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여성'에 대한 묘사들이다. 내가 여성이라는 입장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 그런지 읽을때마다 신경쓰이고 생각하게되는 부분들은 어쩔 수 없는것 같다. 김훈 작가님에 대해 언급을 좀 하자면 처음 만났던 작품은 <칼의 노래>다. 이순신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웅장한 작품임을 알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작품임에도 나는 그 '여진'이라는 여인 때문에 이 작품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 '여진'을 품고 '비릿한 냄새'로 떠올리며 죽여달라 울부짖게 만드셨을까 하는 의문에 빠져 아직까지 그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작품은 <문학동네 81호 계간지 > '영자'라는 단편에서다. 한때 노량진 고시텔에서 '영자'라는 아이를 만나 사랑을 나눴던 주인공 '나'는 그녀를 '소리'와 '냄새'로 기억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또한 편치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읽게된 책이 <라면을 끓이며>다.

이 산문집의 '몸'편에는 '여자'라는 단편으로 7개의 글과 산문 곳곳에 '여성성'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개중에 몇개를 추려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 가마의 어둠은 물, 불, 바람 그리고 흙 같은 원소들이 서로 자연으로서의 성질을 삼투시키며, 삼투작용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의 새로운 인공 자연을 빚어내는 잉태의 공간이었다. 그 구조는 거대한 여성 성기와도 같았다.'p345

 

' 가야금, 거문고, 기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하프같은 현악기들은 인간의 몸에 안기기 편안한 구조를 갖고 있다. 연주자는 악기를 안거나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켠다. 그 악기의 구조는 '여성성'을 연상 시킨다. 악기는 기계가 아니라 몸, 그 자체인 것이다. p270'

 

' <여자 7> 사람의 목소리는 경험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추억을 끌어 당겨준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생명의 지문이 찍혀있다. 이 지문은 떨림의 방식으로 몸에서 몸으로 직접 건너오는데, 이 건너옴을 관능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내가 너의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너를 경험하는 것이다'p262

 

사물의 '선' 이나 '모양'을 혹은 특징적인 공간에 대한 은유적인 개념으로 '여성성'을 포착해내는 작가의 예술적 감각이 결코 삐툴어졌거나 잘못된 시각이라 말할 수 없지만, 이렇게 묘사하는 부분들에 있어 유쾌하지 않은것도 사실이다. 나에게 여성이라는 성별은 고유한 속성을 지니며 보호받아 마땅한, 또 그런 보호속에서만 빛을 발할 수 있음을 느낀다. 그러니 남자와 여자라는, 필연적 끌림이라는 입장을 내세워 당연시되는 언사는 자제해주시기를.

이 땅위의 모든 여성들은 비유와 은유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님을 이해해주시길. 그리고 '여성성'을 넘어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단어로 찾아와 글의 감각과 오묘함을 즐길 수 있도록 선사해주시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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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16: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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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1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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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16: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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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14: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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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15: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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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15: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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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5 15: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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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11-06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좀 풀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춥습니다.
감기조심 꼭 하세요!!^^
즐겁고 행복한 불금되세요.*^^*

해피북 2015-11-09 16:27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후애님!
후애님도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