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투표를 하고 왔다. 매번 투표를 할 때마다 당황스럽다고 해야할까? 도박하는 느낌도 들고, 선거 때만 들끊지 평소엔 관심도 없으면서 뭔가 작두를 타는 느낌도 든다. 유권자가 된 후 한번도 어떤 설렘과 기대 뭐 이런 게 없다. 그냥 해야한다고 하니까 할뿐. 과연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누군가의 말엔 동의한다.


2. 엄마가 지난 주 화요일 날 샤워를 하고 나오다 다쳐서 환자가 됐다. 여간해서 뭘하다 다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하필 나 없을 때 다쳐서 좀 많이 당황스럽긴 했다. 물론 내가 있다고 해서 안 다쳤을 거라는 건 아니지만 노친네가 누구의 부축도 받지 못하고 혼자 버둥댔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덕분에 엄마를 보살피고 가사 일은 감당하느라 솔직히 죽을 맛이다. 그렇다고 엄마 앞에서 죽상을 하고 있을 수는 없고. ㅠ 


그나마 다행인건 날씨가 따뜻해지고 스트레칭 덕분인지 내 다리가 많이 좋아졌다는 것. 안 그랬으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아, 그리고 지금 엄마도 처음 보단 좋아지고 있다. 



3. 처음엔 별로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처음 몇부만 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둬야지 하고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깔끔하고 좋지만, 이혼 전문 로펌을 배경으로 결혼과 이혼에 대한 다양한 군상과 시사점을 보여준다. 흔히 사람들은 이혼을 쉽게 생각하지만 실상 그렇지가 않다. 서류상으로 이혼했다고 완전한 이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제목이 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완전한 남도 완전한 우리도 될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잘 표현했다. 이혼은 혼자 잘 살 수 있을 때 온전한 이혼이 되는 걸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4. 통일은 어떻게 올까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솔직히 난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TV에서 한 탈북자의 신앙 간증을 들으면서 통일은 의외의 방법으로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탈북자는 배우 송승헌을 너무 좋아해 그가 나온 드라마를 보면서 탈북을 꿈꿨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연예인, 배우들이 통일에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한 소리같지만 아주 근거없는 소리 같지는 않았다.


5. 이번 주 '인간극장'은 KBS 교향악단을 배경으로 그곳 연주자 세 남자 단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KBS 교향악단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건 짐작으로도 알 수 있지만 그렇게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곳일 줄은 정말 몰랐다. 인턴, 레지던트 고생하는 것만큼이나 그들도 고생한 노력파들이라는 건 새삼 일깨워 준다. 또 그런만큼 자부심이 대단했다. 보면서 잠시 나의 어린 시절도 되돌아 보게 됐다. 


나의 초등학교 졸업반 때 내가 속한 반이 합주반이었다. 다른 반이 수업을 파할 때 우리 반은 매일 두 시간씩 남아서 연습을 해야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끼리 경연을 치르는 것이고, 내가 속한 파트는 멜로디혼이었는데 연습이 지겨워 죽을 맛이었다. 예선, 본선도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나중엔 뭔가 자부심이 느껴졌고, 함께 하는 것의 중요함도 배우고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지금 저들도 그런 마음이겠지 싶다. 아무튼 노력하는 그들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이번 생은 불가능하겠지만 다음 생엔 나도 연주자가 되어 볼까? ㅎ 자꾸 나이 든다고 푸념만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심기일전하는 인생이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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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4-04-11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대구에 녹색정의당 같은 소수 정당에 소속된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여당을 선호하지 않고 비판하는데 정작 대구 투표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에요. 투표할 때마다 결과가 벌써 보여서 선거 일이 되면 기분이 즐겁지 않아요. ^^;;

2. 어머니가 완쾌 중이라서 다행이에요. ^^

stella.K 2024-04-11 09:5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럼 그쪽은 샤이 여당이 많은 걸까? 나도 어제 군소정당에 찍었는데 물론 안 될 줄 알면서 찍었다. 지금의 거대양당 체제가 언젠간 약화되기 바라면서.
엄니는 치료가 빠른 편이라 나도 다행이다 싶긴한데 연로하셔서 아직 완전 안심하면 안될 것 같아. 고맙다.^^

blanca 2024-04-11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정말 고생하셨네요. 어머님 빨리 회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저 드라마 너무 재미있겠어요. 볼 방법을 연구해봐야겠네요. 통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stella.K 2024-04-11 10:59   좋아요 0 | URL
브랑카님, 고맙습니다. 저 드라마 정말 좋았어요. 법정 드라마라 흥미롭기도 하고요. 저는 지니 TV로 봤는데 넷플릭스 같은데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 북한의 고위층들이나 그 자제들이 탈북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구요. 정유나라고 하는데 북한에선 최고 엘리트더군요. 유튜브에서 이름을 치면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여자가 아주 똑똑하고 말을 어찌나 잘 하던지. 괜히 남남북녀가 아닌가 보다해요. ㅋ

서곡 2024-04-11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두 타는 느낌 ㅎㅎㅎ 재미 있게 잘 읽었습니다 어서 완쾌하시길요!!!

stella.K 2024-04-11 13:48   좋아요 1 | URL
정말 그래요. 뭔지도 모르고 투표를 해야한다는 게. 국민들을 그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ㅋ

페크pek0501 2024-04-14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인들은 환자가 되기도 하면서 늙더라고요. 저희 어머니도 그러세요. 그나마 크게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스텔라 님의 다리가 많이 나아졌다니 참 다행입니다. 눈과 다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stella.K 2024-04-14 20: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엄마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놀라기도 했지만
엄마도 늙는구나 싶더군요.
오늘도 교회 성경공부 때 함께 하는 분들이랑 그런 얘기를 나눴는데
노인분일수록 환경을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젊은 사람 같지가 않아서 여기저기 부딪치고 까지고 그런다네요.
노인분 모시기가 참 어렵지 싶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