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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꿔준 위대한 명언
진희정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그런 말이있다. 남이 내게 잘한 건 물에 새기고, 남이 내게 잘못한 것은 돌에 새긴다는 말. 이 말은 남이 내게 잘한 것은 하찮게 여기고 금방 잊는다는 말로 이해할수도 있겠지만, 또 어찌보면 그만큼 긍정적이고 좋은 것은 빨리 잊고, 부정적인 것을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 생각하는 인간의 속성을 의미하는 말로도 들린다.
사실 내가 이 책을 든 것은, 나에게도 있는 이런 오래되고 고질적인 습성을 조금이나마 상쇄시키고자 읽게된 책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고, 칭찬해 줄 땐 나도 꽤 쓸모있는 인간인가 보다 하다가도, 어디에선가 내가 인정받지 못하고 안 좋은 소리를 들을 땐 한없이 나 자신이 초라하고, 나를 그렇게 안 좋게 말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끊어오르는 분노가 있다. 젠장, 사람이 어떤 말을 듣느냐에 따라서 지옥과 천국을 오갈 수 있다니.
예전에 나는 남이 뭐라건 그것이 그렇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일까? 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사람의 죽고 사는 권세가 혀에 달려있다고 하지 않던가? 항우 장사의 힘을 제어하는 것 보다 세치 혀를 제어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누군가가 나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 보다 깍아 내리고 무시하는 말을 잊는 것이 더 어렵다. 하지만 그런 말을 오래도록 간직할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것을 잊지 못하고 곱씹는다는 것은 그말을 긍정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영혼에 미칠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그러므로 사람은 될 수 있으면 나에게 좋은 말을 해 주는 사람과 있는 것이 좋고, 책도 좋은 말이 담긴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세상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각장마다 두 사람씩 총 48명을 다루고 있는데, 동시대의 사람이건 그렇지 않던 같은 분야에서 최고라고 인정할만한 사람들을 비교해 놓은 책이다. 하지만 비교라고 해서 누가 누구 보다 이점이 좋고, 저점은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을 놓고 이 사람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여 지금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었으며, 이 사람은 어떤 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다져서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가를 저자의 깔끔한 해설로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의 명단 가운데는 몇 세기를 관통한 세계적 위인만을 열거해 놓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랬다면 어른을 위한 위인전기 다이제스트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고있는 알만한 친근한 사람도 눈에 띈다. 예를들면,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나, 총각네 야채가게의 이영석,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나 야구의 박찬호, 산악인 엄홍길 등. 물론 그들도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대 쳐놓고도 너무 유명인이라 약간의 거리감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세상은 유명인 보단 평범하게 사는 소시민이 더 많은데 이런 책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성공을 부추긴다. 그러기엔 너무 식상한 소재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도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도 좋다는 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괜히 이런 사람의 이야기를 다이제스트로나마 접한다고 내가 바로 성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성공 못한 사람이 느껴야 하는 자괴감이란 얼마만한 것인가 헤아려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자기가 본래 가지고 있는 능력의 반의 반도 다 쓰지 못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할 때, 이 책의 48명이 들려주는 자기 삶의 이야기를 그런 볼멘 소리로 일축시키고 귀를 막고 살아도 되리만큼 내가 그렇게 내 삶에 떳떳하고 자랑스러울까?
이 책에 열거된 사람들은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보고 한 말들이다. 이를테면, 산악인 엄홍길은 산은 공들여 올라가는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고 말했고, 흑인이면서 사생아였고, 뚱뚱했고 미혼모였던 오프라 윈프리는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하며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서 오히려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게 만들었다. 그밖에 박찬호나 마이클 조던도 처음부터 유명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 책은 한동안 의기소침해 있었던 나에게 다소나마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어느 때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럴 때 슬픈 음악이나, 염세주의적 책을 탐독했더라면 어떻게 할 뻔했는가? 최근 나는 한 모임을 나가고 있는데, 처음엔 도대체 이 사람들과 내가 뭘 할 수가 있을까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조금 있어보니, 이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인정받은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나는 별 볼 일이 없어도 사람네들과 함께하면 어느 샌가 나도 뭔가를 하고 있지 않을까란 희망이 생겼다.
숲은 좋은 것이긴 하지만, 인간의 숲은 예외여서 내가 어떤 숲에 있느냐에 따라 내 운명이 달라질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조금이라도 배울 것이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또한 그런 사람들의 모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선인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나무가 될 것이다. 내가 있는 숲에 나처럼 거니는 사람이 있겠지. 그랬을 때 나는 그 사람의 어떠한 나무가 되고, 어떤 숲이 되어줄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