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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었던 사나이 - A man who was super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 감독 : 정윤철 |
| 주연 : 황정민, 전지현(2008) |
지금도 슈퍼맨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있을까? 더 나아가,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린 아이들 조차 슈퍼맨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은 부모가 자꾸 똑똑해 지라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세상은 맨정신으로 살기엔 섬뜩한 곳이 되어버렸다. 자신이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영화속 주인공이나 소위 말하는 정신이상자 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출근길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 주기 위해. 그리고 자신 역시 출근을 하기 위해 한 차안에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하고,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잃고 자신만이 살아 남았다.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죽다 살아난 그는 그때부터 자신은 슈퍼맨(황정민 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하얀 옷을 입은 악당이 자신의 머리에 나쁜 물질을 심어 기운을 못 쓰게 만들었다고 한다. 왜 하필 하고 많은 인물 중에 슈퍼맨에 꽂힌 것일까? 생각만 그럴뿐만 아니라 그의 행동 또한 슈퍼맨답다. 정말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나타나 사람을 도와준다.
한편, 일에 아니 삶에 찌들은 방송프로덕션 PD 송수정(전지현 분)은, 처음엔 이 미친 사람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차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떤 땐 이 슈퍼맨과 친구였다가 또 어떤 땐 관찰자가 되어 이 사람의 정체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슈퍼맨이 이처럼 강한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할 그 순간에 가족을 구해주지 못했다는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가족이 죽어갈 때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던 사고현장의 군중들, 즉 다시 말하면 불특정다수에 대한 억압된 분노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송수정을 통해 슈퍼맨에 대한 독특한 삶을 지켜보는 재미도 선사하지만, 보다보면 자신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영화에 나오는 군중 또는 그 영화를 보는 관객까지 조소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딱 두 번 군중이 모이는데, 그중 한 번은 미치기 전의 슈퍼맨의 차가 사고가 났을 때와 후반부에서 슈퍼맨을 좋아하는 꼬마가 사는 집이 불어났을 때다.
나는 그 군중들을 보면서 '제노비스 효과'를 보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사고가 난 것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지만, 내가 그 사고 난 현장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는 사람일 거라고 보지 않는 것. 그리고 그런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언제나 소방관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선 소방관이 길이 막혀 사고 현장에 얼른 도착하지 못할 때에는 슈퍼맨이다. 말하자면 맨정신으론 일반인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미치지 않은 사람이 비정상이고, 오히려 미친 사람이 정상이 되어버리는 상황. 이것이 오늘날의 사회인 것이다. 자신만을 지키려고 하는 바로 이기적인 사회를 풍자한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으론 이 사람이 미친 것은 당신들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것도 같다.
자신만을 지키려다 전복한 사회. 이것이 오늘 날의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 상태로만은 아니다. 자기만을 위하면 위할수록 인생에 있어서 더 큰 후회를 남기는 것이 또한 인간인 것이다.
사실 영화는 그다지 세련되지는 않다. 황정민이 입고 나온 나염남방 만큼이나 조금은 촌스럽고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하지만 동시에 도덕적 바르다. 이것은 감독의 영화 <말아톤>에도 들어난다. 하지만 영화는 어딘가 따뜻함이 베어 있다. 그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봐 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