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받아들이려던 이슬람 화가를 누가 죽였나

 이난아 옮김/ 민음사/ 전2권


 
 
이슬람 문화의 꽃인 세밀화를 통해 동·서양 문화의 충돌과 진정한 예술의 독창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1591년, 눈 내리는 이스탄불의 외곽 우물 바닥에 죽어 누워 있는 시체의 하소연으로 시작된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현대 터키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하나인 오르한 파묵의 이 소설은 세밀화가 엘레강스를 살해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역사 추리 형식으로 구성했다. 그는 술탄(회교국의 군주)의 밀서(密書)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술탄의 밀서 제작 책임자인 에니시테는 수년 전 베네치아의 궁정에서 보았던 초상화의 매력에 푹 빠져, 유럽의 화풍을 도입한 삽화 책을 만들자고 술탄에게 건의한다. 술탄의 세계를 서양화풍으로 그린 책을 비밀리에 만들라는 명을 받은 에니시테는 궁정화원에서 가장 기예가 뛰어난 장인들을 선발해 작업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화가들은 에니시테를 통해 서양 미술의 충격을 받게 되고, 이것은 그들 사이의 불안과 갈등을 일으킨다.


▲ 현대 터키문화의 대표작가 오르한 파묵.

이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시대적 격변기에 갈등하고 고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예술가 소설로 읽힌다. 갈등구조는 옛 이슬람 회화의 전통에 서양의 새 미술사조가 도전장을 들이미는 형국이다. 비록 16세기를 배경으로 했지만, 구세대·신세대 갈등이나 동?서양 대비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자리한 터키의 독특한 정체성을 탐구 하고자 하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르게 그림을 그리는 게 곧 다르게 본다는 것을 뜻할까?”(58쪽) 서양의 화가들이 원근법을 사용하고 사실적으로 대상을 재현해 인간 중심의 세계를 추구하는 반면, 이슬람의 전통화가들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대상을 평면적이고 투시적으로 묘사해 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이 충돌은 급기야 엘레강스와 에니시테의 연쇄 살인사건으로 이어진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러브스토리가 끼어든다.

절세 미인 셰큐레를 어릴 적부터 사랑해 온 카라, 그녀를 향한 맹목적인 연정을 버리지 않는 시동생 하산, 그리고 자신의 딸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늘 곁에 두고 싶어하는 아버지 에니시테 사이의 미묘한 심리전이 불꽃을 튀긴다.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인 작가는 세 남자의 운명을 바꿔놓은 매혹적인 여인 셰큐레를 통해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심리와 행동방식을 정교하게 보여주고 있다.


▲ 이슬람 문학의 대표적인 러브스토리인 '휘스레브와 쉬린'을 모티브로 그린 세밀화. 이 장면은 목욕하는 쉬린을 몰래 훔쳐보는 휘스레브를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각 등장인물이 번갈아가며 화자(話者)로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살해당한 시체, 그림 속 개와 나무, 빨강(색), 악마, 금화까지 말을 한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차곡차곡 쌓아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하는 식이다. 이러한 서사기법은 각각의 인물이나 사물이 처한 정황과 생각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면서 범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지적 추리를 유도한다.

어릴 적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오르한 파묵은 일찍부터 오스만 제국 당시에 제작된 세밀화 들을 모사하며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소설에는 슐레이만 대제 시대의 궁정화원장으로‘축 제의 서’를 제작한 오스만, 이슬람 세밀화의 대가인 비흐자드, 이슬람 세밀화의 중요 화파 가운데 하나인 헤라트파의 생성과 소멸과정이 재현된다.

여기에 페르시아 문학의 최대 러브스토리‘휘스레브와 쉬린’을 비롯, ‘레일라와 메즈눈’‘유수프와 줄라이하’등 전설과 민담, 루미·자미·로크만 등 대표적 시인과 역사가들의 작품도 등장시켜 16세기 말 이스탄불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최홍렬기자 hrcho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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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고 싶은데 어덜지...서평들 많이 올라오면 보고 살려구요. ㅋㅋ

stella.K 2004-04-27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왠지 땡겨요. 서양 예술에 비해 이슬람 예술은 정말 잘 모르고 있잖아요. 더구너 터키 작가라...어, 근데 제가 강릉댁님을 설득하고 있는 것 같군요. ㅎㅎ!

waho 2004-04-2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 지금 확 사버릴까 아님 기다렸다 서평 보구 살까하다 서평 올라오는 거 보구 살려구요.ㅎㅎㅎ 요즘 책 값이 너무 많이 나가서 울 남편에게 미안해서리...신중 구입!
 
 전출처 : panda78 > [퍼온글] 살 찌는 과일 살 빼는 과일

비타민도 풍부하고 칼로리도 낮아 다이어트의 대안처럼 여겨졌던 과일. 하지만 무심코 먹어왔던 과일 중에 다이어트의 적이 숨어 있다는 사실. 칼로리와 혈당지수를 꼼꼼히 비교해 가려냈다. 살찌는 과일 vs 살 안 찌는 과일 리스트.

[ 살 빠지는 과일의 조건 ]


1. 칼로리가 낮은 것
과일은 살이 찌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에 한자리에서 귤을 5~6개씩 먹는데, 중간 크기 귤 한 개의 열량은 62kcal. 무심코 먹은 과일 몇 개가 밥 한 공기와 같은 열량을 낸다. 자주 먹는 과일의 칼로리를 체크해 한 번에 50kcal 안팎으로 먹고, 하루에 150kcal 정도만 섭취해야 살이 찌지 않는다. 파인애플, 멜론 등 열대 과일이 칼로리가 높다.

2. GI가 낮은 것
과일 다이어트에서 칼로리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혈당지수인 GI. 과일에는 단맛을 내는 과당이 많이 함유되

어 있는데, 과당은 흡수가 빠르고 지방으로 쉽게 변하기 때문. 즉, GI가 높은 달콤한 과일은 쉽게 우리 몸의 허벅지와 배의 살로 변한다. 또한 GI가 높을수록 소화 흡수가 빨라 배고픔을 쉽게 느낀다. 키위, 토마토, 레몬 등 신맛 나는 과일이 GI가 낮다.

3. 섬유질이 풍부한 것
섬유질엔 열량이 없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포만감을 주어 배고픔을 잊게 한다. 섬유질은 장을 통과할 때 지방질 성분을 같이 끌고 나갈 뿐 아니라 다이어트의 강적인 변비에도 좋다. 배, 사과, 복숭아 등 먹기 좋고 부드러운 과일보다 딱딱한 과일에 섬유질이 많다. 과일은 껍질에 식이 섬유소와 영양 성분이 많기 때문에 껍질째 먹는 것이 건강과 다이어트 모두에 좋다.

[ 과일 제대로 먹기 ]

1. 되도록 아침에 먹고, 밤에는 먹지 않는다. 과일의 비타민이 활성화되는 데 보통 3~4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전에 먹어야 오후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당도가 높은 과일을 밤에 먹으면 살이 찐다.

2. 과일은 식후 디저트로 먹지 말고, 식사와 식사 사이 공복감을 느낄 때 먹는다. 식후에 바로 먹으면 밥과 함께 혈당지수를 높여 지방으로 쉽게 전환된다. 공복감을 느낄 때 GI가 낮은 과일을 먹어야 배고픔도 잊고, 과식도 예방할 수 있다.

3. 생과일 주스와 과일 통조림은 다이어트의 적. 사 먹는 생과일 주스는 탄산음료로 만들고 설탕이 많이 들어 있다. 가공된 과일 통조림 또한 생과일보다 칼로리가 높은 반면 영양가는 파괴되어 좋지 않다. 프루츠 칵테일, 황도 통조림 모두 멀리할 것. 말린 과일 또한 영양소가 적을 뿐 아니라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과일은 되도록 생으로 먹는다. (바나나 100g은 93kcal, 말린 바나나 100g은 771.9kcal)


[ 살이 찌는 과일 ]


포도 작은 송이 한 개에 140kcal로 과일 중에서도 칼로리가 높다. 특히 거봉은 일반 포도 칼로리의 세 배.

멜론 작은 것 한 개가 300kcal, 얇게 썬 한 조각이 38kcal. 달콤한 과즙에 당분이 많이 함유되어 특히 밤에 먹는 것은 금물.

바나나 당뇨 환자들이 혈당수치를 높이기 위해 애용할 정도로 GI가 높다. 칼로리 역시 한 개에 100kcal.

수박 설탕 수박이라는 말이 사실. 그만큼 당도가 높다. 흡수가 빨라서 많이 먹어도 금방 허기때문에 식사 대용으로는 좋지 않다. 큰 것 한 조각은 50kcal.

참외 반쪽에 35kcal 정도로, 칼로리는 높지 않지만 GI가 높다. 씨 부분은 먹지 말 것.

중간 크기 한 개에 62kcal로 오이 큰 것 세 개에 해당한다. GI도 높아 쉽게 살이 찌는 대표주자.

[ 살이 빠지는 과일 ]

자몽(그레이프 프루츠) 아주 큰 것 한 개에 100kcal. 황산화 비타민이 많이 있어 건강에도 좋다.

푸른 사과(아오리) 중간 크기 한 개에 120kcal. 특히 푸른 사과는 당도가 낮아 다이어트에 좋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고, 밤에 먹으면 위액을 독한 산성으로 만들어 속을 쓰리게 한다.

키위 키위 작은 것 30kcal. GI도 낮아서 살찔 걱정 없고,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에도 좋다.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특히 하체 비만에 좋다. 중간 크기 한 개에 100kcal.


토마토 체리 토마토 30개에 40kcal밖에 되지 않는다. 배불리 먹어도 부담없는 과일.

한 조각에 25kcal로 크기에 비해 칼로리가 적다. 섬유질이 풍부해서 장이 나쁠 때 배즙을 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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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4-2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외 씨부분을 먹지 말라면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건지...-_-;;
역쉬 만병통치약 토마토는 모든 면에서 우수하네요.

tnr830 2004-05-04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키위랑 바나나랑 아오리 사과랑 귤이랑 오레지 너무너무 좋아하는뎀--;;
바나나랑 귤을 좀 줄여야 하나요
그걸 젤 좋아하는데.......아쉽다 하지만 알아서 그런지
손이 안갈꺼 같긴해요^^;;
 

앨리슨 피어슨 소설 '여자만세' (전2권)
김민희 옮김/ 화니북스/ 각권 271쪽, 287쪽


▲ 앨리슨 피어슨 소설 '여자만세'
이 소설은 영국 런던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하는 서른다섯 살 여인 케이트의 얘기다. 자상하지만 보수적인 남편 리처드는 건축회사의 직원이고, 둘 사이에는 여섯 살 딸과 한 살배기 아들이 있다.

케이트는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날 새벽 1시37분 부엌에서 민스파이(다진 고기나 과일을 속에 넣고 만드는 파이)를 열심히 밀고 있다. 세인스베리 상표가 찍혀 있는 화려한 포장지를 벗기고 알루미늄 컵에 든 파이를 꺼내 집에서 만든 음식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딸의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학예회 후에 벌어질 파티를 위해서다.

‘옛날 여자들은 민스파이를 만들 시간이 있었지만 오르가슴을 위장해야 했다. 요즘 여자들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게 되었지만 민스파이를 위장해야 한다. 사람들은 이것을 발전이라 부른다.’(본문 중)

이때 끼어든 남편의 말은 위로와 비아냥의 중간쯤에 있다. “천천히 해, 여보. 당신 꼭 놀이동산에 있는 게임기구 같아. 뭐지, 그거? 왜 계속해서 빙빙 도는 거 있잖아. 사람들이 벽에 딱 달라붙어서 비명 지르는 거.”


▲ 저자 피어슨은 속시원한 풍자와 비유를 경쾌한 리듬에 실어 직장과 가정 양쪽에서 고달프게 치여사는 '이중간첩'들을 위로한다.

케이트는 딸이 태어난 지난 5년 동안 항상 수면부족에 시달리면서 ‘마치 납으로 된 옷을 입고서 끊임없이 행진하듯’그렇게 살아왔다. 사방이 적이다. 자신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남자 후배, 며느리의 직장생활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시댁 식구들, 딸에게 돈 달라고 손을 벌리는 몽상가인 친정 아버지, 한 푼이라도 더 뜯어가려고 온갖 술수를 부리는 보모, 그리고 자신에게 적대적인 머피아(엄마와 마피아를 합성한 말로서 막강한 전업주부들의 공동체)들이 있다.

2004년 오늘에도 전 세계 대도시의 직장여성들은 남성 우월주의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신대륙에 뛰어내린 외방인이다. 신분은 이민 1세대를 닮았다. 고개를 숙인 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노력해야만 ‘언젠가 우리네 일자리를 차지해버릴지도 모른다’고 경멸하는 무식한 본토인들의 조롱을 견뎌낼 수 있다.

그 여성은 늘 피고로 법정에 소환당한다. 팔이 12개쯤 달려 있어도 모자랄 정도로 정신없이 살아가는데도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문제가 터지면 ‘그녀 탓’이다. 이 소설은 전 사회가 배심원처럼 다리를 꼬고 앉아 어디 한번 그녀의 변명(사실은 비명)을 들어 보자는 듯이 공격적인 표정을 하고 있는 세태를 고발한다. 아니 여성을 피고로 불러 세우는 ‘모성법정’ 자체를 고발한다.

케이트는 파이 만드는 일을 끝낸 후 천천히 이를 닦는다. 어금니 하나마다 스물까지 센다. 욕실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그동안 남편은 잠이 들 것이고 그러면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섹스를 하지 않으면 내일 아침 샤워를 하지 않아도 된다. 샤워를 하지 않으면 자리를 비운 사이 쌓여 있을 이메일들을 확인할 시간이 생길 것이고, 어쩌면 출근하는 길에 선물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저자는 직장 여성 쪽에 서 있는 변호인쯤 되지만, 그러나 이 변호사는 전업 주부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주부로서의 삶은 고속도로를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길을 따라서 끊임없이 걸어가는데도 돌아보면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촌철살인의 비유, 우스꽝스럽게 뒤틀린 다양한 인물들 묘사, 연극적인 상황의 경쾌한 리듬감, 영화·TV드라마·고전소설·팝송 등에 대한 풍부한 인용에 있다. 게다가 현대적 일상의 삶을 파고드는 철학적 통찰이란 가히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잘 생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원숙해지기보다는 시들어 간다’든지, ‘새벽 출근을 서둘러야 하는 엄마에게 아이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밀려드는 좌절감은 술집에 들어갈 수 없는 알코올 중독자가 느끼는 절망감만큼이나 깊다’든지 하는….

그 직장 여성들은 이중 간첩이다. 경제전문지 칼럼을 읽는 척하지만 딸과 낱말 맞히기를 하고 있고, 중요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고객과 전화를 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보모와 통화 중이다. 그녀에게 휴가는 ‘헬리데이’(휴일을 뜻하는 holiday와 지옥을 뜻하는 hell의 합성어)일 뿐이다. 이 소설은 그 이중 간첩들에게 보내는 위로 전문이다.

저자(Alison Pearson)는 이브닝 스탠더드 신문의 칼럼니스트이며, 소설의 실제 상황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원제는 ‘I don’t know how she does it’이다.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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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4-2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코 읽고 싶지 않네요. 자신의 악몽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듯. -.-;;

stella.K 2004-04-24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전 괜찮을 것 같은데. 전 결혼을 안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waho 2004-04-2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은 누가 빌려 주면 모를까...
 

원시적 열정
레이 초우 지음/ 정재서 옮김/ 이산/ 360쪽


▲ 원시적 열정/ 레이 초우 지음
‘붉은 수수밭’의 노을보다 더 뜨거운 붉은 밭이 나오지 않았다면, ‘국두’의 용광로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거대한 염색통이 나오지 않았다면, 1990년대 초 전 세계에 중국 영화 바람이 불 수 있었을까. 장이머우 감독은 ‘국두’의 원작 소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염색공장이라는 배경을 선택함으로써 중국 영화가 시각을 매혹하는 상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포장술은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을 전제로 만들어진 일종의 ‘동양적 마케팅’의 결과물이다.

홍콩의 비교문학자 레이 초우의 ‘원시적 열정’은 중국 근현대 과정에서 영화가 어떻게 ‘중국’ 스스로를 규정해 왔는가를 조목조목 풀어냈다. 저자는 러일전쟁 후 중국이 근대의 문턱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을 중국에서 문자의 시대가 가고 이미지의 시대가 왔다고 규정한다. 체제와 갈등을 빚은 5세대 영화는 물론 공산당 체제하에서 만들어진 중국 영화까지를 포괄, 그 안에서 ‘원시적’ 관심사라 할 만한 땅과 민족주의, 여성 억압과 착취, 전통과 관습 등에 대한 균열적 시각을 포착해냈다.

물론 집중적으로 다룬 것은 세계적 지지를 받았던 5세대 감독 장이머우와 첸 카이거의 영화다. 두 감독을 비교하는 대목은 꽤 흥미진진하다. 장이머우의 영화 ‘국두’ ‘홍등’ ‘붉은 수수밭’의 여성 캐릭터는 성적으로 남성을 자극하는 신체를 지니고 있지만, 사회 혹은 가족의 굴레에 얽매어 있는 희생자다. 억압을 받으며 동시에 성적 에너지로 충만한 여성 캐릭터는 남성 중심, 서양 중심의 팬터지를 자극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첸 카이거의 영화에서 여성은 신비화된 이상적 존재다. ‘황토지’에서 현실을 바꾸려 했던 여성은 자살하고, ‘현 위의 인생’ 속 여자들은 지극한 모성애를 가졌거나 사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자살한다. 물론 이들 영화는 반(反)페미니스트적·오리엔탈리즘적 취향에 가깝지만, 바로 그런 입장은 서양 시각과 중국의 현실을 의식한 일종의 ‘패러디’라는 해석이다. 미국 근대언어협회(MLA)에서 수여하는 ‘제임스 러셀 로웰’상을 아시아 관련서, 영화 관련서로는 처음 수상했다.

(박은주기자 zeen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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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에 단편소설 ‘목선(木船)’으로 등단한 후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줄기차게 많은 문제작을 발표한 소설가 한승원<사진>은 21세기로 넘어온 이후에도 ‘화사(花蛇)’(2001), ‘멍텅구리배’(2001), ‘물보라’(2002), ‘초의(草衣)’(2003) 등 해마다 최소한 한 권씩의 신작 장편소설을 빠짐없이 출간하는 정력을 과시해 왔다. 그 작품들은 이 작가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일관되게 지켜 왔던 문학적 밀도를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환갑을 넘어선 자연인으로서의 연령에 걸맞은 보다 원숙하고 넉넉한 정신의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는 점에서 예외가 없다. 이러한 최근 한승원 문학의 면모는 이번에 새로 출간된 ‘잠수 거미’에서도 변함없이 확인된다.

‘잠수 거미’는 이 작가로서는 모처럼 만에 선보이는 단편소설집이다. 장편소설과는 또 다른 단편 특유의 묘미가 이 작품집 속에 수록된 열두 편의 작품들(그중에서 ‘수방청의 소’와 ‘저 길로 가면 율산이지라우?’의 두 편은 연작)에 일관되게 나타난다. 작가는 수년 전부터 서울을 떠나 고향과 가까운 전남 장흥 율산의 바닷가 마을로 거처를 옮겼다. 이처럼 고향의 자연과 가까운 곳으로 거처를 옮긴 후 그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 세상과 삶의 풍경이 단편의 규모 속에서, 그러한 규모에 어울리는 서정적이면서도 잘 짜여진 필치로 다채롭게 그려진다.

작가가 보기에 인간들의 세상은 언제나 거친 욕망의 바다이고, 인간의 삶은 그 바다 위를 헤치고 나가는 고달픈 항해이다. 그러한 사실은 작가가 서울에 있건 고향 가까운 바닷가로 내려와 있건 달라질 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에는 변화가 있다. 작가의 마음은 전보다 더 차분해지고, 부드러워졌다. 전보다 더 많은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좋다. 전에는 주로 넘쳐나는 햇빛 아래 들끓어 오르는 대낮의 바다만을 그리던 작가가 이제는 고요한 저녁이나 밤의 바다도 좀더 자주 자신의 캔버스에 담아낸다. 그리고 작가의 시선은 어린아이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을 고루 주목하지만, 그전과 굳이 비교해 본다면, 좀더 자주 노년의 사람들에게로 쏠린다. 자식들이 다 떠난 시골을 지키며 품위 있게, 혹은 품위 없게 늙어가는 노년의 사람들에게로 쏠린다. 노년의 사람들을 보는 작가의 시선은 그들 중 품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물론이요 품위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따뜻한 사랑과 연민으로 넘친다.

‘그러나 다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작품의 경우를 보자. 농현(弄絃)이라는 말이 있다.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연주할 때 줄을 퉁기면서 흔드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한 농현의 효과에 의하여 비로소 연주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의 결이나 무늬가 오롯하게 살아날 수 있다. 아무 이룬 것 없이 늙어가는 무명의 사진작가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이 농현의 효과를 살려 내고자 하는 꿈을 갖는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친구의 노모를 상대로 하여 엉뚱한 행동을 벌인다. 그 행동의 자초지종과 그것이 낳는 결과를 서술하면서 작가 한승원은 자칫하면 엽기적인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내용을 따뜻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감싸서 승화시킨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이 노모에 의하여 구현되는 진정한 정신의 품위이다.

‘그러나 다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도 그렇지만, 이 소설집에는 작가 자신을 직접적으로 등장시키고 있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특히 작가가 율산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서술해 나간 ‘길을 가다 보면 개도 만나고’ 같은 작품은, 물론 어느 정도의 허구도 당연히 섞여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작가의 육성을 그대로 들려주는 진솔한 고백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이런 작품들을 읽으면서 한승원이라는 사람의 생생한 참모습을 만나고, 그 인간적인 모습을 ‘작가 한승원’의 예술세계와 겹쳐서 놓아 보는 것도 뜻깊은 독서가 될 법하다. 이동하·서울시립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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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2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한동림이 얼마전에 <유령>이라는 첫 소설집을 냈었잖아요. 이제 아버지도 신간을 냈고, 딸 한강의 신작 소식만 기다리면 되려나? ^^

stella.K 2004-04-2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이 작가란 말을 들었는데, 아들까지...정말 작가집안이로군요.
전 역시 이 사람이 환상적 에로티시즘이 참 인상적인 것 같아요. 어떻게 에로시티즘을 그렇게도 잘 표현할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