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아버님께 진경문고 1
안소영 지음, 이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안소영 작가를 알게된것은 < 책만보는 바보/ 2005/ 보림 출판사> 를 만나고 부터다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와 그의 벗들의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풀어쓴 그녀의 책은

좀처럼 반복해 읽지 않는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헤이헤진 마음을 붙잡아 주었다

남들에게 우쭐대며 말할수 있는 독서력은 아니지만,

내게 있어 단 한권의 책을 꼽으라한다면 단연 < 책만 보는 바보> 였다.

그녀가 들려준 이덕무의 삶을 사랑하게 되었고 나도 그처럼 책만 보는 바보가 되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후 몇달을 벼르고 벼르다 그녀의 두번째 책 < 다산의 아버님께/ 2008/ 보림출판사> 을 만나게 되었다.창틀로 전해지는 따뜻한 햇살 같은 글귀에 또 한번 빠지지 않을수 없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후에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전작을 통해 이덕무를 좋아하게 되면서 조선 정조시대에 궁금증이 생겨 그동안  조선시대의 이야기들을 찾아 읽으며 때론 이덕무의 시선으로 때론 정약용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의 시선으로 아버지로써의 면모와 실타래 처럼 얽히고 설킨 가족의 애환들을  느끼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것없는 정치틀에서 사학( 천주)을 믿었다는 이유로 정약용의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되고,참형을 당하기도 하고 유배길에 오르기도 하고 종이나 머슴으로 팔려가게 되면서 학유는 유복했던 어린시절에서 가난한 죄인의 아들로, 양반이나 양반이 아닌 죄인이나 죄인이 아닌 삶을 살아가게 된다.

 

유배후 7년만에 유배지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 강진으로 찾아가던 학유가 남도땅에 이르러  농부를 보게 되는 장면에선 땅을 갈아엎을적마다 붉은 황토색을 띄는 것을 보며 한탄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작가가 얼마나 섬세하고 서정적인지 잘 보여주는 것 같다.

 

" 모든 것을 다 받아줄 만큼 넉넉하고 푸근해 보이는 저 땅안에, 어쩌면 그처럼 선연한 붉은 빛깔이

들어 있단 말인가. 쟁기질하는 농부가 땅을 뒤적일 때마다 제 속을 드러내 보여주는 붉은 황토가 너무나 강렬했다...... 붉은 빛깔뿐아니라 체온 또한 뜨거워, 아지랑이인지 열지인지 모르는 것을 제 아픔인 양 모락모락 밖으로 피워내고 있었다. 내 속도 헤집으면 헤집을수록 저처럼 붉은 빛깔, 뜨거운 열기를 드러내 보이게 될까" p25

 

가족과 아들을 걱정하시는 아버지의 처연한 마음과 가정을 지키지 못하는 가장의 마음에 눈시울을 적시는가하면  모진 강바람에 상하실까 걱정하는 아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18년의 긴 긴 세월속에 묻어나니 이 시대를 살아가게 된것에 감사하게 되고 다산이 역사적 죄인으로 낙인되는것을 염려해 그가 저술하게된 500권의 도서들이 세삼 이해가 되었고, 그 방대한 양에 경탄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아내가 치마폭에 글을 적어 다산에게 보내니, 그 치마폭에  딸의 혼례를 기념하며 매화와 새를 그려넣어 글을 지어  보냈다는 일화는 얼마나 서정적이던지.  조상의 시신을 불태운것을 계기로 박해받았던 천주교의 이야기(오가작통법) ,흑산도로간 정약전이   물고기들을 관찰하여 지은 <현산어보> 다산 초당에서 만난 초의선사와 차에 얽히 이야기등은 우리가 익히 아는   사실적 부분을 맛깔스럽고도 정갈하게 글속에 버무려놓은 이야기를 단아한 문체로 만나니 읽는 동안 편안해지고, 따뜻해지는 기분마져 들었다. 참고한 문헌과 논문만 봐도 저자가 얼마나  많은 시간속에서 다산과 학유가 되어 지냈을까 짐작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다른 시선으로 이 책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서찰을 주고받으며 모진 꾸중도 받고 거친 세상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했던 학유처럼 작가도 어릴적 옥중에 계신 아버님과 편지를 주고 받은것을 엮은 책이 있는것으로봐 어쩌면 작가 자신의 어린시절의 모습들을 학유를 통해 위로받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망(사회,아버지의 벗들, 자신 그리고 ,아버지)과 그리움  이라는 소재를 통해  꽃피워내는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는 머나먼 옛이야기지만,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들이 담겨 있기에 내 손길은 머지않아 이 책을 다시 찾게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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