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흐리고, 선선함
1. 오늘부터 다시 더워질 거라고 하는데 별로 덥다는 느낌이 없다. 이대로 8월이 가고, 여름도 갈 모양인가 보다.
2.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란 책에서,
...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사랑 때문에 저지른 어리석은 짓을 하나도 기억할 수 없다면 당신은 사랑에 빠진 적이 없는 것이다."
19세기 영국 소설가 조지 엘리엇은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
두 작가 모두에게서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말이 나왔다.
이 글을 읽으니 뭔가 모르게 위로 받는 느낌이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3 하지만 난 지금 같은 책에서 이 말에 더 위로를 받는다.
... 대개는 '좋아요'로 확인되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이끌어낸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판단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있는 형편이다.
기독교 신앙에서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체성이 없으면 대개는 타인의 시선과 인정을 통해 그것을 확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중략)
*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 뜬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 (* 카카오 1분에 실린 '언 마음을 녹여 주는 댓글 시인 제페토에서)
아무리 글을 써도 좋아요 20개도 받기 어려운 나. 중요한 건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거다. 나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까. ㅋㅋ
저 시에서 주목해 봐야하는 건 새벽 뜬눈이나, 관절염이 아닐 것이다.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겠지. 그런데 참 그렇다. 노년이라고 꼭 마음도 늙어야 하나? 늙기를 거부할 수도 있지 않은가. 노년에 잠이 안 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절대로 정체되어 있으면 안 된다. 이렇게 나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4. 난 아직 노년은 아니지만 잠이 안 오면 내가 해야되는 일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나 드라마를 챙겨 보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나는 간만에 12시가 넘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모기 두 마리와 싸웠다. 처음엔 잠이 오지 않아 싸웠지만 나중엔 모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차라리 세상 모르고 잤더라면 모기에게 뜯기거나 말거나 아침에 좀 개운하게 일어났을 텐데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하루가 찌뿌듯 하다.
가을이 오는 건 좋은데 가을 모기는 확실히 복병이다. 그리고 그건 가을을 맞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건 아닐지.
5. 보드레 안다미로. 이게 삼청동 어느 카페 이름이라고 한다. 얼핏 외국 이름 같지만 실은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보드레는, 꽤 보드라운 느낌을 뜻하는 말이고, 안다미로는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란 뜻이라고 한다. 꽤 멋있지 않나? 그러자 울컥 우리말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작가는 자신이 작가가 되기로 마음 먹는 순간 국어 사전을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던데. 나는 독서 버킷리스트에 넣아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한국에 태어나 외국어는 접어두고 한국말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죽으면 좀 억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