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로부터 온 편지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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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언젠가 카뮈의 <이방인>을 새롭게 번역하고 알라디너들과 번역논쟁이 붙었던 걸 기억한다. 그때 워낙 많은 글들이 난무했던지라 일일이 다 읽어 볼 수도 없는 일이고, 그때 그저 나의 바람은 그가 얼른 백기를 들어주길 바랐었다. 왜 그랬을까? 처음엔 그의 오만함이 싫었다. <이방인>의 번역본이 어디 한 둘인가? 그의 번역도 그 많은 번역 중의 하나일 뿐인데 이제까지의 번역본들은 다 가짜라며 오로지 자신의 것만 진짜인 척 하는 게 같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일껏 힘쓰고 애쓴 김화영의 번역본을 위시해서 이것을 번역하느라 고생했을 다른 번역자들은 뭐란 말인가? 그리고 누구의 번역이던 지간에 그것을 사 봤을 독자들은 또 뭐란 말인가. 우매하다는 소리로도 들릴 수 있다. 더구나 난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란 책을 읽었는데 뭐 나름 중대 사안을 다뤘던 건 사실이나 그다지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 사람 자신의 책을 너무 과대평가하는구나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좀 바뀌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논쟁은 생각보다 길었고 치열했던 것으로 안다. 그렇게 치열한 정도면 꺾이기도 할 텐데 그는 꺾이지 않았고 그동안의 논쟁을 집대성이라도 한 듯 이 책을 내놓았다.

 

이 책은 딱히 재미있는 건 아니다. 저자가 기존의 번역을 거부하고 새로운 번역작업을 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일기체로 담담하게 썼다. 특히 예문을 위해 카뮈의 <이방인> 원서를 그대로 옮기기도 했는데 프랑스어 전공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까막눈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특히 그의 저격 대상은 김화영 교수(소설에서는 김수영)의 번역본이다. 일일이 여기에 옮길 수는 없지만 그의 번역본이 뭐가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지를 줄줄이 나열하고 있다. 뭔지는 모르겠으니 이 정도라면 마음이 흔들릴 법도 하다. 그러면서 이런 번역이 지난 25년 동안 문제제기 없이 계속 이어올 수 있었는지 개탄했다.

 

사실 김화영 교수가 우리나라 1세대 카뮈 전문가이고 보면 어느 듣보잡이 이러고 나오는 걸 편하게 봐 넘길 수는 없을 것 같다. 하극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 김윤식 교수의 표절을 통해 우리나라 학계의 카르텔을 비판하더니 또 이 문젠가 싶기도 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우리나라에 <이방인> 번역본이 수십 종이 있는데 그것도 하나 같이 김화영 교수의 번역본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뭐 꼭 그게 아니어도 아무래도 권위자 앞에 이인자이기를 자처한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만그만한 번역본을 내놓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우리나라가 늘 주관적인 사고를 박제시키고 교육받아 온 탓에 기인한 줄도 모른다

 

 솔직히 저는 카뮈의 <이방인>을 번역하는 내내 분노와 흥분으로 잠 못 이룬 게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어떻게 이러한 번역이 25년 이상 우리 번역문학, 출판문화를 대표해서 세대를 달리하여 권장도서로 읽힐 수 있었던 것인지 감히 참담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교한 결과, 김수영 교수님의 번역은 단지 그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뒤를 이은 수많은 후학들의 번역서들이 거의 비슷한 번역들을 내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번역은 우선 작품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일 터인데, 소설에서 중요시되는 인물에 대한 이해를 앞선 선학의 시각으로부터 이해하고 시작하는 것이니, 그 번역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겠는지요.(330p) 

 

그렇다고 저자의 문체가 시종 자기 오만으로 채워졌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상당히 진지하다. 읽다보면 저자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일지가 짐작이 되는데(이 소설은 메타 픽션으로 처음엔 이윤으로 시작했다 저자 자신의 이름으로 나오고 있다) 대체로 과묵하고, 신중하며, 치밀하고, 판단력과 대처능력이 좋은 그런 이미지로 읽힌다. 게다가 이미 읽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와 함께 보면 뭔가 혁명가적 기질이 다분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소설가 김진명은 추천사에서 저자가 옳은 일에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사 이미지로 말하고 있다. 하긴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기존에 없던 이야기를 하는데 처음부터 좋게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 이건 잘못됐다고 문제제기를 하면 사람은 듣게 된다.

 

아무튼 그래서일까? 번역에 대해 그다지 아는 바는 없지만 뭔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난 아직 저자가 번역했다는 <이방인>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리뷰나 평점을 보면 상당히 긍정적이다. 물론 그의 번역본을 탐탁지 않게 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 방송국 경제부 기자가 TV에 나오면 항상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다. 기업과 기업이 경쟁이 붙으면 그 사이에 덕을 보는 사람은 소비자다. 나는 이 말을 여기에도 적용 해 보고 싶다. 우리가 어떤 작품에 대해 번역에 경쟁이 붙으면 그 사이에서 덕을 볼 사람은 독자다. 그렇지 않아도 저자는 말한다. 왜 우리는 고전은 재미없는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거냐고거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느냐고. 사실 <이방인>은 그렇게 어렵고 재미없는 소설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랑스어 전공자가 아닌 자신도 번역할 수 있으리만치 평이한 언어로 씌였다는 것이다. 그것이 번역만 거치면 어려운 것이 되어 읽기를 꺼려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이것에 관해 번역자들도 나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의 지인 중에 번역가가 있어, 지난 주말 그동안의 안부도 물을 겸 이 책과 관련해서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아직 이 책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대충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아직 책을 읽지 못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카뮈가 20세기 중반의 사람이고 보면 그 시대 프랑스어도 그리 세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김화영 교수 역시도 그나마 카뮈가 살았을 연대에 가장 근접해 있는 사람이고 보면 그 분위기를 그대로 옮기려고 하다 보니 오늘 날 보기엔 좀 다소 세련되지 못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말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결국 또 원점인 듯싶기도 하다. 정말 번역에 대해서만큼은 황희정승이 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저자의 말처럼 김화영 교수는 자신의 번역에 대해 말이 없다저자 역시 뭐라고 해명해 주길 바라고 있는데 말이다.

 

왜 그럴까를 나도 생각해 본다. 김화영 교수의 침묵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 험하다>의 김윤식 교수의 침묵과는 뭔가 달라 보인다. 그것은 번역을 한다는 나의 지인의 말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번역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했다.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 하지 않는가? 얼마나 많은 윤문이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니 원작 그대로의 번역을 기대한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으며, 답이 없는 일이 번역 일 같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사람들은 번역은 혼자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오해 하곤 하는데 이 분야처럼 부침이 많은 것도 없다고 한다. 어떤 편집자를 만날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어쨌거나  책이 나와 독자들로부터 말이나 안 들으면 좋겠지만, 번역이 개판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꼭 있기 마련이고 그러면 욕을 먹는 건 번역자일 뿐 이라는 것이다. 번역자의 고충이 얼마만한 것인지 짐작이 갈 것도 같다. 물론 김화영 교수가 번역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에 관해 구구하게 설명해 자신의 위신을 깎는 일을 할 리가 없다.

 

사실 독자들에겐 한 작품에 관해 그렇게 많은 번역본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번역자나 특별히 언어의 유희를 즐기는 특이체질이라면 여러 번역본을 비교하며 쾌감을 얻을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구의 번역본이 좋다고 하면 그것 하나만을 선택해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독자들은 그 번역본에서 줄거리가 뭔지 원작자가 작품에서 의미하는 바가 뭔지를 알려고 할 뿐 번역본끼리의 차이 같은 것엔 관심이 없다. 저자가 지금까지의 <이방인>의 번역이 잘못됐다면 그것 하나만 잘못됐을 리 없다. 얼마나 많은 역자의 번역이 잘못됐을지 알 수없다. 몇 년 전,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냈다 회수한 출판사가 있어 화제였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모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선 박수칠 일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나 같이 언어에 둔감한 독자는 말 안하면 그러면 그런가 보다 했을 것이다. 내가 무슨 러시아어 전공자도 아니고.

 

그런 것처럼 나는 저자를 비판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나는 저자의 의도를 알기 때문에 저자의 이런 태도를 환영한다. 그는 단순히 자신이 옳고 남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 아니다.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 문제지 우리나라 번역 잘 되고 있는가를 문제 삼는 건 필요해 보인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나라 번역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이 책은 적어도 독자 편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별뜻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말장난이나 하는 요즘 작가의 가벼운 언어유희 보다 훨씬 훌륭하고 값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작이다. 번역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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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8-2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 진짜 좋네요~

stella.K 2016-08-23 13: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기억님.^^

2016-08-23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3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8-23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어 전공자로서 말씀드리면 이 분은 <이방인> 오역을 굉장히 많이 고치셨습니다.
반면에 대화체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번역을 많이 하셨고
카뮈 <이방인>을 과연 이해했는가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뫼로소의 네 발의 짧은 노크를 정당방위라고 하셨죠.....공감할 수 없어요 )

스텔라님 말처럼 기존 번역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과보다 공이 많다고 봐요. ^^


stella.K 2016-08-23 14:07   좋아요 1 | URL
아, 하나하나 드러나는 시이소님의 정체!ㅋㅋ
프랑스어 전공하셨군요. 부럽슴다.
저는 뭐 한국어 하나 밖엔....ㅠ

참고로, 리뷰엔 쓰지 않았지만 번역한다는 지인이 최근
문학동네판으로 읽으셨나 봐요. 거긴 <이인>으로 나왔을 걸요?
거기 역자는 이방인 원본을 100번을 읽고 번역을 했다고 하는데
번역된 것 중 가장 쉬운 언어라나 뭐라나 그런데 이건 정말 뭐라고 형언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완벽한 번역은 없는 것 같고, 자신에게 맞는 번역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근데 그걸 테스트 할 수는 없을 테니
가장 많이 팔린 번역본을 찾겠죠. 그러다 보면 다른 번역도 비슷해질 테고.

전 저자의 번역 자체보단 이런 문제의식과 번역 자체에 들인 공 뭐
그런 것들을 높이 사고 싶더라구요.^^

시이소오 2016-08-23 14:14   좋아요 0 | URL
전공을 했지 공부한건 아니구요. 문학동네판 이인도 읽어보고싶네요.

맞는 말씀입니다
번역도 개인취향을 타는것같아요. 한 책을 백명이 번역해도 다 다를거같ㄱㅓ든요. ^^


stella.K 2016-08-23 14:35   좋아요 0 | URL
ㅎㅎㅎ 대학 다니는 거 비슷한 거 같아요.
전공 따로 공부하는 것 따로.
저도 그래요.^^

기억의집 2016-08-23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양반이 뭘 그리 잘 못 했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는지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우리나라 상명하복의 유교문화가 너무 거쎄서 저렇게 문화적 권력을 가지면 주변에서 더 난리더라구요. 아닌 말로 김화영이가 절대 지식이나 절대 언어감각을 가진 사람이 아닐 건데 까면 어때요? 저 양반의 언어가 김화영만 못한다하더라도 김화영교수가 절대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저런 양반 있어야 우리 번역문화도 발전하죠. 이 세상에 절대 지식 절대 언어 없어요. 오류도 많고요. 오류 있으면 좀 어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천년 이상 그 잘 못된 학문도 잘도 써 먹었다가 아리스토델레스의 지식에 의문이 들어 갈리레이같은 지식인들이 그 오류를 수정한 거잖아요. 아휴. 저 양반 번역 오류 있을 때 완전 우리 나라 상명하복의 절처한 라인을 보았네요.

stella.K 2016-08-23 17:52   좋아요 1 | URL
원래 없던 소리하면 반발이 많잖아요.
그래서 천재나 혁명가들이 외로운 거고.
근데 없던 소리도 못해도 세 번 정도 일관성 있게 떠들어 주면
저 같은 팔랑귀는 듣는다는 거죠.ㅋ
이 사람 참 많이 외로웠을 것 같습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랬다고는 하지만 누군가 족적을 남겨버리면
다 쫓아가게 마련이죠. 그래야 뭐라도 건질 테니...
우리나라는 문제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지성계가 깨어있어야 하는데 다들 제 잘난 맛에 살고 있으니...ㅉ

yamoo 2016-08-23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저는 카뮈의 대부분 책을 김화영 번역본으로 모았는데욤....이정서 라는 분이 그렇게도 김화영을 깠다면, 한번 거들떠 보고 싶네요. 그리 깐데에는 분명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허접함이라는 게 있을 테니까요. 서점가서 몇 페이지만이라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교수가 번역한 것이 좋다는 걸 보증하지 못하는 걸 많이 봐서뤼...어쨌건 요즘 계속 스텔라 님 때문에 책과 영활 찾게 되네요..^^

stella.K 2016-08-24 13:27   좋아요 0 | URL
이런 영광스런 일이...!ㅋㅋㅋㅋ
뭐 그 사람이라고 완벽한 번역을 했겠습니까?
시이소오님 댓글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도 번역에 문제는
아주 없어 보이진 않습니다.
본인도 자신의 번역 문장을 쓸 때마다 졸역이라고 겸손해 했으니까요.
근데 중요한 건 그 사람이 깠다는 거죠.
문제를 문제로 봤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야무님.^^

2016-08-24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4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4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4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4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소설이군요. 원래 이정서가 소설가였습니다. 번역을 해서 의아하다 생각했었는데....
이 출판사에서 나온 << 타는혀 >> 라는 평론집 한번 읽어보십시오. 문단이 돌아가는 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stella.K 2016-08-25 13:45   좋아요 0 | URL
꽤 똑똑한 사람이더군요. 지금은 출판사 대표로 일을 하는가 본데...
저도 <타는 혀> 읽어 보고도 싶은데 읽으면 뒷목 잡을 것 같아 자신이 없습니다.ㅠ
 

언젠가 중고샵에서 건진 책이다.

시이소오님 요즘 송로버섯 얘기 심신치 않게 하시던데, 마침 읽다 보니 송로버섯에 관한 얘기가 나와서 옮겨본다.

 

이 송로버섯이 요물이긴 한가 보다. 승승장구하던 로시니가 1830년 <빌헬름 텔>을 끝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그때 그의 나이 38세. 76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 한 곡도 작곡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잘 나가던 로시니 은퇴를 하니 당연 소문이 무성할 밖에. 그중엔 '로시니는 송로버섯을 찾아내는 암퇘지를 기르려고 오페라를 접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돼지를 키우기 위해 절필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갈 판인데 송로버섯을 찾아내는 암퇘지라니?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돼지가 아니라 송로버섯이라고 한다. 송로버섯은 푸아그라, 캐비어와 함께 유럽 3대 진미다. 몇 년 전 우리나라의 한 와인 마스터가 9백 그램짜리 송로버섯 한 송이를 1억 6천만원에 구입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귀하고 비싼지 '땅속의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버섯은 지상에서 자라지만 지하 10~30 센티미터 지점에서 자라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 채취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톡 쏘는 향을 가지고 있어서 이걸 찾아내는데 암퇘지가 제격. 암퇘지는 후각이 뛰어난 데다, 송로버섯의 향을 맡으면 극도로 흥분해서 주둥이와 발굽으로 땅을 헤집고 기어코 송로버섯을 찾아낸다는 것. 게다가 송로버섯을 좋아하는 로시니는 평소 "진미와 요리를 즐기면서 송로버섯을 찾는 암퇘지를 키우며 지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은 없으나 로시니가 송로버섯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고, 그것을 이용한 요리를 개발하기도 했다. 만약 프랑스 고급 식당에 가서 메뉴판에 '로시니'가 붙은 요리를 발견하게 된다면 로시니가 개발한 송로버섯 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예를 들면, '루르느도 로시니' 하면 거위 간에 송로버섯을 곁들인 스테이크고, '필레 드 뵈프 로시니' 하면  푸아그라와 송로버섯을 곁들인 쇠고기 안심스테이크란다. 

 

우리네 서민들이야 평생 먹을 일 없겠지만, 파란색 지붕 밑 우리의 그네님이 드셨다던 송로버섯 요리는 뭘지 상상이 가려나? 그런데 송로버섯을 평생 좋아했다는 로시니이고 보면 그도 굉장한 부자였나 보다. 또한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웬만한 전세값에 해당하는 버섯을 샀다는 와인 마스터 양반은 그걸 가지고 무슨 요리를 만들어 먹었을까? 우리네처럼 볶거나 국 끊여 먹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아무튼 귀한 몸인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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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2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런 것도 모르고 송로 버섯 안 먹은 사람 어디 있나, 이런 말을 했던 저입니다. 봤어야 알지.....

stella.K 2016-08-21 16:2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우리네 잘 먹는 팽이버섯이나 표고버섯하고는 끕이 다르죠.
저도 이번에 알고 식겁했다능...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이를 송로로 착각.... ㅎㅎㅎㅎㅎㅎ 진짜 빈티나는 착각이었네요..

stella.K 2016-08-21 16:33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그래서 웃었잖아요.
그때 곰발님을 라임대마왕으로 등극시켜 드리고...ㅎㅎㅎㅎ

hnine 2016-08-22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러플이라고 흔히 말하는 그 버섯 아닌가요? 돌덩이처럼 생긴...
로시니가 은근히 송로버섯 핑계를 댔군요 ㅋㅋ
트러플은 생소하지만 버섯은 아니라도 우리에겐 ˝산삼˝ 이 있으니까요 뭐~~

stella.K 2016-08-21 18: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Truffle.
별로 맛있어 보이진 않는데. 좀 악마적으로 생기지 않았나요?ㅋ
그에 비하면 산심은 도사님 수염 같구요.
산삼도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죠. 그래도 송로버섯 보다는...^^

시이소오 2016-08-2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로버섯 이런거군요. ㅋ 감사합니다. 배우고 갑니다 ^^

stella.K 2016-08-21 20:09   좋아요 0 | URL
아이, 뭘요?^^

yamoo 2016-08-22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이 책 문득 묻다...이거 헌책방에서 구해서 몇 꼭지 읽어 봤는데, 괜찮겠다 시퍼 지난 주에 데려왔어요....권수가 더 있어 도서관에서 빌렸지요..ㅋㅋ 3권까지 있더이다...

근데, 전 왜 그 버섯 야그는 못봤을까요...스텔라 님때분에 이 책 다 읽을 듯해요^^
이런 우연이!!

stella.K 2016-08-22 13:56   좋아요 1 | URL
오, 정말요. 야무님과 제가 같이 좋다고 하는 책이 있다니!
기분 좋은데요?ㅋ
이 책 괜찮은 거 같아요. 제가 몰랐던, 모르면 모르는데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을 건드려줘요.
그러고 보면 라디오 방송작가들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짧은 분량의 글속에 어떻게 그렇게 폐부를 찌르는 글을 담아낼 수 있을까
놀랄 때가 많거든요.^^
 

http://blog.aladin.co.kr/agorabook/8701491

 

 

아고라 재발견총서의 다섯 번째 책이 이제 곧 출간됩니다.

작가이자 여성운동가였던 샬롯 퍼킨스 길먼의 소설집이에요.

 

허랜드는 여자들끼리만 사는 미지의 나라로,

어느 날 미국인 남성 세 사람이 이 나라에 발을 들이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입니다.

'최초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소설'로 일컬어지며,

<이갈리아의 딸들>,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의 작품 등 여자들의 세계를 그린 많은 소설들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미국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인 <누런 벽지>,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된 여자의 이야기 <내가 남자라면>이 수록되었습니다.

 

<책소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소설의 고전,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

 

어느 날 갑자기 남자들이 전멸하고 여자들만 살아남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불평등과 성별 갈등이 모두 사라지고 여성들끼리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게 될까, 아니면 남성의 부재로 인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이 책의 표제작 「허랜드」는 온 국민이 여자뿐인 미지의 여인국을 그린 소설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소설의 효시가 된 작품이다. 이후 『이갈리아의 딸들』, 도리스 레싱과 어슐러 르 귄의 작품 등 ‘여자들만의 세상’을 그린 수많은 소설들이 이 작품 「허랜드」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산악 지대에 위치한 이 나라(허랜드)는 원래 처첩제도와 노예제가 있는 양성 국가였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 많은 남자들이 죽고, 화산 폭발까지 겹쳐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 이 틈을 타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은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지배계급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수명을 다한’ 늙은 여자들을 학살한다. 노예들의 살육에 분노한 여자들은 한데 힘을 합쳐 노예들을 모조리 베어버리고, 그렇게 해서 여자들만 살아남게 된다.

그후 2천 년이 지난 어느 날, 함께 탐험을 하던 세 명의 미국인 남성이 이 나라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지독한 남성우월주의자인 부르주아 테리, 젠틀한 로맨시스트지만 여자는 나약해서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라고만 생각하는 의사 제프, 작품의 화자이자 사회학자인 밴. 가부장제․자본주의․기독교 사회의 신실한 신민들인 이들이 마주하게 된 허랜드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이 펼치는 로맨스와 성장담과 함께, 진정한 여성성의 세계,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어보았을 세상이 그려진다.

 

이 책의 저자인 샬롯 퍼킨스 길먼은 작가이자 여성운동가, 사회개혁가였다. 1860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길먼은 출생 직후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는데, 길먼의 어머니가 길먼 외에는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가 가족을 버렸던 것이다. 가난하고 외롭게 성장했으나 그녀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가족 안에서의 행복을 추구하는 보통 여자였다. 하지만 산후우울증을 앓게 되어 의사로부터 ‘가정에만 충실하고, 지적 활동은 절대 하지 말라’는 처방을 받은 그녀는 신경쇠약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여자의 행복은 집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아실현 여부에 달려 있음을 깨닫는다.

길먼은 아내와 어머니의 자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대신 소설, 시, 사회이론 등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맹렬하게 집필했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여성으로서의 실존을 지키기 위한 행위였던 것이다.

그 결과물인 그녀의 작품들 중 「허랜드」와 「누런 벽지」, 「내가 남자라면」 등 대표작 세 편이 이 소설집에 엮여 있다.

「허랜드」는 미국 최초의 SF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에드워드 벨러미의 『뒤돌아보며』에서 영감을 얻어서 쓴 작품으로, 『뒤돌아보며』가 국가가 주도하는 제도 개선을 통한 남성 중심의 유토피아를 그렸다면, 이 작품은 전통적인 성역할을 해체하고,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없애고 화합함으로써 이상향을 건설하자고 주장한 보다 큰 그림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수록작인 「누런 벽지」는 미국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이자, 산후우울증을 앓았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의사 남편의 자상한 보호 속에, 무엇 하나 자신의 뜻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외출과 글쓰기가 금지된 채 지내던 주부가 벽지 속 창살에 갇힌 여자를 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이 작품은 여성의 억눌린 자의식과 상처받은 욕망을 드러냈다.

마지막 작품인 「내가 남자라면」은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남성과 여성의 삶의 조건과 의식이 어떻게 다른지,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여성성’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한 세기 전에 씌어졌지만, 여성들이 처한 상황은 이 작품들이 발표되었을 때로부터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성억압이 세련된 형태로 심화되고 성별 적대와 혐오가 만연한 지금, 이 책은 남녀가 모두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의 단초를 던져줄 것이다. 

 

 

* 일단 책이 상당히 흥미롭다. 요즘 메갈이니 일베니 해서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데 이런 책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현제 아고라 출판사에서 이벤트 중이다.

관심있는 분들은 기웃거려 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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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런 벽지`가 공포문학 단편선집에 많이 소개되는 소설이에요. 예전에 나왔던 《여자들의 나라》 는 절판돼서 구하기 힘들었는데 재출간 소식이 반갑네요. ^^

stella.K 2016-08-18 14:14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이벤트 자제하려고 하는데
이 책 웬지 관심이 가네.
너도 관심있으면 참여해 봐.^^

cyrus 2016-08-18 14:16   좋아요 0 | URL
저는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려고요. ^^

페크pek0501 2016-08-2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가는 책이군요.

스텔라 님, 이 더위에 잘 지내나요?

stella.K 2016-08-21 13:33   좋아요 0 | URL
오, 언니! 언니도 살아계셨군요.ㅋㅋ
그럼요. 더위가 한풀 꺾일 것 같은데도 안 꺾이네요.
더위에 잘 계시나 저도 궁금했습니다.
다시 뵈니 반갑네요.^^

yamoo 2016-08-2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런 책이 있을 줄이야...<이갈리아의 딸들> 재밌게 읽었드랬지요...중요 페미니즘 소설과 이론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이라니, 곧 데려와야 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ㅎ

stella.K 2016-08-22 13:57   좋아요 0 | URL
이거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흥미진진해요.
야무님도 꼭 읽어보세요.^^
 

내일이면 오빠의 3주기다. 특별히 기억할 것도, 챙길 것도 없다. 그냥 이렇게 기억하는 것으로 대신할 뿐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짧은 생애를 살다 갈 줄은.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것도 모르고 누군가 자기 보다 먼저 간 사람에게 연민을 보내곤 했겠지. 지금의 나처럼. 사실 엄마와 난 오빠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그때 오빠는 강릉의 호스피스 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임종은 언니네 가족들과 평소 땐 존재감이 없다가 막판에 빛을 발휘하는 내 동생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는 서울에서 내려 온 동생에게 나와 엄마를 부탁한다고 하곤 떠났다고 한다. 난 실제로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하고 떠났을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질 지경이다. 자기가 살아생전에 언제부터 나와 엄마를 끔찍이 여겼다고 그런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떠났을까.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한동안 잊혀지지 않아 난 한동안 오빠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인간의 기억은 어쩌면 그리도 집요하고 끈질긴 것인지. 형제를 잊는데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2년, 길면 3년이라더니 그것 또한 조금도 비껴가지 않는 것 같다. 그동안 엄마 문제로 오빠는 어느새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삶과 죽음의 문제는 나의 의식 어디쯤을 맴돌고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나는 오빠 보다 긴 생애를 살게 된다. 나는 또 얼마를 살다가 오빠가 갔던 길을 가게 될까? 지금으선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저 그는 나 보다 짧은 생애를 살다 갔다는 것만 인식시켜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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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8-18 13:00   좋아요 2 | URL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좋은 책 많이 보고,
글도 미루지 말고 빨리빨리 쓰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모든지 참지 말고 쌓아두지 말고, 본능에 충실해져 봐야지 하는데
그게 또 생각만큼 안 되요.
인내해야지, 참아야지, 연민의 마음을 가져야지,뭐 이런 쪽으로만
저의 회로는 장착이 된 것 같습니다.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7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구... 힘내요. 애도의 기간이 왔으니 진심으로 애도하시고 다음날에는 다시 밝은 모습으로 봐요. 스탤라 님...

stella.K 2016-08-18 13:02   좋아요 0 | URL
애도 끝!
짠 나타났지요. 어제와 다름없이.
요즘 곰발님 글 읽는 낙으로 사는 거 아시죠?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8 16:53   좋아요 0 | URL
어제 글 하나 저장해 놓긴 했는데 요거 까면 한동안 알라딘 마을 시끄러울 것 같아서 간 좀 재고 있습니다... ㅎㅎ

2016-08-18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8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8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08-1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가면 잊혀진다는 말은 위로가 되라고 하는 말일뿐, 아니더라고요.
저도 어제 무심코 오징어 땅콩 과자 봉지를 보는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지 뭐예요.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과자거든요.
3주기...아직도 기억이 생생할 것 같아요.

stella.K 2016-08-18 13:09   좋아요 0 | URL
그러실 거예요. 근데 아버지하고 형제하고는 다르긴 하더라구요.
저도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거의 5년은 간 것 같아요.
뭐만 해도, 어디만 가도 왜 그렇게 생각이 나던지.
나인님 지금 한창 생각나실 때죠.
근데 시간의 힘을 믿어보자구요.
전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이러다 누군가를 보내야할 때가 또 오겠지만...
주위에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더라구요.
나인님도 저로 인해 조금이나마 위로 받으셨으면 해요. 힘내자구요.^^

2016-08-1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8-18 13:10   좋아요 0 | URL
오, 그런 소설가가 있었군요.
고맙습니다.^^

blanca 2016-08-1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만 해도 그냥 행간의 복잡한 심정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가슴이 시큰해지네요. 저는 아직 덜 컸나 봐요.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 너무 무섭고 제가 잘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죽음`의 문제는 풀 수 없는 건데 자꾸 부딪히게 돼요. 이 글이 뭔가 담담하게 격려가 됩니다.

stella.K 2016-08-19 12:56   좋아요 0 | URL
그랬다면 다행이어요.
그래도 이만큼 쓸 수 있는 것도 그 복잡한 심정을
많이 뒤로 했으니까 쓰는 거랍니다.ㅎ
우리가 계획에 의해서 세상에 나온 건 아니잖아요.
그게 신의 관점에선 뜻이 있어서 태어났다고는 하는데...
얼떨결 세상에 와 열심히 주어진대로 살고 또 얼떨결에 가는 거죠.
혹시 브랑카님께 원치 않는 때가 올지라도 너무 당황하거나
슬퍼하지 말이요. 그냥 누구나 가는 길을 가는 것 뿐이니까.^^

페크pek0501 2016-08-2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앞으로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누구의 죽음이 있는 건지...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갖겠다는 생각으로 현재를 미래를 살아야 하겠죠?

오랜만에 로그인하고 댓글 씁니다. 아무리 더워도 찜통이어도 알라딘은 여전하다는 게 위로가 되는 날입니다.

stella.K 2016-08-21 13: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죽음을 생각하란 말도 있지만
사는 동안만큼은 삶은 산자의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잘 살아야죠.
이제 더위도 막바지입니다.
자주 뵈어요.^^
 

<살인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보았다. 개봉 당시 보고 이제 본 것이니 다시 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세상의 모든 영화는 아니어도 적어도 예전에 괜찮게 보았다고 하는 영화들은 두 번 이상은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전에 보지 못했던 장면과 대사와 그것들이 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살인의 추억은>을 처음 봤을 땐 그 내용을 따라가느라 바뽰던 것 같다. 그후 난 뭐 때문인지 시나리오 대본집까지 사서 봤던 것 같다. 근데 하나도 기억에 없다. 그걸 왜 샀는지도 잘 모르겠다. 분명 유명해서 샀을 것 같긴한데...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몇년 후 대본집을 샀을 때만해도 봉준호 감독이 그렇게 유명한 감독인 줄은 잘 몰랐다. 그러다 8년 전쯤  얼떨결에 시나리오 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봉준호 감독은 거의 신으로 통했다. 당시 내가 배웠던 선생님도 영화 감독이셨는데 그분은 거의 시간마다 "밥은 먹고 다니냐?"를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땐 그 대사가 이 영화에서 씌였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이 시간마다 떠올린 대사였는데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단지 확인을 안해 봤을 뿐. 그런데 이번에 확인하고 새삼 그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상은 물론이고 인품이 좋으셔서 시나리오에 뜻이 있었다면 한 번 정도는 더 그 선생님에게서 배웠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래 볼 생각이었다. 그 선생님께 배웠던 5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워크숍 작품 하나 

완성 못하고 종강을 맞은 게 좀 아쉬웠다. 그래서 순수 창작은 그렇고 당시 내가 좋아했던 소설 하나를 각색해서 다시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근성이 없었던 건지, 정신을 차렸던 건지 그때 이후 시나리오 공부는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선생님은 작품에 들어가게 되서 당분간 학원을 떠나게 됐다는 사이트 공지를 보았다. 그런데 또 얼마 후 선생님은 다시 복귀해 시나리오를 가르치고 계셨다. 선생님의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어 본 적이 없으니 모르긴 해도 부침이 많은 영화판에서 선생님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오셨던 것 같다.

 

지금은 또 그 보다 세월이 한참 더 많이 흘렀으니 이제 영화 같은 건 감히 만들 생각을 못하시는 걸까? 그때나 지금이나 후배 감독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무슨 수로...  모든 건 때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도 전성기가 있으셨겠지.

 

선생님껜 차마 진지는 드시고 계시냐는 말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묻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는가. 그냥 지금 평안하신지, 건강은 하신지 여쭙고 싶긴 하다. 어쩌다 이런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을까?

 

봉준호 감독은 봉테일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디테일의 완벽을 추구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당시 선생님은 늘 말씀하셨다. 시나리오는 과학이라고.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말이 실감이 난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아귀가 딱딱 맞는 것이 서늘할 정도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수컷의 동물적 감각에 대한 영화 같기도 하다. 다 잡은 사냥감을 눈 앞에 두고 결국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동물의 안타까운 포효를 듣는 것도 같다. 악에 대한 응징, 정의에 대한 수호.뭐 이런 것까지 읽히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란 모티프에서 나온 영화가 아닌가. 만일 그 사건이 영구미제가 아닌 해결된 사건이라면 영화도 달라졌겠지.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너무나 완벽해서 영화의 교과서로 쓰일만 하다.

 

 

미제의 사건을 다뤄 처음 봤을 때는 그렇게 긴 영화일 거라고 생각 못했던 것 같다. 이제 보니 러닝타임이 2 시간이 넘는 영화였다.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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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16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은 먹고 다니냐는 아마 시나리오에 없었을 겁니다. 송강호 애드립이라고 하더군요..

stella.K 2016-08-17 13:4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런데 이미지 또 바꾸셨군요.
이 이미지가 좋은 것 같아요. 귄해요.ㅋㅋ

cyrus 2016-08-1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유명한 영화라서 그런지 검색하면 영화를 해석한 글들이 엄청 많아요.

stella.K 2016-08-17 13:46   좋아요 0 | URL
아직도 그런가...? 이 영화 10년도 더 된 영환데.

yamoo 2016-08-18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봉 감독이 유명해 지기 전에 2번 봤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한국 영화의 편견을 날려준 고마운 영화죠^^

영화가 뜨니, 이 영화를 분석한 책들도 엄청나더이다~ 이 영화가 들어간 평화 평론집은 쌔고 쌨구요~ㅎ

stella.K 2016-08-18 13:1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평론집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쪽엔 별로 관심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