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현란한 사진으로 독자를 유혹하는 서적들과 달리
오직 묵묵히 걸었던 도보 여행의 과정들을
글로만 전달해 준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작가 베르나르 올리비에에 대해 호감이 가는 순간 이기도 했지요.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1938년 프랑스 망슈 지방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16살의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외판원, 항만노동자, 토목공, 웨이터등의 일을 전전하다가
열렬한 독서광으로써 독학으로 바칼로레아 라는 대학 입시 자격 시험에 합격하고,
30년간 프랑스의 신문과 잡지사에서 사회,경제, 역사부분에 호기심 많은 기자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30년의 기자 생활 후 찾아 온 은퇴에,
먼저 떠나간 아내의 빈 자리와 삶의 무기력함에 우울증이 찾아오고
자살 시도까지 했지만 실패했다고 합니다.
이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역사적 탐방을 목적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델라로 향하는 2325
킬로미터의 도보를 성공한 후 걷는것의 행복감을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1년에 3개월씩 4년에 걸쳐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까지 1,2000킬로미터의 마르코폴로의
실크로드 도보 여행을 구상하게 되었고 자신의 계획을 옮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걷는 즐거움을 알게된 저자는 쇠이유(seuil)라는 협회를 설립하여
비행 청소년에게 도보여행을 통한 재활의 기회를 주는 일을 하며
책의 인세는 이 협회의 운영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터키의 테헤란 까지 목표로 정하고
길을 나선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새로 산 등산화에 발이 길들여 지지않아
물집이 생기다 훗날엔 곪아 터지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무거운 배낭이 어깨를 짓눌러 어깨가 쓸리고,
땀으로 베인 옷들에 온 몸이 쓸려도 "익숙해 지겠지"란 말을
주문처럼 하고 다니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갑니다.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터키의 국도를 걸으며 죽음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도보 여행의 매력에 흠뻑 취해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마냥 걷고 싶은 도보 여행자로써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로 태워주려는 호의에 진땀을 빼기도 합니다.
지나는 길목마다 "차이!(차)를 외치며 낯선 도보 여행자에게 관심을 보이면
흥쾌히 응하며 그들의 삶과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 모습들이
이 책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것 같았습니다.
급속도로 발전되고 있는 문명의 시대에 함께 동화되지 못한 이들이
어리석고 불쌍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들이 과연 옳은 일인지,
부자의 나라에 살고 있는 자신이 이들보다 더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은 '가난한 나라는 불행하겠지'라 생각했던 막연한 생각에
돌을 던져주는 멋진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 한 장 담지 않아도, 저자의 경험담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30년 기자 생활의 내공도 있겠지만, 아름답게 채색하려 노력하기 보단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의 특성상, 배낭과 카메라를 노리는 범죄에 노출되기도 하고,
깨끗하지 못한 환경에서 각종 질병의 위험에 놓이기도 하며
캉갈이라는 무시무시한 목동 개에 혼쭐이 나기도 하지만,
" 걷는다는건 모든 접촉에 노출된 일이다. 따라서 회의도 악의도 모두 접하게 되는 것이다.
그냥 침대에서 죽기를 바랐다면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이 같은 생각은 언제나 확고했다.
자신의 침대에서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그래서 절대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은
이미 죽은것과 마찬가지라고"
라 이야기하며 황소고집 보다 더 한 고집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베르나르 올리비에.
하지만, 이런 결심에도 불구하고 에르주름에서 뜻하지 않는
일을 경험하게 되며 도보 여행이 중단되고 프랑스로 이송되는 상황이
발생하며 1권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데요
이 궁금증은 이 책을 읽으실 다른 분을 위한 여백의 미로 남겨둘까 합니다.
이 다음 2권에서는 에르주름을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으며 마지막 3권에서는
사마르칸트에서 중국의 시안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효형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의 좋은점 중 하나는
재생종이를 사용 하여 눈에 부담을 덜어 준 게 아닌가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