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흐렸으나 차츰 맑고 쾌청해짐.


1. 오늘이 처서다. 더위가 처리된다(?)는 절기.

마침 새벽에 비 내리고 개이면서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오늘 밤부터는 방문도 닫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불도 꼭 덥고 자야겠지.


2. 

 어제 시오노 나나니의 <로마인 이야기>를 검색하다 문득 이 책은 왜 리커버를 한 번도 안하는 걸까? 궁금해졌다. 지난 1995년 첫권이 나온 이후로 디자인과 판형이 변함없다.


책이 나왔을 때 하도 책 얘기를 해 어떤가 싶어 나도 한 번 사 봤다. 끝까지 읽었던 것 같기는한데 별로였다. 뭔 얘기를 하는지 그저 지루하다는 생각 밖엔. 누구는 1권은 좀 그렇고 2권부터 재미가 있다고도 했는데 그것을 믿고 사 볼 자신이 없었다. 다시 읽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리커버하면 책값이 좀 오르겠지? 1권의 정가가 14000원이다.1995년에 책값이 그렇게 비쌌나? 판형을 바꾸지 않고 오래된 책은 가격 변동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판형 변동없이 그 동안 가격만 올린 건 아닌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3. 역시 어제, 1년여만에 실내화를 다시 꺼내 신었다. 그때는 족저근막염으로 왼쪽발이 너무 아파 신었는데 대충 났는듯하여 안 신었다. 안 신게 되었을 때 얼마나 좋던지. 작년 여름엔 정말 발등에 땀띠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다시 신는다. 이번엔 다리가 아파서. 진작 신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든다. 훨씬 덜 아프다. 그렇다고 집이나 커서 그러면 말도 안한다. 방에서 거실을 가든, 주방을 가든 욕실을 가든 대여섯 걸음이면 닿는 크지도 않는 집을 이제는 실내화 없이는 다닐 수 없게 되다니.ㅠ  


사실 엄밀히 말해 다리가 아픈 건 외출 후유증이다. 외출만 하고 돌아오면 아픈 것이다. 조금이라도 다리를 보호하다 또 다음 집밖을 나가려면 집안에서는 실내화를 신어주는 게 나은 것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집안에선 또 의외로 종종거리는 일이 많다. 이제 난 일생 실내화를 못 벗어나겠지 싶다. 아, 내 인생아.ㅠ


4.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중간부터 보기 시작해서 안 본 부분을 다운 받아 보고 있다. 마침 내가 보는 IP TV에서 한 회차당 5백원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그냥 돈 내고 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법정 드라마를 이렇게 재밌고 사회성 짙게 그려내다니. 작가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좋을 수 있을까 놀라고 있다.특히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게 끝나고 다음 회차를 연이어 봐야 하는가 매번 고민하게 만든다. 난 드라마를 보면 본방 사수는 잘 안하고 주로 몰아보기로 보는데 지금까지 드라마가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런 걸 보면 굉장한 능력이다 싶다. 모르긴 해도 시즌2를 하지 않을까?        


5.

오래 전부터도 그렇고, 얼마 전 읽은 박균호님의 책을 읽으면서도 그렇고 50대란 나이는 독서의 기로에 선 나이대는 아닐까 싶다. 책은 더 읽고 싶은데 예전만큼 못 읽는. 그래서 이때 책 읽기를 포기하던가 아니면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읽게 되던가 뭐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한다. 


또 그런 의미에서 더 읽기로 한다면 나의 독서에도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원래 그렇게 계획성있게 사는 사람은 못 되는데 말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해리는 늘 책의 마지막을 읽고 난 후 첫장을 읽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가 어떤 사고로 책의 마지막 장을 못 읽으면 안 되니까 그렇게 하는 거란다. 그런 것처럼 계획있는 독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읽다 정말 읽어야 할 책도 못 읽고 죽으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래서 고전에 눈이 가는 것도 그 이유에서고. 그래도 명색이 독서인이라면 이 정도는 읽고 죽어야지 하는 게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말인데 이 글을 읽으시고 그냥 좋아요만 누르지 말고, 죽기 전에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지 댓글에 책 제목 좀 남겨주시면 좋겠다. 나에게 권하는 것도 좋지만 소위 말해 '나라면...'하는 자기 버킷리스트 말이다. 뭐 그런다고 다 읽을 건 아니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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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8-23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참, 좋아요 누르기 힘들게 마무리를 하시다니.
저는 죽기 전에 읽고 싶은 책이 새로운 책이 아니라 지금까지 읽었던 책을 쭈욱 다시 들춰보면서 제가 표시해놓은 곳을 스치면서라도 다시 보고 싶어요. 저의 지난 날을 다시 볼수 있는 기회도 되겠고요.

stella.K 2022-08-24 13:5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정말 책은 한 번 읽어 가지곤 안 되는 책이 있다라구요.
그걸 다시 못 읽고 죽으면 넘 섭섭할 것 같아요.^^

미미 2022-08-23 2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저라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꼭 읽어보겠습니다. ^^* ‘단테의 신곡‘도 있고 읽다만 ‘성경‘도 있고 유명한 여성학 명저들, ‘토지‘도 버킷리스트에 있었는데 9월부터 오디오북으로 들으려고요. 이 외에도 죽기전에 꼭 읽고 싶은 책들이 잔뜩 방안에 쌓여 있어요. 이 책만 사다두면 되겠지... 해도 또 읽고 싶은 책, 일단 사두기라도 해야할 책이 계속 늘어나는건 알라딘 이웃님들 탓입니다ㅋ

stella.K 2022-08-24 14:06   좋아요 2 | URL
와우, 미미님은 계획이 다 있으시군요.
버킷리스트가 짱짱한데요?
오디오북은 듣다가 잠이들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눈을 생각하면 오디오북도 혼용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버킷리스트 저도 참고해 보도록하겠습니다. 감사!^^

꼬마요정 2022-08-24 00: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죽기 전에 꼭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하고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하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하고 박경리의 <토지> 읽고 싶어요. 그리고 <유리가면>이랑 <명탐정 코난> 완결을 죽기 전에 볼 수 있을까요?

stella.K 2022-08-24 14:11   좋아요 3 | URL
왓, 유리가면과 코난이 아직 완결이 안 됐나요?
작가가 대단하네요.
근데 아직도 완결이 안 되면 빨리 끝낼 생각이 없다는 건데
꼬마요정님 건강관리 잘 하셔야겠습니다.
장수하셔서 꼭 완결 보시기 바랍니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은 정말...ㅠ

꼬마요정 2022-08-24 21:07   좋아요 1 | URL
저보다 작가님들이 장수하셔야 할 것 같아요 ㅎㅎ

희선 2022-08-24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곳이나 죽기 전에 읽고 싶은 책이 있어야 할까요 저는 가 보고 싶은 곳도 없고, 책은 그저 마음가는대로 읽어서... 고전은 거의 못 읽었네요 지금 보려고 하는 책이라도 잘 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더 가면 뭔가 생길지도 모르죠 과학이나 철학... 생각만 하고 거의 안 보기도 하네요


희선

stella.K 2022-08-24 14:14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그랬어요.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죠.
그래도 어느새 살아갈 날이 살아 온 날들에 비해
짧아졌다는 느낌이드니 조금이라도 후회를 안 남기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Falstaff 2022-08-24 07: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50대.
저는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는 소위 ˝먹고 사느라˝ 그리고 알코올과 니코틴에 높은 비율로 부과되어 있는, 국민 교육을 위한 세금을 바치느라 도무지 여념이 없어서 책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50대 들어 본격적으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기로? 그러고보니 어떤 기로가 있기는 했습니다. 희망퇴직을 (제가) 희망하는 것이 회사의 희망이라고 하더군요. 버텼더니 저 멀고 먼 한직으로 발령을 내 이때부터 시간이 무진장 생겨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 인생이 그런 것이지 무슨 30대 40대, 50대 이딴 것이 있겠습니까.

ㅎㅎㅎㅎ 마지막 죽기 전에 읽고 싶은 책, 이 옵션을 채우라시면, 저라면 소포클레스가 쓴 불멸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을 꼽겠습니다.

stella.K 2022-08-24 14:29   좋아요 2 | URL
오, 50대 독서에 성공하셨군요.
아마도 매우 드문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문트님 리뷰는 재밌고 범상치 않으시던데,
저는 독서는 어렸을 때 부터 했지만 리뷰는 많이 안 써 봤어요.
그런 걸 보면 글을 많이 써 봤다고 좋은 리뷰를 쓰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책을 대하는 자세와 삶을 얼마나 밀도있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요즘 그리스 기행 책 읽고 있는데 <오이디푸스 왕> 저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4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어려운 주문을 하시네요^^; 죽기 전에 읽을 책이라면 역시 읽었던 책들 중 좋았던 책을 읽지 않을까요. 죽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읽을 책이 무언지는 계속 고민이 되는데 아무래도 이이화 선생님 책이나 하워드 진의 책, 김기협 선생님의 책을 읽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죽기 전에 적어도 방안에 쌓인 책들을 다 읽고 죽을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되네요ㅠㅠ

stella.K 2022-08-24 14:34   좋아요 2 | URL
맞아요. 죽을 때가 되면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을 것 같아요.
저는 정확하진 않지만 처음으로 각잡고 읽었던 책이 <빨간머리 앤>이었던 것 같아요. 죽음이 임박했다면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질 것 같아요.
역시 역사책 매니아다우시네요.^^

저도 그래요. 리스트는 고사하고 언젠가 읽겠다고 쌓아 논 책이나 다 읽고
죽을 수 있을지...ㅠ

mini74 2022-08-24 13: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불을 꼭 덮는 ㅎㅎㅎ 이 말 왜 이렇게 좋죠. 저는 한여름에도 배에는 이불 돌돌 말고 잡니다. 배 아플까봐. ㅎㅎ 전 죽기 전에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요...뭐 재미도 있고 사는게 뭐 별건가 싶기도 하고 ㅎㅎㅎ

stella.K 2022-08-24 14:40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배는 덥고 자는 게 습관이었는데
또 언제부턴가 이게 없어진 것 같아요.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 것도 안 덥고 있더라구요.
그러니 지난 몇년 동안 기온이 얼마나 올랐던 걸까요?
아까 점심에 빵 사러 잠깐 나갔다 들어왔는데 바람이 불어
한결 걷기가 좋더군요. 그래도 좀 덥긴하지만.^^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전 이 책도 아직 안 읽었네요.
함 읽어봐야겠어요.ㅠ

페넬로페 2022-08-24 15: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참 막막하네요.
좋은 책을 많이 읽었지만 아직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게 없어요.
지금이 아니어도 다음번에는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 북플에서 저와 스텔라님 계속 만나요^^
친구들 답변중에서 저는 신곡과 소포클레스를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요**

stella.K 2022-08-24 15:09   좋아요 2 | URL
그럼요. 저 북플 죽순이니 걱정 마세요.^^

레삭매냐 2022-08-24 1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죽어라 읽던 시리즈
였으나, 결국 작가가 극우
돌아이라는 걸 깨닫고는
손절해 버렸네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전 윌라 캐더의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가 참 좋았습니다.

stella.K 2022-08-24 18:22   좋아요 2 | URL
아, 맞아요. 그런 말있었죠? 그래서 리커버가 안 되는 걸까요?

프레이야 2022-08-24 1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이불 덮고 잤네요. ㅎㅎ
오늘 이곳도 바람이 시원합니다.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할 책 뭐 이리 많은지요.
행복한 비명!

stella.K 2022-08-25 09:53   좋아요 1 | URL
역시 프레이야님은 책욕심쟁이시군요. 😅
정말 요즘은 잘 때 덥지 않으니 살 것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8-26 0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읽었습니다. 그리고 좋아요 먼저 눌렀구요ㅋㅋㅋ
음...저는 죽기 전엔 꼭 <토지>를 완독했으면 싶은 생각은 늘 가지고 있긴 합니다.
그리고 <로마제국 쇠망사>같은 두껍고 시리즈가 많은 역사책들 그리고 천병희님이 번역한 솔 출판사책들 다 읽는 게 버킷 리스트이기도 하구요.
평소 잘 읽지 않는 역사, 철학, 고전 종류의 책을 버킷 리스트에 올려두고 시간 날 때, 한 권씩 사다 모으고 있어요. 그래서 사다 놓은 책들 다 읽고 가는 게 어쩌면 저의 진짜 버킷 리스트겠죠^^

stella.K 2022-08-26 19:27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도 계획이 다 있으셨군요.ㅎㅎ
좋네요.^^

페크pek0501 2022-08-26 14: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제를 내 주시는 페이퍼, 도 좋네요. 저는 이번 해가 가기 전에, 그동안 읽었던 책의 리뷰를 하나씩 써 보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리뷰 쓰기 어려우면 좋은 구절이라도 작성해서 리뷰에 꽂기, 를 해야겠다는 것. 예를 들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모모, 그리고 톨스토이의 작품들-무도회가 끝난 뒤 등을 생각해 봤어요. 읽어야 할 책으로는 너무 많아 다 쓰기 어렵고 제가 아끼는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5백 쪽이 넘지만 꼭 완독할 책으로 꼽습니다.^^

stella.K 2022-08-26 20:06   좋아요 0 | URL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여기저기서 좋다는 얘기 많이하던데
언니 그리 말씀하시니 읽어보고 싶네요.

저는 갈수록 책 보단 드라마 보는 게 좋더라구요.
오늘은 전에 소개해 주셨던 <사내맞선>이란 드라마
1회를 봤는데 이거 진짜 재밌더군요. 저는 그렇게 첫편부터
확 사롭잡는 드라마가 좋더라구요. 솔직히 로맨스 별로 안 좋아하는데
거기 나오는 남주들 정말 잘 생겼더군요.
우영이 끝나고 뭘 보나 했는데 행복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