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오빠의 3주기다. 특별히 기억할 것도, 챙길 것도 없다. 그냥 이렇게 기억하는 것으로 대신할 뿐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짧은 생애를 살다 갈 줄은.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것도 모르고 누군가 자기 보다 먼저 간 사람에게 연민을 보내곤 했겠지. 지금의 나처럼. 사실 엄마와 난 오빠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그때 오빠는 강릉의 호스피스 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임종은 언니네 가족들과 평소 땐 존재감이 없다가 막판에 빛을 발휘하는 내 동생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는 서울에서 내려 온 동생에게 나와 엄마를 부탁한다고 하곤 떠났다고 한다. 난 실제로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하고 떠났을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질 지경이다. 자기가 살아생전에 언제부터 나와 엄마를 끔찍이 여겼다고 그런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떠났을까.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한동안 잊혀지지 않아 난 한동안 오빠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인간의 기억은 어쩌면 그리도 집요하고 끈질긴 것인지. 형제를 잊는데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2년, 길면 3년이라더니 그것 또한 조금도 비껴가지 않는 것 같다. 그동안 엄마 문제로 오빠는 어느새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삶과 죽음의 문제는 나의 의식 어디쯤을 맴돌고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나는 오빠 보다 긴 생애를 살게 된다. 나는 또 얼마를 살다가 오빠가 갔던 길을 가게 될까? 지금으선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저 그는 나 보다 짧은 생애를 살다 갔다는 것만 인식시켜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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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2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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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18 13:00   좋아요 2 | URL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좋은 책 많이 보고,
글도 미루지 말고 빨리빨리 쓰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모든지 참지 말고 쌓아두지 말고, 본능에 충실해져 봐야지 하는데
그게 또 생각만큼 안 되요.
인내해야지, 참아야지, 연민의 마음을 가져야지,뭐 이런 쪽으로만
저의 회로는 장착이 된 것 같습니다.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7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구... 힘내요. 애도의 기간이 왔으니 진심으로 애도하시고 다음날에는 다시 밝은 모습으로 봐요. 스탤라 님...

stella.K 2016-08-18 13:02   좋아요 0 | URL
애도 끝!
짠 나타났지요. 어제와 다름없이.
요즘 곰발님 글 읽는 낙으로 사는 거 아시죠?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8 16:53   좋아요 0 | URL
어제 글 하나 저장해 놓긴 했는데 요거 까면 한동안 알라딘 마을 시끄러울 것 같아서 간 좀 재고 있습니다... ㅎㅎ

2016-08-18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8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8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08-1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가면 잊혀진다는 말은 위로가 되라고 하는 말일뿐, 아니더라고요.
저도 어제 무심코 오징어 땅콩 과자 봉지를 보는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지 뭐예요.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과자거든요.
3주기...아직도 기억이 생생할 것 같아요.

stella.K 2016-08-18 13:09   좋아요 0 | URL
그러실 거예요. 근데 아버지하고 형제하고는 다르긴 하더라구요.
저도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거의 5년은 간 것 같아요.
뭐만 해도, 어디만 가도 왜 그렇게 생각이 나던지.
나인님 지금 한창 생각나실 때죠.
근데 시간의 힘을 믿어보자구요.
전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이러다 누군가를 보내야할 때가 또 오겠지만...
주위에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더라구요.
나인님도 저로 인해 조금이나마 위로 받으셨으면 해요. 힘내자구요.^^

2016-08-1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8-18 13:10   좋아요 0 | URL
오, 그런 소설가가 있었군요.
고맙습니다.^^

blanca 2016-08-1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만 해도 그냥 행간의 복잡한 심정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가슴이 시큰해지네요. 저는 아직 덜 컸나 봐요.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 너무 무섭고 제가 잘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죽음`의 문제는 풀 수 없는 건데 자꾸 부딪히게 돼요. 이 글이 뭔가 담담하게 격려가 됩니다.

stella.K 2016-08-19 12:56   좋아요 0 | URL
그랬다면 다행이어요.
그래도 이만큼 쓸 수 있는 것도 그 복잡한 심정을
많이 뒤로 했으니까 쓰는 거랍니다.ㅎ
우리가 계획에 의해서 세상에 나온 건 아니잖아요.
그게 신의 관점에선 뜻이 있어서 태어났다고는 하는데...
얼떨결 세상에 와 열심히 주어진대로 살고 또 얼떨결에 가는 거죠.
혹시 브랑카님께 원치 않는 때가 올지라도 너무 당황하거나
슬퍼하지 말이요. 그냥 누구나 가는 길을 가는 것 뿐이니까.^^

페크pek0501 2016-08-2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앞으로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누구의 죽음이 있는 건지...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갖겠다는 생각으로 현재를 미래를 살아야 하겠죠?

오랜만에 로그인하고 댓글 씁니다. 아무리 더워도 찜통이어도 알라딘은 여전하다는 게 위로가 되는 날입니다.

stella.K 2016-08-21 13: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죽음을 생각하란 말도 있지만
사는 동안만큼은 삶은 산자의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잘 살아야죠.
이제 더위도 막바지입니다.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