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훌륭한 리더는… 맡겼으면 믿고, 시작하면 끝장본다
  • 명심보감으로‘위대한 상식’전파하는
    박재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 “문인지과실(聞人之過失)이어든 여문부모지명(如聞父母之名)하여 이가득문(耳可得聞)이언정 구불가언야(口不可言也)니라.”(남의 과실을 듣거든 부모의 이름을 들은 것처럼 하여 귀로는 들을지언정 입으로는 말하지 말라.)

      29일 서울 홍대앞 우리소리극장이 한문 독성 소리로 가득하다. 눈을 감은 채 몸을 좌우로 흔들며 성심을 다해 문장을 읊는 ‘학동’들. 기업 CEO, 교사, 주부, 대학원생 등 대부분 성인들이다. 박재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명심보감’과 ‘장자’를 주제로 지난 3월부터 월 1회 진행하는 ‘장락서원’ 공부 모임. 단순한 고전 강독이 아니다. 리더십과 삶의 지혜로운 처세를 습득하는 것이 목적. “고려 충렬왕 시절의 명신 추적(秋適)이 중국 고전에서 보배로운 말과 글만 가려 뽑은 명심보감엔 가족경영, 기업경영 등 오늘이나 매한가지의 고민을 하면서 살았던 당대 사람들의 처세법으로 가득하다”는 게 박 교수 설명이다.

      “부부는 멀어져 있고 형제간 의리는 상해 있고 동료는 경쟁의 대상일 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망가져 가는 요즘, 고전이 주는 위대한 상식을 새롭게 곱씹어보자는 뜻이지요.” 박 교수는 “명심보감을 비 내리거나 울적할 때 반드시 소리를 내어 읊어보라”고 권한다. “눈으로만 보는 공부는 깊이가 없습니다. 가슴으로 읽어야 그 뜻이 삶의 방식으로 체득되지요.” 명심보감에 담긴 가르침들 중 박 교수가 “이것만은 꼭!”이라며 강조한 세상살이, 집안살이에 필요한 구절을 소개한다.



    • ◆마음에 불을 더하지 말라…‘중용’이면 만사형통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중용(中庸).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것이 중(中)이요, 늘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용(庸)”이라는 박 교수는, “평균대 위의 체조선수가 균형을 잡기 위해 쉴새없이 고민하며 순간순간 판단하듯 중용은 역동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인간관계에서는 상황과 때에 적중하는 중용,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의지와 지혜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죠.” 균형과 중용을 위협하는 요소가 스트레스와 집착, 분노와 경쟁심이다. “분노가 심할수록, 생각이 많을수록 기운과 정신이 손상됩니다. 현자들은 충고하죠. 내가 갖고 있는 마음 위에 불을 더하지 말라고, 다만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이려니 하라고요.”



    • ◆한 번 시작하면 완성을…‘끝장 정신’이 선비정신

      셀프 리더십의 핵심이랄 수 있는 중용의 5가지 실천법도 몸에 익히자. ▲첫째가 박학(博學). 내 전공만 운운하는 사람에게서 혁신적 발상이 나올 수 없다. ▲둘째가 심문(審問)이다. 구석구석 깊게 물어야 완전하고 좋은 대답을 얻는다. ▲셋째는 신사(愼思). 한번 생각할 것을 몇 번이고 생각하는 습관이 성공을 부른다. ▲넷째가 명변(明辯). 판단이 불확실하면 일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다. ▲마지막이 독행(篤行). “다른 사람이 한 번에 그 일을 해내면 나는 백 번이라도 해낼 것이며 다른 사람이 열 번을 해 그 일을 하면 나는 천 번이라도 해낸다는 기천(己千) 정신이 있어야죠. ‘군자의 학문은 안 하면 안 했지 한번 하면 반드시 완성을 본다(君子之學 不爲則己 爲則必要其成)’는 끝장 정신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맡겼으면 믿어라, 지나치게 따지면 리더가 못된다


      명심보감은 직장 동료의 중요성도 설파한다. ‘먼 데 있는 물은 내 옆에서 일어난 불을 당장 꺼주지 못한다’는 글귀처럼 하루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함께하는 직장 동료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박 교수가 강조하는 ▲첫째 지침이 ‘맡겼으면 믿어라’다. 의심 나는 사람은 처음부터 쓰지 말되, 일을 함께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것. ▲둘째, 너무 따지지 말라.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따지면 친구가 없다. ▲셋째, 평소 은혜와 의리를 넓게 베풀어라. 살면서 어느 곳에서든 다시 만나지 않으랴. ▲넷째,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 당연한 일인데도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 별로 없다. ▲다섯째, 선입관을 버려라. 모두가 증오하는 사람도 반드시 내가 직접 살펴 판단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도 직접 살펴 결정하라.

      박 교수는 말한다. “도둑 명가에도 가풍이 있답니다. 누구보다 먼저 담을 넘는 용맹과 책임감, 다 훔치고 나서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의리, 수익을 공평히 나누는 인자함 등. 여러분 집안의 가풍은 무엇인지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랑스어에 노블리스 오블리제 라는 말이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사전적 정의는
    높은 신분에 따르는 정신적 의무라고 한다. 사회 지도층, 특히 상류층과
    귀족들이 마땅히 갖춰야 할 높은 도덕적 소양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은 물론 일종의 도덕적인 책무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어느 한 국가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국가의 지도층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갖춘다는 것은 문화적 전통만큼이나 오랜 역사적 기반을 요구한다.

    그 전통이 힘을 제대로 발휘할 때 그 국가는 융성했고, 그 정신적 축이
    힘을 잃을 때 국가는 멸망의 길을 걸었다.
    서구 사회에서는 귀족의 자식이나 국회의원의 자식이 군대에 입대하면
    무조건 제일 열악한 곳으로 보내게 되고, 또 그런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긴다고 한다.
    귀족으로서, 고위층으로서 그 사회에 져야 하는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 재벌 총수의 아들인 22세의 미국 국적을 가진 한 청년은 술값이
    웬만한 봉급자의 한달 월급보다도 많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종업원과 시비 끝에
    싸움이 붙어 여러 바늘 꿰맬 정도로 얻어 터졌고.
    자기 자식이 얻어 맞은 것을 참을 수 없어 경호원과 폭력배를 동원하여 복수를
    위하여 폭력을 행사한 재벌 회장의 희극적인 작태는 가히 목불인견
    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돈이 있으니 무소불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비슷한 힘이 있다고 착각한
    나머지 온갖 술수를 동원하여 아들의 복수 하겠다고 저지른 지금의
    사회를 볼 때 과연 이 사회에 정의가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초기 로마 제국시대에는 외적과의 끊임없는 전쟁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제2차 포에니 전쟁때 16년 동안 카르타고의
    한니발과 맞붙은 로마는,
    귀족들이 솔선수범하여 전쟁에 참가했고, 재산을 스스로 나라에 바쳐
    부족한 전비를 충당했다.

    그 당시 참전하여 전사한 귀족의 수가 무려 13만이나 되었다고 하니 그 당시
    귀족들은 일반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었고 높은 도덕적인 책임을 가짐으로써 로마가
    세계적인 제국으로 발전하는 초석이 된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는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게 역사적인 결과를 낳는다. 우리사회의 본질적인 갈등은 지역대립보다
    오히려 지도층과 피지도층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흔들리니 지도층이 내세우는 명예와
    부에 대해 다수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심각한 국가분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퍼온글/http://blog.daum.net/01099727411/5665269)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도넛공주 2007-05-2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이게 모두 '나 혼자 잘해서 여기까지 올라온거라구!'하는 생각때문 아닐까요..

    stella.K 2007-05-22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진달래 2007-05-2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도까진 안 되겠지만 가정과 사회에서 받은 거, 언젠가, 곧...
    정말 조금이나마 돌려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최인아의 ‘소심 리더십’

  • 김윤덕 엔터테인먼트부 여성팀장 sion@chosun.com
     
    • 김윤덕 엔터테인먼트부 여성팀장
    • 라면 원료에 공업용 쇠기름을 사용했다는 이른바 ‘우지(牛脂) 파동’(1989년)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삼양라면이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었던 데는 TV 광고가 한 몫을 했다. 각종 야채와 고명들로 장식돼 ‘눈으로 보기에만’ 먹음직하게 연출되던 기존 광고들과 달리 분식집·고시원 등지에서 ‘후후~’ 김을 식혀가며 라면 먹는 모습을 자연음 그대로 보고 들려준 이 광고는 삼양라면으로 하여금 ‘라면 종가’의 명예를 되찾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이 제일기획 최인아 전무다. 그는 얼마 전 삼성그룹 인사에서 최초의 여성 전무로 승진, ‘여자는 상무까지’로 제한돼 있던 삼성의 두터운 ‘유리 천장’을 깨뜨렸다. 말단 카피라이터로 입사, 커피 심부름부터 시작해 CEO 턱 밑까지 치고 올라간 저력 때문일까. 요즘 30·40대 커리어 우먼들 사이엔 ‘최인아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지난 주말 이화리더십개발원은 여간해선 공식 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는 최인아 전무의 특강을 듣기 위해 몰려든 직장 여성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30대 후반 여성들에게 최인아가 각별한 이유는 그의 출세작이랄 수 있는 광고 카피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가 이들이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던 90년대 초반에 히트한 때문이다. 은행 과장으로 일하는 한 여성은 “여직원이라고 무시당하고 소외될 때마다 책상 앞에 붙여둔 그 카피를 경구처럼 새기며 힘을 얻곤 했다”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솔직히 최인아는 전형적인 리더십의 소유자는 아니다. “취직은 해야 하겠고, 시험이나 쳐보자 한 곳이 광고회사”라니 치밀한 목표 의식이 없었고, “광고쟁이에게 필요한 ‘끼’와 재치, 순발력 중 내가 가진 게 하나도 없어 당황했다” 하니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도 아닌 셈이다. “지금도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으면 배가 살살 아프고 무대 위에 올라가서도 3분간은 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하니 카리스마와도 거리가 한참 멀지 않은가. 게다가 사표를 두 번이나 던졌었다. 그의 리더십이 얼마나 이상했으면 이를 연구한 학자도 있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박통희 교수는 연구 논문에서 최인아 리더십을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이며 인간관계의 폭이 좁은 여성이 창출해낸 프로페셔널리즘’이라고 분석했다.

      그녀가 ‘유리 천장’을 뚫은 비결은 뭘까. 최인아는 말한다. 광고쟁이로서 타고난 천재성이 없으니 치열한 전략적 사고로 승부를 걸었고, 큰 소리로 화 내는 게 싫어 후배들 앉혀놓고 조근조근 대안부터 마련했다고. 부하가 승진하면 폭탄주 난무하는 거나한 회식 대신 부하들의 아내와 자녀, 부모님 앞으로 감사의 편지를 적어 보낸다. 남을 흉내내지 않고 ‘나 생긴 대로’ ‘내 스타일 대로’ 창출해낸 리더십이다.

      강의 말미 한 여성이 물었다. 3년 뒤 당신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느냐고.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나도 모른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할 때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열심히, 바르게 걸어가면 길은 열리더라.” 똑똑하고 자기 주장 강한 ‘알파걸’ 들에 대해서는 “에고가 강하다고 해서, 재주가 많다고 해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게 아니더라. 사람들이 나하고 일하는 게 좋도록 만드는 것이 오래 가는 비결”이라고 충고했다.

      따지고 보면 최인아 리더십은 거친 남성들의 독무대였던 한국의 조직문화에서 소수자였던 여성이 스스로 개발해낸 토종 리더십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힐러리나 라이스, 피오리나의 공격적 리더십보다 최인아의 ‘소심한’ 리더십이 더 절실히 와 닿는 것도 그 때문이다.
       

  •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7-04-2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원래 잘 안 먹었어요. 농심이 제 입엔 맛더라구요. 그래도 이 최인아라는 분 대단하지 않아요? 아, 그러고 보니 라면이 먹고 싶네요. ㅋㅋ

    그린브라운 2007-04-2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농심파입니다만...^^ 그래도 이 분 멋지시네요~ 남 얘기 안같아서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퍼갈게요^^;;;

    stella.K 2007-04-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락방님.^^

    stella.K 2007-04-2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걸 못했답니다. 흐흑~

    stella.K 2007-04-23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사람 책 참 많이 읽어었는데...고마워요. 보관함에 뒀어요.^^

    hnine 2007-04-2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피라이터 초기 시절의 이 사람의 책 '프로의 남녀는 차별되지 않는다' 를 읽고서는 저와 코드가 맞는다 싶어 한동안 옆에 두고 생각날때마다 들춰보곤 했었던 기억이...그때가 대학 다닐 때인지 졸업 후인지...기억조차 가물가물해요. 그러더니 이렇게 크게 될 사람이었군요.

    stella.K 2007-04-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사람 책이 있었군요. 코드가 맞으신다니 에이치나인님도 소심리더십을 발휘하시는 분이신가 봅니다. 저도 그런 분 좋아해요.^^
     

  • ‘장날=재판일’ 판·검사들도 은어 쓴다
  • 벙커=깐깐한 부장판사… 술자리등 사석에선 검사끼리 ‘프로’라 불러
  • 김진 기자 mozartin@chosun.com
    이인묵 기자 redsox@chosun.com

    “오늘 장날이야.” ‘장이 서는 날’이라는 뜻의 ‘장날’은 판사들에게는 ‘재판하는 날’을 의미한다.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기적으로 수십 건의 사건을 재판하기 때문에 장날에 비유하는 것이다.

    법조계에는 다양한 은어(隱語)가 있다. 판사·검사와 피고인들 사이에서는 그들만의 ‘용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 피고인이나 수사를 받는 용의자가 들으면 곤란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골프장에서 모래가 들어 있는 우묵한 곳으로,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벙커’가 전형적인 예다. 재판장이 아닌 배석(陪席) 판사들 사이에서 시어머니처럼 까다롭게 구는 재판장(부장판사)을 일컫는 말이다.

    ‘몸배석’도 있다. 3명인 재판부에서 휴가 등으로 1명이 빌 때 옆 재판부에서 판사를 빌려와 법정에 몸만 앉아 있는 경우다.

    검사들은 술자리 등 사석(私席)에서 서로를 ‘프로’라고 부른다. 영어로 검사를 뜻하는 프로시큐터(prosecutor)에서 ‘프로’만 따 검사들이 부르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판사들도 따라했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판사’ ‘검사’라고 부르면 사람들 시선을 끌기 때문에 골프 프로선수에 빗대서 ‘프로’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몇 학년이지?” 검사들이 임지(任地)를 옮길 때 선배 검사가 묻는 말이다. 예를 들어 처음 임용된 서울중앙지검에 있다 지방 검찰청으로 전근 가면 2학년이 된다. 경력이 얼마나 됐는지를 알려는 의도다.

    피고인들도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쓰는 용어를 법정에서 사용한다. “연기 태워주세요”란 재판 일을 한 번 연기해 달라는 뜻인데, 피해자와 합의가 필요하니 버스를 태워주듯 연기해 달라는 말이다. ‘역기를 들었다’는 말은 검사가 요구한 형량과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이 같을 때 피고인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보통 검사 구형보다 판사 선고 형량이 낮은 편인데 들어 올리고 나서 그 자리에 내려놓는 역기의 성질을 빗대 표현한 말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협상의 기술’
  • 둘러보면 우리 일상도 6자회담·FTA같은 협상의 연속
    떠나는 애인 바짓가랑이 붙들기, 버럭 상사에게 보고…
    세상에 ‘협상’ 아닌게 없으니, 당신의 기술은 몇점인가
  •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 그 긴박했던 뒷얘기들 덕분에 요즘 ‘협상’이란 단어가 일반인들 사이 유행이다. 협상 관련 실용서가 인기를 끌고, 국내 협상 전문가들은 기업과 대학들의 강연 의뢰로 눈코뜰새 없다. 한국협상아카데미 대표로 외교통상부와 행정부에서 오랫동안 협상 컨설팅을 해온 김성형씨는 “몸싸움·대화 단절·극적 타결 같은 부정적 단어로 협상에 대한 이미지가 왜곡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성숙한 협상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반겼다. 그렇다면 협상은 훈련 받은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걸까? “아이를 달랠 때, 자매끼리 옷을 빌릴 때,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정리하거나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연봉을 재계약할 때 등등 우리의 일상이 협상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몇 가지 노하우만 알면 누구나 훌륭한 협상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 ◆1단계:협상장에서 커피가 중요한 이유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일단 협상을 터부시하는 분위기를 깨뜨려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협상의 기술’(베텔스만)을 펴낸 일본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히토가 일러주는 협상 분위기 조성 노하우는 이렇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첫 협상은 감성 시간대인 오후에 할 것. 특히 떠나가려는 애인에게 울며 매달려야 할 때는 이성 시간대인 오전보다 감성이 풍부해지는 오후가 좋다. ▲좋은 향기가 나는 장소에서 협상이 성공할 확률은 56%, 아무 향기가 없는 장소에서 성공할 확률은 20%. 부탁해야 할 입장이라면 커피와 따뜻한 쿠키를 준비해 협상장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한다. ▲떨지 않고 침착하게 협상에 임하려면 상대를 낮춰 평가하라. ‘저 인간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머리 스타일은 저게 뭐냐?’ 하는 식으로. ▲옷 색깔도 신중히. 난항을 겪을 것 같은 바이어와의 협상, 우리 회사의 의견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땐 반드시 검정색 정장과 검정색 줄의 손목시계를 찬다. ▲협상 초반엔 냉랭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따뜻한 표정과 어투로 옮아가라. 일명 ‘게인(gain) 효과’. 상대의 기쁨이 배가되고 협상의 여지도 커진다.


      ◆2단계:상대의 성향, 취미를 온전히 파악하라

      새로 만난 상사, 부하, 혹은 새로운 거래처 직원과 협상해야 할 때 필수 요건은 취향을 파악하는 것. 김 대표는 “지난번 북핵 관련 6자 회담이 진행될 때 회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스키로 화제를 삼았다는 뒷얘기가 있다”면서 “상대를 잘 파악해 관계를 잘 맺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영화나 주식, 감명 받은 책 이야기 등 일상적인 주제에 대해 질문을 한 후 상대가 다음 4가지 중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는지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①수치를 사용하면서 논리적으로 말하는지(합리적 자아), ②한 가지 이야기를 세밀하고 순차적으로 설명하는지(안정적 자아) ③인간적이고 감성적으로 말하는지(감성적 자아) ④여러 가지 주제를 넘나들면서 산만하지만 독창적으로 얘기하는지(혁신적 자아) 지켜보면 그 사람의 유형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새댁도 마찬가지. 시어머니가 냉장고를 어떻게 정리해놓았는지, 장농에 걸린 옷들의 색상과 브랜드가 비슷한 계열인지, 시아버지가 주로 읽는 책과 취미는 무엇인지 그 일상을 면밀히 살펴보면 ‘육아협상’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3단계:일단 “No!”를 외쳐라

      협상의 대화 노하우를 알아야 승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라. 신빙성이 높아진다. ▲인칭어를 많이 써라. ‘당신’ ‘나’ ‘○○씨’ 등 인칭어가 많을수록 상대가 내 이야기에 쉽게 집중하고 말려든다. ▲상대가 말할 땐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모습을 보인다. ▲낮은 목소리가 신뢰감을 높인다. 밀고 당기는 전략도 중요하다. ▲상대보다 정보를 더 많이 가졌다고 확신하면 자신이 먼저 제안한다. 생선을 살 때 내가 꼼꼼히 조사해간 자료를 제시하며 먼저 가격을 부르면 주인도 그 가격을 중심으로 흥정하려고 한다. ▲단, 상대보다 정보가 부족한 경우 먼저 제안해선 안된다. ‘당신이 이 분야의 전문가이니 먼저 말씀해보시라’ 하고 띄워준 뒤 그 사이 대안을 마련한다. ▲상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제안을 했을 경우엔 일단 “No!” 하라. “Yes” 를 외치는 순간 상대방은 판을 깰 생각부터 한다. 구두쇠 남편이 모처럼 “주말에 백화점에서 쇼핑이나 할래?” 하고 제안했을 경우 “정말?” 하고 감탄할 게 아니라 “좀 바쁘긴 한데, 귀고리 하나 사주면 생각해볼게” 하고 대답하라는 뜻.


      ◆4단계:단숨에 해결하기 벅찬 문제는 ‘야금야금’ 전술을

      쟁점이 큰 문제는 쪼개서 해결해야 한다. 이른바 살라미(salami) 전술. 얇게 썰어 조금씩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처럼 조금씩 순차적으로 세워놓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다. “게으른 남편을 가사와 육아에 동참시킬 때 ‘빨래 개어주면 손만두 쪄줄게, 아이랑 축구하고 놀아주면 여드름 짜줄게’ 하면서 조금씩 목표를 일궈가는 방식. 컴퓨터 게임만 하는 아이를 타이를 때에도 활용할 수 있다. 상대가 감당하기 크고 어려운 부탁을 먼저 해 거절하게 한 뒤 미안한 마음을 이용해 진짜 원했던 ‘작은 것’을 부탁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해외출장을 앞둔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1년만 아기 봐주시면 안될까요?’ 했다가 예고된 거절을 당한 뒤 ‘그럼 출장 가 있는 1주일 만이라도 부탁 드릴 게요’ 하는 식이다.

       

  • ■상대방을 움직이는 협상 전술

    ▲매사에 화를 잘 내는 상사=일목요연하게 사실(fact)만 얘기한다. 섣부르게 자기의 의견이나 감정을 덧붙이면 바로 핑계로 여겨져 상사를 더욱 분노하게 한다.

    ▲본심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부하=이른바 ‘중계법’을 활용한다. “네 진짜 목적이 뭐야?” 하고 다그치는 순간 협상은 깨진다. “김 대리가 말하려는 건 그러니까…” 하면서 운을 뗀 뒤 부하의 부연 설명을 이끌어내라.

    ▲체면 때문에 속 마음을 꽁꽁 숨기는 시아버지=회갑을 기념해 잔치를 원하시는지 여행을 원하시는지 알고 싶은데 대답 대신 공연히 투정만 부리시는 경우 “신문에 보니 요즘 유럽으로 회갑 여행 떠나시는 커플들이 엄청 많대요” 하면서 제안해 보는 게 좋다.

    ▲아내의 말이라면 무조건 쓸데없는 소리라고 여겨 “No!” 부터 외치는 남편=호기심을 유발하는 피크(pique) 기술을 활용한다. “봄 옷 한 벌 사내라” 대신 “23만원만 나한테 투자해봐, 뭔가를 보여줄 테니”가 더 효과적이다.

    ▲컴퓨터 게임이냐, 성적 올려 휴대전화를 선물로 받을 것이냐 사이에서 흔들리는 아이=“대학 못가는 책임은 전적으로 너에게 있는 거야” 하면서 강하게 밀어붙인 뒤 냉큼 자리를 떠난다. 단 최후의 수단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만 활용할 것.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협상의 기술’ 참조)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4-11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7-04-1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결혼하셨슴까? 몰랐다는...^^

    stella.K 2007-04-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22분님...일단은 님의 마음을 받겠습니다. 이렇게라도 써 주시니 저 또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고맙슴다.
    근데 그게 인기 서재의 애환 아니겠습니까? 내가 님의 서재 같았다면 꼬박꼬박 달았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