으십니다.^^

아이리시스 2011-10-12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스텔라님 에세이로 가셨구나. 보통도 화이팅, <오래된 새책>도 화이팅! 저 얼마전에 <오래된 미래> 라다크.. 읽다 던져놨는데 그거나 마저 읽어야겠어요, 하하.

stella.K 2011-10-13 10:40   좋아요 0 | URL
네. 사실은 예술 파트가 저한텐 좀 맘에 안들었어요.
에세이 분야는 많이 기대가 돼요.
저는 갠적으로 보통과 오드리가 됐으면 좋겠는데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죠?
이 파트 괜찮으면 오래도록 파볼까 생각중입니다.ㅋㅋ
그런데 아이리시스님은 이제 평가단 안하시나 봐요.ㅜ
 

1. 개(금)..국군의 날을 맞아 조명을 받은 건 국군이 아니라 '개'였다. 나라를 지키는 특수 훈련을 받은 개. 또 이들을 훈련시키는 국군이 있었다. 모르긴 해도 거기에 배치를 받은 군병은 군생활에 재미없어서 탈영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한 군병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들은 그 개들의 식모 같은 존재라고. 하다못해 밥주고, 목욕시켜주는 것은 물론이고, X까지 치워줘야 하니까. 그건 우리집 다롱이를 키워야 하는 나나 엄마도 마찬가지다. 그말을 듣는 순간 다롱이를 째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 췟!
놀라운 건 그개들은 하나 같이 만성 관절염에 걸려있는데, 현재로선 그것을 고치는 방법은 없고, 병을 늦추는 방법 밖엔 없다고 한다. 한 개는 오래동안 백두산 부대에서 정찰을 도맡아 온 개인데 관절염이 너무 심해 결국 안락사를 시켰다. 무슨 종인지는 알 수 없었는데 하나 같이 덩치가 큰 개다. 그 개도 까맣고 잘 생겼는데 8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8년이면 못해도 살아 온 년수만큼 더 살 수도 있는데, 관절염이 심해서 찾은 병원이 황천 가는 길이 될 줄은 그개도 몰랐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대 내에서 태어난 개는 부대 내에서 일생을 마치도록 되어 있단다. 그것은 퇴역해서 일반개로 부대에서 유출이 될 경우, 잡아 먹히거나 범죄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나름 이해를 못하겠는 건 아니지만 좀 잔인하지는 않나 싶다. 그냥 퇴역해서 남은 여생을 편히 살다 죽게하면 안되는 걸까? 아니면 각서 쓰게하고 분양하도록 하거나. 병걸려 퇴물됐다고 그런다니 이래서 개들도 사람을 못 믿겠다는 거다. 
아무튼 그개가 주인품에 안긴 채 죽는데 울컥했다.  

2. 조용필(토.일)..지난 주, '불후의 명곡2'와 '나가수'는 완전 조용필 스페셜은 아니었나 싶다. 불후의 명곡2를 통해 알려진 알리란 가수는 2주 연속  조용필 노래를 부르면서 기염을 토했다. 처음 나와서 부른 노래는 '고추잠자리'였는데, 그 다음 노래가 더 좋다. '킬리만자로 표범'을 탱고풍으로 편곡해 부렀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결국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녀는 일부러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전주엔 7,80년대 대표곡을 부르고, 양인자, 김희갑 스페셜에서 양인자 작사의 노래를 부르려다 보니 그렇게 2주 연속으로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게 된 것. 

정작 조용필 스페셜은 '나가수'였다. 전주에 조용필 중간 평가 시간에 와서 가수들을 격려하고 가더만, 그렇게 어깨 좀 두들겨주고 받은 돈이 얼말까? 궁금해 졌다. 그를 만난 가수들 하나 같이 설설긴다. 그만큼 조용필에 대단했나 싶기도 하다. '창 밖의 여자'를 부른 임민수는 그해에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럴까? 확실히 곡을 해석하고 대중에게 어필하는데는 좀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1위를 김경호가 했다는 것엔 이의가 없긴 하지만, 그에 비해 조관우가 최종 탈락했다는 건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임했으면 좋았을 걸.  잘하든 못하든 자신감 있게 덤벼드는 것과 아닌 것은 누구보다 관객들이 더 잘 아는가 보다.
처음부터 어렵다고 궁시렁거리는 게 묘하게 귀엽더니, 
그래도 총 16주를 버텼다.  
이렇게 탈락자가 나오는 주는 보는 나도 좀 가슴이 철렁하긴 하다. 마치 내가 응원을 잘 못해줘서 떨어진 양 아쉽긴 하다. 내 마음이 이럴진대 함께하는 가수들은 어떨까? 분명 네가 떨어져야 내가 살아남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미워서 떨어지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저 사람이 잘 됐으면 좋긴한데, 자존심은 있어서 내가 꼴지는 하고 싶지는 않고.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왜 그렇게 꼴지가 하기를 싫어하는 걸까? 열심히 잘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골찌는 하고 싶지 않은 거. 이게 보통 사람의 마음은 아닐까? 매회 1등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버틸만큼 버텨 명예졸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아무튼 열심히 하는 그들이 보기는 좋다. 이 두 프로를 보면서 느끼는 건, 소설가들도 새로운 걸 창조하려 하기 보다 있는 이야기 가지고 재해석 해 보는 게임을 해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 '나는 소설가다'가 되겠지.  

3. 별 사람이 다 있어(월)...K2의 '안녕하세요'란 프로를 얼마 전부터 보기 시작했다. 거기엔 별별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다 나와 토너먼트로 '고민왕'을 뽑는다. 5주 연속 1위를 하면 위로금 2천만원을 준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나이는  20대 초반인데 목소리는 5살이어서 고민인 여자가 4주째 1위를 했고, 이제 한 주만 더 버티면 대망의 2천만원을 탄다. 그런데 이게 정말 웃긴다. 진행자로 나오는 신동엽이나, 정찬우, 이영자 같은 개그맨들이 분위기를 띄워주는 것도 웃기지만, 정말 세상엔 별별 사람들이 다 많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고민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 프로는 오히려 고민왕을 뽑는 거라기 보단 자신의 고민을 개성으로 승화시켜 주는 프로는 아닐까 싶다. 아무튼 너무 재밌어 당분간 지켜보기로 한다.    

3. 길길부부의 출연(화)... 승승장구에 김한길. 최명길 부부가 나왔다. 조금만 보다가 자려고 했는데 끝까지 보게 되었다. 역시 작가들의 입심이 세긴 세다. 솔직히 그 시간은 최명길 보다는 김한길을 위한 시간은 아닐까 싶었다. 그들이 결혼하기까지의 스토리. 불행한 미국 생활.  가수 조영남과의 동거생활과 '화개장터'에 대한 이야기, 베스트셀러 소설을 내기까지의 비화(그가 소설로 대박을 내고 매일 인세가 통장으로 들어오는데 왠만한 장관급 월급보다 많다는 것에서 기겁했다). 의정활동, 요즘 사는 이야기까지.
그들 부부에 대해 오래 전에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전혀 그런 것 같아 보이진 않고 나름 나이들어도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다. 분명 나이드는 건 슬픈 일이긴 하지만, 나이든 사람에게 느껴지는 여유로움, 넉넉함의 미. 뭐 그런 건 확실히 젊은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아, 이래서 나이 먹어도 사는 거구나 싶다. 

4. 뽀로로(수)...무릎팍도사에 뽀로로 기획자가 나왔다. 뽀로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낮선이가 나와서 많이 안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것의 부가 가치가 엄청 나단다. 현재 전 세계 1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애니메이션의 하청이나 받는 나라에서 이것은 정말로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만세다.
그런데 앞으로 강호동이 없는 황금어장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건가? 말이 없다. 강호동이 화가 나도 엄청 많이 났나 보다. 나 없이 잘되나 보자. 오히려 그런 형국 같기도 하다. 

5. 최종회(목)... 드디어 '공주의 남자'가 끝났다. 역시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드라마는 뒷심이 부족하다. 뭐 세령이 임신을 한 것이 클리셰 같긴 하지만 일단 비극으로 끝내지 않기 위한 장치로 그럭저럭 봐 줄만은 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세령과 김승유가 어딘가 살아 있다는 것도 용서해 주기로 한다. (사실 결말은 둘이 실제로 죽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드라마는 항상 시청자를 위하는 착한 드라마가 아닌가. 김승유 역의 박시후를 죽이는 것은 박시후 팬클럽에서 용서치 않았을 것이다. 드라마는 드라마고, 팬은 팬이고. 뭐 좀 이래야 하는데) 그런데 옥중에서 기절한 김승유가 세월이 흘러 시각장애인이 됐다는 건 너무 심한 비약은 아닌가? 기절하기 전 세령을  보고 뭐라고 뭐라고 잘도 얘기하더만. 마지막도 좀 현실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더 웃기는 건, 절과 그 문제의 의금부라는 곳이 그렇게 가까이 있었나? 아니면 절 안에 무슨 초소처럼 김승유를 위한 임시 의금부라도 만들어 놓은 건가? 드라마가 장소와 거리에 대한 개념을 전혀 무시하고 간다. 이래서 드라마는 잘 봐야 본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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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10-07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TV 하이라이트를 정리했군요. '안녕하세요' 는 일반인 출연자가
조작 논란해서 말 많던데,, 정말 거기에 나오는 특이한 사람들 중에는
조작삘이 있을거 같아요 ^^;; 그리고 결국에는 무릎팍 도사는 폐지하기로 결정했대요.
당분간은 라스 단독 체제로 간다고 하네요.

잘잘라 2011-10-07 21:37   좋아요 0 | URL
라스? 라스 라스 라스.. 아~ 라스! ^^

stella.K 2011-10-08 13:5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나도 좀 수상하다 싶었어요.
그런데 재밌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조작이 사실이라면 그도 오래 못 갈텐데...

황금어장은 그렇게 됐군요.
라스 맨날 엉엉 대더니 잘 됐네요.ㅎㅎ

아이리시스 2011-10-1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공남 마지막회. 반전이 반전으로 너무 예상돼서 다 알았더랬지만 그래도 역시 해피엔딩으로 어딘가 살아있는 게 훨씬 좋았어요. 스텔라님, 이제 송중기의 <뿌리깊은 나무>로..............^^(저 무슨 홍보요원 같아요)

stella.K 2011-10-13 10:3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지 않아도 지금부터 슬슬 볼까해요.
제 방 TV는 SBS가 잘 안 나오는 관계로다
쿡 TV로 봐야하는데 무료전환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어차피 공남 마지막회와 뿌리깊은 나무 시작이
맞물려서 첫회부터 보는 건 아예 포기했구요.
송중기. 당연히 봐야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