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색깔 있는 세계 문학 4選


◆ 캣츠(T S 엘리엇 지음/김승희 옮김/문학세계가/6800원)

계미년 새해, 우리말로 옮겨진 세계문학이 풍성하다.

20세기의 대표적 시인 T.S.엘리엇(1888~1965)이 1939년에 출간한 우화 시집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이 ‘캣츠’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이 시집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캣츠’가 대중들에게 훨씬 더 친숙한 탓이다. 고양이 세계에 빗대 영국 사회와 인간군상을 풍자하고 있는 유쾌한 작품. 에드워드 고리가 그린 삽화와 영문 원작시도 함께 볼 수 있다.

◆ 모독(체루야 살레브 지음/서유정 옮김/전2권/푸른숲·각권 8000원)

지난해 출간된 이스라엘 작가 체루야 살레브(44)의 장편 ‘남편과 아내’에 감동한 독자라면 이 작가의 두번째 장편 ‘모독’을 놓칠 수 없다. “여성 독자라면 이 이야기에 본능적인 일체감을 느낄 것이며, 남성 독자라면 고삐 풀린 섹스의 생생한 묘사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뉴욕 타임스)라는 평가가 아니더라도, 서른 살 여성 야아라의 삶을 통해 연애소설과 성장소설, 심리소설을 아우르는 맛깔스런 독서가 가능하다.

◆ 사랑(도미니크 페르낭데즈 지음/이원희 옮김/작가정신/1만5000원)

공쿠르상 수상작가 도미니크 페르낭데즈(74)의 ‘사랑’은 소설로 풀어낸 예술사 기행이다. 나폴레옹이 위세를 떨치던 19세기, 7인의 미술학도가 주도적으로 결성한 모임 ‘루카스분트’가 자신들의 예술적 이상향인 이탈리아로 여행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베토벤, 프리드리히 싱켈, 스탕달 등 19세기를 풍미한 위대한 예인들이 화려한 문장으로 부활한다.

 

 

◆ 크립토노미콘(닐 스티븐슨 지음/이수현 옮김/전4권/책세상·각권 9000원)

마지막, 4권으로 완결된 닐 스티븐슨(43)의 ‘크립토노미콘’은 독특한 소설읽기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암호의 서’로 옮겨질 이 장르소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암호해독 경쟁과 근(近)미래의 인터넷 사업을 치밀하게 엮어내고 있다. ‘해커들의 헤밍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작가는 특유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컴퓨터광들을 독자로 거느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한 간부는 “우리 회사에서 그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할 정도. 새 책에 대한 갈망과 그 책을 손에 넣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정초, 색깔 있는 세계문학과 함께 정신의 키까지 무럭무럭 키울 기회다.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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