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중고샵에서 건진 책이다.
시이소오님 요즘 송로버섯 얘기 심신치 않게 하시던데, 마침 읽다 보니 송로버섯에 관한 얘기가 나와서 옮겨본다.
이 송로버섯이 요물이긴 한가 보다. 승승장구하던 로시니가 1830년 <빌헬름 텔>을 끝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그때 그의 나이 38세. 76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 한 곡도 작곡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잘 나가던 로시니 은퇴를 하니 당연 소문이 무성할 밖에. 그중엔 '로시니는 송로버섯을 찾아내는 암퇘지를 기르려고 오페라를 접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돼지를 키우기 위해 절필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갈 판인데 송로버섯을 찾아내는 암퇘지라니?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돼지가 아니라 송로버섯이라고 한다. 송로버섯은 푸아그라, 캐비어와 함께 유럽 3대 진미다. 몇 년 전 우리나라의 한 와인 마스터가 9백 그램짜리 송로버섯 한 송이를 1억 6천만원에 구입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귀하고 비싼지 '땅속의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버섯은 지상에서 자라지만 지하 10~30 센티미터 지점에서 자라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 채취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톡 쏘는 향을 가지고 있어서 이걸 찾아내는데 암퇘지가 제격. 암퇘지는 후각이 뛰어난 데다, 송로버섯의 향을 맡으면 극도로 흥분해서 주둥이와 발굽으로 땅을 헤집고 기어코 송로버섯을 찾아낸다는 것. 게다가 송로버섯을 좋아하는 로시니는 평소 "진미와 요리를 즐기면서 송로버섯을 찾는 암퇘지를 키우며 지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은 없으나 로시니가 송로버섯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고, 그것을 이용한 요리를 개발하기도 했다. 만약 프랑스 고급 식당에 가서 메뉴판에 '로시니'가 붙은 요리를 발견하게 된다면 로시니가 개발한 송로버섯 요리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예를 들면, '루르느도 로시니' 하면 거위 간에 송로버섯을 곁들인 스테이크고, '필레 드 뵈프 로시니' 하면 푸아그라와 송로버섯을 곁들인 쇠고기 안심스테이크란다.
우리네 서민들이야 평생 먹을 일 없겠지만, 파란색 지붕 밑 우리의 그네님이 드셨다던 송로버섯 요리는 뭘지 상상이 가려나? 그런데 송로버섯을 평생 좋아했다는 로시니이고 보면 그도 굉장한 부자였나 보다. 또한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웬만한 전세값에 해당하는 버섯을 샀다는 와인 마스터 양반은 그걸 가지고 무슨 요리를 만들어 먹었을까? 우리네처럼 볶거나 국 끊여 먹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아무튼 귀한 몸인 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