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쏜살 문고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이민경 추천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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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적엔 안경쓴 여성이 첫 손님으로 택시를 타거나 가게를 방문하면 재수가 없다고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것도 불과 20년 사이의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기분이 꽤나 불쾌했는데..

 

여성이라 학교에 다닐 수 없고 책을 읽을 수 없고 글을 쓸 수 없으며 도서관에 들어갈 수 없다. 가정에서는 부모님이 정해놓은 약혼자와 결혼해야하고 거부하면 폭력에 시달리거나 죽여도 인정되는 삶이 묵인된 사회에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 참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그런 사회 속에서

'내 생각에는 여러분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무지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종류든 중요한 것을 발견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p163) 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많은 것을 배우지 못했어도 본능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들. 차별과 억압을 당당히 잘못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책을 따뜻한 이불 속에서 맛있는 자를 곁들이며 나는 오늘도 감사히 읽고 있다. 내 삶이 수치스럽지 않기 위해. 내 삶이 당당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 작은 방을 열어본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 덕분에 <오만과 편견>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우리나라 권장도서 목록에 이 책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시대상을 조금이라도 곁들여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막연히 좋으니까 읽어라는 강압보다는 왜 좋은지, 무엇을 보면 좋은지 알려주는 사람들은 왜 없을까 하고. 그런 생각이 깊어가는 밤이다.

 

‘ 슬프게도 펜을 드는 여성은 주제넘은 동물이라 간주되어 어떤 미덕으로도 그 결함은 구제될 수 없다네. 그들은 말하지, 우리가 우리의 성과 방식을 착각하고 있다고. 교양, 유행, 춤, 옷 치장, 유희 이것이 우리가 바라야 할 소양이라고. 쓰고, 읽고, 생각하고, 탐구하는 것은 우리의 아름다움을 흐리게 하고, 시간을 낭비하며, 한때의 남성 정복을 방해한다고. 반면 지루하고 굴욕적인 집안 살림이 우리의 최고 기술이자 쓰임새라고 누군가는 주장하지.‘ (p92)

‘글쓰기에 놀라운 자질을 가진 여성조차 책을 쓰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며 더욱이 정신이 분열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믿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우리는 여성의 글쓰기에 대해 만연한 적대감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p98)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이....채 삼십 분도 되지 않는다.‘(p103)

‘ 어떻게 숙모님이 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낼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왜냐하면 숙모님에게는 종종 찾아갈 만한 독립된 서재가 없었고, 또 숙모님이 쓴 작품의 대부분은 공동의 거실에서 온갖 종류의 일상적인 방해를 받으며 쓰여야 했기 때문이다. 숙모님은 자신이 하는 일이 하인들이 나 방문객, 또는 가족의 범위를 넘어선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리하여 제인 오스틴은 원고를 숨기거나 압지 한 장을 덮어 놓았습니다.‘(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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