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나 「고통의 문제」 등으로 이미 국내에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대단한 영적 통찰력을 지닌 작가이지 않는가? 내용이 쉽지 않은 면도 있던데….
지난해 영국에 갔을 때 잠시 머문 집 주인이 루이스의 애독자였다. 그에게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 한국어판을 보여 주며 “내용이 쉽지 않다”고 말하자, “쉽지 않은 게 아니고 깊이가 있다”고 대답하더라. 그 말에 수긍했는데, 정말 쉽지 않다기보다 그 깊이가 여느 작가들과 달라 ‘쉽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예기치 못한 기쁨」에는 ‘C. S. 루이스 회심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지금까지 나온 루이스의 책들과 달리 지극히 사적인 고백들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그 점이 「예기치 못한 기쁨」의 큰 매력 중 하나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루이스의 어릴 적부터 청년기까지 사진들이 맨 앞에 별도 편집돼 있어 흥미를 더한다. 루이스는 머리말에서 “내가 어떻게 무신론자에서 그리스도인으로 회심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대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의 대답은 아주 성공적이다.

내용을 짤막하게 간추려 들려준다면?
루이스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고 상상하기를 좋아했다. 이미 다섯 살 때 직접 동화를 쓰고 그 동화의 삽화를 그릴 정도였다. 암에 걸린 어머니의 죽음은 그에게 하나님에 대한 회의를 가져다 준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 후 여러 학교를 거치면서 그는 희미하게 남아 있던 신앙의 그림자를 모두 지워버리고 마침내 중학교 시절에는 무신론자가 된다.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가기 전 커크 패트릭이라는 개인 교사에게 배우게 되는데, 패트릭은 무신론자에다 철저한 변증주의자였다. 그런데 그에게 배운 변증론적 사고가 나중에 루이스의 무신론을 깨는 무기로 쓰이게 된다는 점은 참 흥미로운 역설이다. 1929년 루이스는 여름 학기에 ‘하나님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회심을 두고, 하나님께 ‘강제로 끌려갔기 때문에’ 제 발로 집을 찾아간 탕자보다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특별히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 주목해 읽어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루이스의 책들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할까?’하고 절로 탄성이 나오는 적이 허다하다. 「예기치 못한 기쁨」은 루이스의 생각의 속살이 오래도록 씹히는 책이다. 또한 이 책은 큰 틀에서 종교적 회심을 그리고 있지만, 문체나 글의 구성상 영문학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문체뿐 아니라 그 문체를 고스란히 맛보게 해 주는 번역, 자기 고백적인 생각, 사고의 편린들을 한 올씩 음미해 보라. 그리고 번역자의 분투를 보여 주는 역주(譯註)를 성실히 따라가 보라. 그러면 왜 다 읽고 난 사람들이 ‘이런 재미가 있는 책도 다 있네’라고 말하는지 알게 된다.


글·옥명호 홍성사 편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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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박사 2004-03-1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인적으로 c.s.루이스를 좋아합니다만.. 이 책은 읽다가 말았습니다. 그 예기치 못한 기쁨을 발견하기까지 좀 지루하더라고요. 아마, 지금 읽으면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stella.K 2004-03-15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읽지도 못했습니다. 전 귀가 얇아 남의 얘기 잘 듣는 편인데, 설박사님 때문에 이 책 고려대상이 되었네요. 저에겐 이 책이 '예기치 못한 슬픔'이 될 것 같습니다. 어쩌죠...흠흠.
 

[책마을] 색깔 있는 세계 문학 4選


◆ 캣츠(T S 엘리엇 지음/김승희 옮김/문학세계가/6800원)

계미년 새해, 우리말로 옮겨진 세계문학이 풍성하다.

20세기의 대표적 시인 T.S.엘리엇(1888~1965)이 1939년에 출간한 우화 시집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이 ‘캣츠’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이 시집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캣츠’가 대중들에게 훨씬 더 친숙한 탓이다. 고양이 세계에 빗대 영국 사회와 인간군상을 풍자하고 있는 유쾌한 작품. 에드워드 고리가 그린 삽화와 영문 원작시도 함께 볼 수 있다.

◆ 모독(체루야 살레브 지음/서유정 옮김/전2권/푸른숲·각권 8000원)

지난해 출간된 이스라엘 작가 체루야 살레브(44)의 장편 ‘남편과 아내’에 감동한 독자라면 이 작가의 두번째 장편 ‘모독’을 놓칠 수 없다. “여성 독자라면 이 이야기에 본능적인 일체감을 느낄 것이며, 남성 독자라면 고삐 풀린 섹스의 생생한 묘사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뉴욕 타임스)라는 평가가 아니더라도, 서른 살 여성 야아라의 삶을 통해 연애소설과 성장소설, 심리소설을 아우르는 맛깔스런 독서가 가능하다.

◆ 사랑(도미니크 페르낭데즈 지음/이원희 옮김/작가정신/1만5000원)

공쿠르상 수상작가 도미니크 페르낭데즈(74)의 ‘사랑’은 소설로 풀어낸 예술사 기행이다. 나폴레옹이 위세를 떨치던 19세기, 7인의 미술학도가 주도적으로 결성한 모임 ‘루카스분트’가 자신들의 예술적 이상향인 이탈리아로 여행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베토벤, 프리드리히 싱켈, 스탕달 등 19세기를 풍미한 위대한 예인들이 화려한 문장으로 부활한다.

 

 

◆ 크립토노미콘(닐 스티븐슨 지음/이수현 옮김/전4권/책세상·각권 9000원)

마지막, 4권으로 완결된 닐 스티븐슨(43)의 ‘크립토노미콘’은 독특한 소설읽기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암호의 서’로 옮겨질 이 장르소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암호해독 경쟁과 근(近)미래의 인터넷 사업을 치밀하게 엮어내고 있다. ‘해커들의 헤밍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작가는 특유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컴퓨터광들을 독자로 거느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한 간부는 “우리 회사에서 그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할 정도. 새 책에 대한 갈망과 그 책을 손에 넣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정초, 색깔 있는 세계문학과 함께 정신의 키까지 무럭무럭 키울 기회다.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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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가 방송되기 시작한 건 아마도 작년 가을 KBS1이 개편 하고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꼭 볼려고 해서 본 건 아니었는데, 마침 채널을 돌리니, 86년도 였던가? 임수경이 북한에 간 것을 재조명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부터 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시절 전대협은 이적단체로 낙인이 찍혔고, 임수경은 무슨 빨갱이의 앞잡이가 된 양 매스컴에선 연일 그녀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2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다. 그 프로에선 그 진실을 벗겨냈던 것이다. 정말 세월이 많이 지났다. 매스컴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동안 그녀와 그의 가족들이 당했을 정신적 피해가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왜 그 모든 것을 무릎쓰고 북한을 다녀왔어야만 했는가?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이냐는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그 시절은 군부독재가 횡횡했던 시절이라 뭐든 반공이데올로기적 성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그 시절 잘 몰랐던 사람들은 임수경 씨를 손가락질하고, 욕하기를 서슴치 않았을 것이다. <인물현대사>는 보다 완곡하고 온건한 시각으로 그녀를 조명하고 있었다.

그 후 난 내가 몰랐던 그 시절을 80년대를 알고 싶었다. 나도 그 시절을 몸소 살았건만, 난 그 시절과 전혀 상관없이 살았기 때문에 난 그 시절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인물 현대사>는 임수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사람의 자취를 여러사람의 인터뷰와 자료로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내가 그 프로를 보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처럼 비난 받는 국회의원 중엔 가장 최근까지 '빈자천하지대본'을 외쳤던 정말 청렴한 '제정구' 국회의원이 있었다는 걸 어찌 알았을까? 내가 그 프로를 보지 않았다면 김재규로 하여금 박정희 대통령을 끝내 죽으로 몰아가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차지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을까?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변호사 이태영 박사는, 자신의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씨는...

그걸 보고 있으면 아, 이 나라에 애국자가 정말 많이 있었구나 새삼 자긍심이 생긴다. 우리나라에 태극전사만이 나라를 위해 애국했을까? 

역사는 어려운 학문이라고 한다. 특히 어느나라나 근현대사는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인물 현대사>는 딱딱하지 않고 쉽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난 이 프로가 오래 살아남았으면 한다. 오늘도 <인물 현대사>는 한다. 밤 10시에. 우리가 좋아하는 국민배우 문성근의 낮은 저음에 실려. 나는 오늘도 그 시간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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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04-02-2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물현대사 좋은 프로입니다. 전 장준하 선생님편 보고 불끈 올라오는 분노를 느겼습니다.

stella.K 2004-02-27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저도 장준하 선생님편 봤어요. 정말 동감입니다. 너무 안타까왔구요. 그분의 책을 한번 봐야겠다는 의무감도 생겼구요. 메시지님은 장준하 선생님 책 읽어보셨나요? ^^
 
 전출처 : 도서관여행자 > 해방 이후 가장 뛰어난 번역서?

해방 이후 가장 뛰어난 번역서는 무엇일까?
각 출판사의 추천을 받은 90명의 현역 번역가들이 설문으로 뽑은 해방 이후 가장 뛰어난 번역서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1992 개정증보판)
2. 가브리엘 마르케스, 안정효 옮김,『백년 동안의 고독』(문학사상사,1973)
3.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옮김,『카뮈 전집』(책세상,1987~)
4.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옮김,『영혼의 자서전』(고려원,1981)
5. 아놀드 하우저, 백낙청/염무웅/반성완 공역,『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창작과 비평사,1974~1981)



역시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하나 하나가 정말 쟁쟁한 책들이다.
물론 일률적으로 번역이 잘된 책을 뽑는다는 게 객관적인 자료라고 보긴 어렵지만, 공통적인 추천을 받은 책들에는 처음 출판된 년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대를 뛰어넘어 꾸준히 읽히는 좋은 번역의 표본이면서 현재 한국 번역문학계의 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지표 구실을 충분히 한다.

(조희봉 씨 글 중에서...)

http://www.8hobook.co.kr/common/pds/pds_list.asp?DataI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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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2-2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09님, 지구야경 퍼가셨더군요. 정말 반가워요.
위의 뛰어난 번역서 중 장미의 이름만 전 읽어봤군요. 안정효의 번역이 많네요.
앞으로 읽어봐야겠어요. 전 오늘 피터팬(비룡소 완역시리즈)를 샀어요. 큰아이(5학년)도 읽고 저도 보려구요. 서강대 장영희교수의 번역이고 번역상까지 받았더라구요. 장영희교수의 칼럼을 몇번 읽은 적이 있는데 참 좋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아이에게 책을 주며 이런이야기들 하니까 눈이 동그래서 쳐다보네요.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야기까지요.
또 종종 들리기로 해요. ^^

stella.K 2004-02-2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영희 교수의 글을 좋아합니다. 저희는 조선일보를 구독하는데, 매 격주 토요일이면 그의 글을 읽을 수가 있죠. 어쩌면 그리도 편안하고 격조있게 글을 쓰는지...번역상까지 받으셨다니 저도 님이 사신 '피터팬' 한번 사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전 비록 5학년 된 큰 아이는 없지만. ㅎㅎ! 우리 자주 뵈요. 평안하십시오!

비로그인 2004-03-0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놀드 하우저의『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번역한 백낙청에 전 한 표 던집니다! ^^

stella.K 2004-03-0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전출처 : 하얀우유 > 국어시간에 소설읽기,

이책을 읽으면 국어시간이 좀더 쉬워질 겁니다.

소설의 내용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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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박사 2004-02-2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 시간에 소설 읽으면 선생님한테 혼나지 않나요? ㅋㅋㅋ

stella.K 2004-02-2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에선 좋은 글 있으면 필사 교육도 한다는데... 우리 학교 수업 시간 때 교과서 위에 자기 좋아하는 책 겹쳐서 세워 읽곤 했었죠. 그때 하늘 같으신 선생님을 속이는 스릴이란... 전 워낙에 모범생이라 그러진 않았답니다. 그러니까 이 나이 먹어서 이런 책 읽으려고 찜해놓고 있는 거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