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그림책이 참 좋아 39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그림책을 좋아해서 자주 들여다보는 편이에요. 다 큰 어른이 그림책 서가에서 서성이고 있으면 열에 아홉은 아이가 몇 살 이냐 묻기도 하시지만, 제겐 읽어 줄 아이가 없는 대신 저를 위한 그림책을 고르곤 해요. 그런데 웬 그림책이냐고요?

 

 

 

알사탕 한 개를 아주 유심히 들여다보는 요 녀석의 표정 좀 보세요. 헤~ 벌어진 입에 울퉁불퉁한 이빨과 알사탕만큼 커진 눈망울을 보면 이 사탕이 보통 사탕은 아닌 모양이라는 짐작이 들어요. 대체 어떤 사탕이길래 요래 들여다보는 걸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림책은 이렇게 책 표지에서부터 말을 걸어오는 게 느껴집니다. 어른들이 읽는 책은 함축된 제목에서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지만 그림책은 그림에 담긴 이야기가 제목과 어우러져 합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끼면서 갖는 재미. 그 재미를 알았기 때문인데요. 혹시 그림책의 재미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오늘 조금 알려드릴까 해요.

 

 

 

 

그림책의 표지를 열었을 때 보이는 부분. 이 부분을 '면지'라고 불러요. 그림책에서 이 면지를 잘 활용하시는 작가님들이 많으신데 특히 백희나 작가님의 책을 볼 때 이 부분을 잘 살펴야 해요. 왜냐하면 이야기가 이 면지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면지를 한 장 넘겼을 때 나오는 곳을 '속표지'라고 불러요. 속표지에는 다시 한번 제목을 만날 수 있는데요. 오른쪽 하단에 작게 쓰인 "나는 혼자 논다'라는 글귀 발견하셨나요? 이렇듯 백희나 작가님의 책은 표지에서부터 면지, 속표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볼 수 없는 즐거움이 있어요. 여기까지 살펴보면 텅 빈 놀이터와 바닥에 떨궈진 낙엽과 혼자 있는 아이의 이야기까지. 왠지 어떤 내용일지는 감이 잡히는 거 같은데 알사탕과는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요?

 

 

 

 

 

요 아이의 이름은 '동동'이래요. 혼자 구슬치기 놀이를 하는 모습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모양이에요. 혼자하는 구슬치기도 꽤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걸 보면 왠지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구슬치기 놀이를 하던 동동이가 새 구슬이 필요해 터덜터덜 문방구로 향하는 모습이 힘이 없어 보여요. 동동이 손에 끌려가듯 걸어가는 강아지의 모습도 왠지 힘이 없어 보이고요. 저 멀리 세 명의 아이들이 공을 가지고 재밌게 놀이하는 모습이 보여요. 혼자 걸어가는 동동이는 얼마나 외로울까요?

 

 

 

 

꽤 어두운 문방구에 들어선 동동이는 구슬대신 알사탕을 집어 들었어요.

 

 

 

 집으로 돌아와 알사탕 한 개를 집어 먹었더니 글쎄 눈동자가 뱅글뱅글 돌면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네 맞아요. 동동이가 먹은 알사탕은 요술 알사탕인거에요. 무늬 사탕을 먹으면 그 무늬의 사물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탕인거지요. 저는 처음에 저 사탕이 동동이 책상 옆에 있는 농구공인줄 알았어요. 저의 상상력이 참 재미없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그림책에 흠뻑 빠져들어갔지요. 하소연하는 소파라. 왠지 할말이 많을거 같은데요 특히 숨쉬기 힘들다던 이야기에 큰 웃음이 났어요. 그런데 보이시나요? 동동이 귀에만 들리는 저 목소리가! 옆에 있는 강이지는 전혀 들리지 않는지 잠을 자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걸 보세요!

 

 

그럼 이 알사탕은 뭐게~~~요? 저는 이 그림을 보면서 안돼~!!라고 외쳤어요 흐흐흐. 왜냐면 아주아주 오래 지낸 사이일수록 풀어내야 할 말이 많잖아요~ 그것도 평소에 말을 못하던 녀석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면! 저는 동동이가 참 걱정스러웠답니다 흐흐.

 

알사탕의 진가를 알아차린 동동이가 복수심을 불태우며 먹기로 결심한 이 알사탕은 뭘까요? 정답은 그림책을 보시는 걸로!

 

 

이 그림책 한 권으로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지만 꾹 참아봅니다. 왜냐하면 그림책은 혼자서 발견할 때의 즐거움이 함께 읽는 즐거움만큼이나 크거든요.


<알사탕>은 책 표지부터 시작해서 뒤표지까지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데요. 더욱이 그림책에는 작가님이 독자에게 선물하는 보석 같은 즐거움을 곳곳에 숨겨놓으셔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거 같아요.

 

제가 찾은 즐거움 하나 알려드리자면, 혹시 눈치채셨나요? 문방구에서 말이에요.

알사탕을 고르던 동동이 곁에 계셨던 할아버지 눈을 잘 들여다보셨나요?

 

 

 

 

할아버지 눈이 뱅글뱅글 돌고 있다는 거 아셨나요? 흐흐흐. 저는 이 그림을 보고 할아버지도 알사탕을 드셨나 보다고. 그럼 알사탕을 드셨으니까 어떤 목소리가 들렸을 텐데.. 그게 동동이?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답니다.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과학적인지 추론할 필요도 없고 꼬치꼬치 따져 묻거나 대답할 필요도 없어요. 그런 어른들의 잣대일랑 벗어던져버리고 흠뻑 빠져들어가도 좋을 세계. 그게 그림책의 힘이자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특별히 어떤 교훈을 담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자 이것저것 재 보느라 울타리에 가뒀던 생각을 벗어던져 버릴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어른인 저도 그림책을 즐겨보는 거 같아요. 그림책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면 먼저 그림책 서가로 가셔서 아무거나 한 권 꺼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그림이 어떤 이야기를 건네는지 직접 느껴보시라는 것. 그게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이자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외로웠던 동동이에게 과연 친구가 생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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