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날=재판일’ 판·검사들도 은어 쓴다
  • 벙커=깐깐한 부장판사… 술자리등 사석에선 검사끼리 ‘프로’라 불러
  • 김진 기자 mozartin@chosun.com
    이인묵 기자 redsox@chosun.com

    “오늘 장날이야.” ‘장이 서는 날’이라는 뜻의 ‘장날’은 판사들에게는 ‘재판하는 날’을 의미한다.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기적으로 수십 건의 사건을 재판하기 때문에 장날에 비유하는 것이다.

    법조계에는 다양한 은어(隱語)가 있다. 판사·검사와 피고인들 사이에서는 그들만의 ‘용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 피고인이나 수사를 받는 용의자가 들으면 곤란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골프장에서 모래가 들어 있는 우묵한 곳으로,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벙커’가 전형적인 예다. 재판장이 아닌 배석(陪席) 판사들 사이에서 시어머니처럼 까다롭게 구는 재판장(부장판사)을 일컫는 말이다.

    ‘몸배석’도 있다. 3명인 재판부에서 휴가 등으로 1명이 빌 때 옆 재판부에서 판사를 빌려와 법정에 몸만 앉아 있는 경우다.

    검사들은 술자리 등 사석(私席)에서 서로를 ‘프로’라고 부른다. 영어로 검사를 뜻하는 프로시큐터(prosecutor)에서 ‘프로’만 따 검사들이 부르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판사들도 따라했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판사’ ‘검사’라고 부르면 사람들 시선을 끌기 때문에 골프 프로선수에 빗대서 ‘프로’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몇 학년이지?” 검사들이 임지(任地)를 옮길 때 선배 검사가 묻는 말이다. 예를 들어 처음 임용된 서울중앙지검에 있다 지방 검찰청으로 전근 가면 2학년이 된다. 경력이 얼마나 됐는지를 알려는 의도다.

    피고인들도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쓰는 용어를 법정에서 사용한다. “연기 태워주세요”란 재판 일을 한 번 연기해 달라는 뜻인데, 피해자와 합의가 필요하니 버스를 태워주듯 연기해 달라는 말이다. ‘역기를 들었다’는 말은 검사가 요구한 형량과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이 같을 때 피고인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보통 검사 구형보다 판사 선고 형량이 낮은 편인데 들어 올리고 나서 그 자리에 내려놓는 역기의 성질을 빗대 표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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