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이 유독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문장 부호를 충실하게 지켜가면서, 따라가면서 읽으세요. 큰 따옴표 안의 글은 정말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느낌표가 있는 문장은 정말 감탄하거나 놀라듯이, 쉼표에서는 꼭 쉬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책은,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그렇게 문장부호를 충실히 따르며 읽다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면서 내용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p44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이유경/ 다시봄)
처음 만나본 줄리언 반스의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읽는 책마다 '줄리언 반스'를 찬양하다시피해서 늘상 궁금하던 참에 빌려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일 저일에 밀리고 밀려 반납하기 하루 전에 펼쳐들었건만 의외로 가독성이 좋아 신나게 1부와 2부를 읽게되었고 그렇게 결말에 도달하고 나자 거짓말 처럼 저 문구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 그러게 아무리 가독성이 좋아도 그렇지, 문장 부호를 지키면서 읽었어야지~ 라고 혼이난것 처럼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서 빠진 퍼즐조각을 맞춰보았다. 그리고 입밖으로 꺼낸 말. 아!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해하시겠거니 싶다. 또 다락방님의 저 문구 만큼 이 책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러니 가독성에 낚여 술술 읽는 우(愚)를 범하지는 마시기를. 예순의 노년이된 토니 웹스터의 술회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십대 시절 만났던 베로니카와 그의 가족에 얽힌 이야기가 40년이 지난 후 사건이 되어 추리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인데, 더 크~~은 반전을 예상했던 탓인지 결말에서 조금 싱거움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펴낸 이동진 김중혁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의 크나큰 반전은 주인공 '토니'에게 있으며, 이 소설을 추리소설처럼 읽어내선 이 소설이 주는 '참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하니, 부디 이 책을 읽지 못한 독자가 앞으로 읽을 예정이라면 '반전'이라는 속성에 묶여 '참 맛'을 놓치지는 마시길. 한 문장씩 꼭 꼭 곱씹어가며 읽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나는 '반납'과 '반전'에 묶여 너무 성급하게 읽게 되었고 또 성급하게 결론에 도달하여 다시 앞으로 돌아와 곱씹어 가며 읽기를 했다. 그랬더니 결말로 도출되기 위한 장치들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그런 장치들을 곱씹을수록 촘촘함의 밀도가 느껴지면서 '역사 수업시간, 친구 에브리언, 베로니카의 별장에서 지낸 1주일'이라는 키를 놓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을 통해 어찌보면 내 삶도 이렇게 무심히 흘려보낸 날들이 '촘촘히' 모여 '현재'라는 밀도로 나타내고 있으며 '나는 왜 이럴까? 왜 이것도 못하지?'라는 한탄은 결국 '토니'처럼 인생을 밀도 있게 들여다보지 못한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줄리언 반스라는 작가를 판단 하기엔 아직 성급하단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그의 작품을 찾아 읽으며 그의 매력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진정한 문학은 주인공들의 '행위'와 '사유'를 통해 심리적이고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진실을 드러내야 했다'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