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가 문제에 접근하는, 특히 그  과정에서 접촉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는 연구자의 생경험과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연관성을 보이는가?



오래 품어온 온 질문이다. 올리버 색스를 존경하는 이유와도 연관된다. 색스는 보도블록 틈새로 삐져 올라온 잡초와 동물원 원숭이의 무브먼트에서 인간의 정신, 나아가 우주를 이루는 원소까지 열렬히 탐색하는 호기심 전문가이다. 그러나 사람을 대할 때, 호기심을 채워주는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같은 눈높이에서 존중하고 '병'이라는 단편이 아닌 존재로서 전면적 이해를 하고자 노력한다. 의사로서 훈련된 직업 윤리라기보다는 색스라는 사람의 성향과 사람됨 자체 때문인 것 같다. 그는 관찰하고 판단하는 자와 대상 사이에 위계적 관계를 설정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의 마음(뇌? 정신? 무튼....)에 들어가 보고자 겸손한 태도로 노력한다. 이런 태도는 [환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색스 박사는 [환각]에 인용된 인물들을 환자 이전에, 독특하고 고유한 정신활동을 하는 존재로 인정해준다. 색스의 이런 태도는 개인사 및 가족사와 관련된다(고 추측한다). 



자서전 [온 더 무브]에서 색스는 형 마이클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낸다. 마이클은, (방계 직계 모두)  명민한 색스家 중에서도 탁월한 기억력의 소유자이다. 천재인 올리버 색스가 '천재'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형 마이클은 유년기 경험한 기숙학교의 폭력 때문에 촉발되었는지 정신분열과 파킨슨 병을 겪으며 세상과 단절되었다. 색스 역시 어린 시절 '나도 형처럼 되면 어쩌나?' 질병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사실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머니께 저주를 들었던 색스 자신이야말로, "정상성'의 좁은 범주를 충족시키리는 폭력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본인이 환자로서 다른 의사의 진료를 받았던 경험을 통해 환자에게 "당신 참 독특하네요!"라는 선언이 폭력이라는 것도 안다. 

*

"왼쪽 다리는 생명 없는 물체로서, 실물이 아니고 내 것도 아닌 '남의 다리'였다. 그러나 나의 느낌을 의사에게 전달하려고 하자 의사는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색스 당신은 참 독특해요."....내가 왜 독특하단 말인가? 장담컨대 의사가 환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그렇지,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환자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의식의 강] 209쪽

**

이런 경험이 [환각]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도 관련되리라고 본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각]의 챕터 구성 자체가 '경험한 질병=한 사람"의 시각을 강화시킬 우려도 있다(물론 올리버 색스를 닮은 독자의 성숙한 태도가 뒷받침된다면 질병을 한 개인으로 덮어씌우는 무례를 범하지 않겠지만). 색스는 다양한 환각 유형을 범주화하고 이를 경험한 환자들의 '1인칭 이야기'를 곁들이는 글쓰기를 했다. 조급한 독해는 'Mr. A는 섬망증, Mrs. B는 환상사지, Mr.C는 환청' 식 대응 관계로 등장인물들을 다수화 시킬 수 있겠다.  과연 어떤 글쓰기가 이들이 경험한 정신활동을 왜곡을 최소화하여 전달하면서도 이들을 환자나 기묘한 사람들로 대상화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질문과 연관해 올리버 색스의 시도를 독자는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1]  환각에 대한 생물 문화적 접근 

 * 샤를보네증후군의 경우_ "시각 환각을 신경학적으로 결정하는 범주가 있는가 하면, 개인적이고 문화적으로 결정하는 요인이 있을 것이다" (40) 예를 들어, 영어를 모국어 삼는 환각경험자의 환청은 주로 영어! 


2]  환각 경험(자)에 대한 문화적 태도

* 많은 문화권에서 환각은 명상, 종교적 의례, 식물(약물) 등을 통해 도달 추구하는 긍정의 현상이자 예술의 영감이자 영적 고양의 경험. 그러나 서구 문화권에서는 병적인 현상으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 (1973년 실험, 8명의 가짜 환자들이 환청 증세를 호소하자 모두 정신과 입원처리 된 실험이 그 예) 올리버 색스에게 쏟아진 숱한 편지들도, 그 동안 낙인찍힐까봐 누구에게도 말 못하던 경험을 나누고자 함이 아닌가? 환각을 병적 증후로만 몰아가는 문화적 태도로 인해 잃은 것은 무엇일까?


3] 환각 연구 이면의 정치경제학

* 올리버 색스는 이 책에서 그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나 역시 이 분야에 아무 지식이 없으나 감각박탈이나 환상사지치료에 쓰이는 기술 등은 얼마든지 군사적 용도(고문이나 전투력 증강 등)로 (악)용될 수 있지 않나, 현재도 그런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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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2-01-20 12: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올리버 옹이 어렸을때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저주의 말 이후 ‘다른 사람‘이 되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수자들, 타인의 고통에 보다 예민해지고 더욱 공감하게 된 사람으로요. 어떤 면에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문학과 상상력을 통해) 상처받은 만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요.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상처를 입었을지 모르지만 그 사실을 회피하고 외면해버린 사람들이란 생각도 드네요. 그러니까 그들에게도 자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들여다볼 여지가 있었다면, 타인을 조롱하고 혐오하지는 않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암튼 저 부지런히 <환각>읽어야 겠어요 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22-02-04 16: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쓰고 이제서야 얄라님의 질문을 확인하고 답변합니다.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연구자가 문제에 접근하는, 특히 그 과정에서 접촉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는 연구자의 생경험과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연관성을 보이는가?˝

저는 깊은 수준의 연관성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경험뿐 아니라 연구자의 유전적 자질 또한 깊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콩심는 데 콩나고 팥심는 데 팥나는 거 아니겠습니까ㅎ? 그리고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겠습니까? 어느 정도의 연관성인지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요.

˝소설가의 모든 소설은 자전적 이야기다.˝ 라는 이야기도 들어본 거 같습니다. 누가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요. 박완서 작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거 같고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하루키, 박완서 등 소설에 소설가의 이야기, 사상, 생각이 녹아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지요.

얄라알라 2022-02-05 11:33   좋아요 1 | URL
예, 고양이라디오님,
아프고 힘든 사람들 그냥 못 지나치시는 분들 있잖아요.
[아내를 모자로....] 어제 새벽에 1/2정도 읽었는데, 올리버 색스는 병, 아픈 사람, 이전에 인간을 보려하더라고요.

미셸 푸코의 [비정상인]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푸코 역시 ‘비정상?, 다름‘ 취급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혹시라도 2월 책으로 [광기의 역사]조심스럽게 후보 리스트에 제안드려봅니다. ^^

그레이스 2022-02-04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임상기록을 소유한 의사면 믿을만하겠지요

얄라알라 2022-02-05 14:46   좋아요 0 | URL
자신에 대한 열렬한 탐구정신이 다른 사람(환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이어지는, 모범적인 의사이신듯해요^^ 그레이스님.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을 낱장 메모지에 키워드만 남겼더니 책 내용이 증발했다. 문장으로 정리해서 기억상자에 다시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충동적이고 탐욕스러운 독자여! 정작, 만화책인 [우리는 왜 기후 위기에 대비해야 할까?]부터 읽었다. 왠지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와 교점이 많아서, 애피타이저 삼아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이 만화책 역시 기후위기와 코로나 상황을 같은 연장선에서 다룬다. 예상을 비껴간 점도 있다. [우리는 왜 기후 위기에 대비해야 할까?]를 에퍼타이저에 비유하다니 교만했다. 이 작품 자체로 양분이 넘치는 메인 디쉬이다!




 [우리는 왜 기후 위기에 왜 대비해야 할까?]는 환경 문제에 인식을 같이 하는 만화책 작가와 교수(경제학, 수학, 철학)의 공동작업 성과이다. 에티엔느 레크로아는 자신의 딸에게 인화성 액체를 붓고 화형식 제물로 삼는 악몽으로 책을 시작했을 만큼, 기후온난화에 높은 위기의식을 가졌다. 이바르 에클랑 역시 2003년 이후 꾸준히 '기후 온난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프랑스의 대학에서 이 주제로 강의를 해왔다. 두 사람은 환경위기 앞에서 인간들이 보이는 '불안, 충격, 체념'의 태도를 안타까워하며, 사람들이 체념을 벗어나 행동하도록 유도하려 이 책을 썼다. 공저자의 목적의식이 뚜렷한 만큼, [우리는 왜 기후 위기에 대비해야 할까?]은 설득력이 강하다. 또한 정치, 경제, 역사, 빅 히스토리, 철학 등등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자료를 배치함으로써 기후위기를 넓은 맥락에서 접근한다.



새벽에 완결 못하고 끝낸 리뷰(흉내)입니다. 

 [우리는 기후 위기에 왜 대응해야 할까?]를 청소년 이상 독자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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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1-2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후 위기 읽으니.. 아파트 관리비에 떡하니 기후변화비 이란 항목으로 2,900원 청구된 게 떠 오르네요 !!!

얄라알라 2022-01-23 16:43   좋아요 0 | URL
이런!!! (제가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만) 그건 아니다 싶은데요!!!!
재난 자본주의?란 단어를 들이대기는 뭐하지만, 기후위기를 빌미로 돈을 만드는 사업도 많으니까요.
관리비 하위 항목으로 책정하기 전 아파트 주민 의견이 어느정도 수렴되었는지....^^;;;;

기후변화비 항목이라니....전국 아파트 관리비 항목 전수조사 해보면 흥미롭겟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적이 있는가?"


[환각] 한국어판 부제이자 독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나의 대답은 "수도 없이." 보았을 아니라 듣고, 맡고, 피부로 느꼈다. 어마한 기세로 달려오는 말의 발굽소리,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이 타오르며 내는 소리와 열기, 무협지 지붕 격투씬에서 보았을 지붕 위 눈의 차가운 감촉,  해변의 모래 위에서 춤추며 느끼는 뜨겁게 달궈진 모래알의 감촉, 우주 저 멀리의 어두움과 아득함...... 하지만, 이 모두는 모두 꿈에서 이뤄졌다. 올리버 색스가 다루는 "환각 Hallucinations"과는 결이 다르다.  어떤 이들은 '몽환'과 '환각'을 연속체에서 이해하려하지만, 올리버 색스는 "환각은 꿈과 매우 다른, 인간 의식과 정신 활동에서 고유하고 특별한 범주(9)"를 이룬다고 본다. 또한 올리버 색스는 현대 서구 문화권에서 환각을 광기와 연결지어 부정적으로 보는 것과 달리, 환각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파악한다. 올리버 색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나는 그의 이런 유연한 열린 태도가 참 존경스럽다.




올리버 색스는 "환각"이 인간에게 문화적(예술, 종교 등의 영역에서 특히)으로 중요할 뿐더러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게 해줄 중요한 창이라고 본다. 이런 환각의 힘은 대리자의 언어가 아닌 1인칭 시점의 진술을 통해 힘을 갖게 될 터이다. 따라서, 올리버 색스는 [환각]을 집필하며 자신의 환자는 물론, 다양한 옛 문헌뿐 아니라 친구들의 경험, 무엇보다도 자신의 경험을 1인칭 시점으로 녹여내고자 애썼다. [환각]은 의학적 범주 혹은 감각 양식에 따른 환각의 다양한 경험을 총 15장 구성으로 배치하였다. 

* * 

샤를보네증후군, 감각박탈, 텍스트환각, 수면마비, 시각적 편두통, 기면증, 도플갱어 등등, 환각의 다양한 양태에 대해서는 요약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어설픈 문장으로는, 올리버 색스가 애써 그러모아 놓은 '1인칭 시점'의 묘사가 흩어질 터이기에. 대신 나는 "환각"을 다루는 올리버 색스의 태도에 대해 쓰고 싶다. 



*   *  *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올리버 색스는 초진 환자 진료에 5시간을 쏟기도 했다. 런던 미들섹스병원의 인턴 시절, 그는 신부전으로 죽어가며 섬망 상태에서 횡설수설 하는 제럴드. P라는 환자 곁에서 때론 하루 두 세시간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올리버 색스의 담당 교수가 '헛소리 지껄인다'며 무시한 환자였다. 올리버 색스는 상형문자 풀 패키지인 그 횡설수설 이면의 그의 생애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심지어 제럴드 P의 횡설수설에 응수하기도 했다. 6장 "변성상태(altered state??)"의 1인칭 화자는 주로 저자 올리버 색스이다. 왜 그가 향정신성물질에 손대었으며 서서히 중독되었고 힘겹게 벗어나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보여준다. 올리버 색스의 다른 책들, [온더무브] [모든 것은 그 자리에] [고맙습니다] 을 통해서 그가 기네스북 수준의 호기심꾸러기인지 알지 못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 같다. 그가 순수히 지적인 호기심에서 마약에 손대기 시작했다는 것을. 비록 마약중독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올리버 색스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환각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절대 알 수 없다는 느낌"(141)을 얻었다. 

*   *  *  * 

6장 외에도 올리버 색스는 다양한 환각 경험의 1인칭 화자로 등장한다. 3-4살 때 처음 경험했던 편두통 전조 증상(7장),  60년 전 기억과 함께 코셔와인 냄새를 맡은 후각 환상(3장), 등반 사고로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경험한 환청(4장),  아마존 여행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고 섬망에 시달린 경험 (10장),  환상사지? 신체상 왜곡 경험(15장). 

자신을 이해의 도구 삼는 이런 진지한 태도가 올리버 색스가 소위 '환자'를 '환자'이전 존엄한 인간으로 대하는 태도와 연결되지 않나 싶다. 




1]  환각에 대한 생물 문화적 접근 

  * 샤를보네증후군의 경우_ "시각 환각을 신경학적으로 결정하는 범주가 있는가 하면, 개인적이고 문화적으로 결정하는 요인이 있을 것이다" (40) 예를 들어, 영어를 모국어 삼는 환각경험자의 환청은 주로 영어! 


2]  환각 경험(자)에 대한 문화적 태도

  * 많은 문화권에서 환각은 명상, 종교적 의례, 식물(약물) 등을 통해 도달 추구하는 긍정의 현상이자 예술의 영감이자 영적 고양의 경험. 그러나 서구 문화권에서는 병적인 현상으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 (1973년 실험, 8명의 가짜 환자들이 환청 증세를 호소하자 모두 정신과 입원처리 된 실험이 그 예) 올리버 색스에게 쏟아진 숱한 편지들도, 그 동안 낙인찍힐까봐 누구에게도 말 못하던 경험을 나누고자 함이 아닌가? 환각을 병적 증후로만 몰아가는 문화적 태도로 인해 잃은 것은 무엇일까?


3] 환각 연구 이면의 정치경제학

* 올리버 색스는 이 책에서 그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나 역시 이 분야에 아무 지식이 없으나 감각박탈이나 환상사지치료에 쓰이는 기술 등은 얼마든지 군사적 용도(고문이나 전투력 증강 등)로 (악)용될 수 있지 않나, 현재도 그런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는가? 



거칠지만 'ㅊ* ㄱ"님 "ㄱㅇㅇ**ㅇ"님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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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2-01-16 1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하세요!!! ㅋㅋ 지난 주 진도가 잘 안나갔어요. 잠만 많이 자고요 ㅋㅋ

얄라알라 2022-01-17 21:04   좋아요 3 | URL
건강을 위한 숙면 우선! 숙면 뒤 좋은 글이 나오잖아요^^ 초란공님과 함께 읽는 기회 생겨서 좋습니다!!

초란공 2022-01-18 14:22   좋아요 2 | URL
저도 함께 읽기 기대됩니다!! 제가 빨리 읽기는 안되어 저도 다 읽고 북사랑님 리뷰 읽기로!!^^;; 아 그리고 올리버 옹에 관한 DVD가 나온 모양입니다. http://aladin.kr/p/bfrqO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22-01-17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빠르시네요!!! 책 읽고 리뷰 읽어볼래요ㅎㅎ 이번 주 열독해야겠네요ㅎ

페크pek0501 2022-01-18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의 책을 저도 읽은 게 있는데 제목은 생각이 안 난다는...ㅋ
환자이면서 동시에 의사였던 것 같아요. 제 기억이 맞나요?
호기심이 무척 많아서 늘 탐색하려던 자세를 가졌던 것 같고요.
실제로 괴상한 증상을 가진 환자를 다룬 이야기를 읽고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어요.그걸 다 기록해 놨더라고요.

그레이스 2022-01-18 14:20   좋아요 4 | URL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라는 제목의 책일거예요.
아마!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해서 환자로서 겪은 이야기인것으로...
의식의 전환을 맞은 계기.

온더 무브도 좋았어요

얄라알라 2022-01-19 20:31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페크님 모두 올리버 색스를 애정하시는군요.
저도 <온 더 무브>
라이더 시절의 젊은 색스의 모습, 다 너무 좋았어요. ^^
<내 다리를.....> 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차차 봐야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2-04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얄라님! 리뷰 너무 잘 읽었습니다. 책과 저자에 대해서 너무 잘 설명해주셨네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제가 놓친 이야기를 이렇게 얄라님 리뷰로 만나니 너무 좋습니다^^b

2월 책은 어떤 책으로 할까요ㅎ??


초란공 2022-02-04 12:21   좋아요 2 | URL
오늘이 입춘이래요. 그래서 봄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음의 눈‘이 어떨지 제안해봅니다^^

얄라알라 2022-02-05 11:36   좋아요 0 | URL
[마음의 눈] 어제 초란공님 댓글 보고 바로 검색했을 때는 못찾았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 [마음의 눈 - 빗소리가 어떻게 풍경을 보여주는가] 마찬가지로 올리버 색스의 작품이네요^^

1. 올리버 색스 저작을 계속 이어달리기한다.
2. 강제력 없이는 혼자 읽기 어려우나 언젠가는 완독 희망하는 책을 새로 탐색한다.

저는 1, 2 다 좋습니다. 2의 책으로는 [환각]과도 연결지점 찾아볼 수 있을 [광기의 역사] 조심스레 추천리스트 올려봅니다. 두껍기는 엄청 두껍네요. ^^:; 사 놓고 안 읽은 책....


얄라알라 2022-02-05 11:36   좋아요 0 | URL
입춘 지났는데 이렇게 춥다니!!!! 어제 오늘 너무 추워요^^:;;;

초란공 2022-02-04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1인칭 시점의 진술‘을 쓱 지나치듯 읽은 것 같은데 이 부분을 북사랑님 글을 보고 공감이 가네요~! 이렇게 읽으니 좋은걸요!!
 

책 읽기 전, 오해.


 1] 부제 "펜데믹 시대, 역사학자의 병상일기" 에 갇힌 독자의 상상: Covid-19 투병 & 회복 일기겠지? 


 2] 설마 저자가 죽음 저편까지 넘나들며 아픈 건 아니었겠지? 병상일기를 쓸 수 있었으니... 



둘 다 틀렸다. 

[치료받을 권리 (Our Malady: Lessons in Liberty from a Hospital Diary)]의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봄까지 패혈증으로 생사를 넘나들며 아팠다. 저자의 장인과 장모가 코로나를 앓았지만, 적어도 저자는 코로나로 인해 직접적인 고통을 겪진 않았다. 



병감病感은 복통이었다. 티머시 스나이더는 복통을 느꼈지만 예정된 강연도 마쳤다. 2019년 12월 3일 병원에 입원했고 다음날 퇴원했다. 십여 일 후, 맹장염 수술 후 다음날 퇴원했다. 집도한 의사가 별다른 주의를 주지 않았고 티머시 스나이더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났다. 휴가지인 플로리다에서 잠시 입원했었지만 차도가 없어, 12월 28일엔 뉴헤이븐 응급실로 들어갔다. 고작 며칠 사이, 그는 간농양 제거를 위해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몸에 9개의 구멍을 뚫었고 튜브를 주렁주렁 단 중환자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후진적이고 불평등한 의료 시스템을 경험한 티모시 스나이더가 느꼈을 무력감과 분노는 다음의 자조적 문장으로 압축된다. "나는 하나의 환자, 세트의 손상된 장기들, 감염된 피가 담긴 하나의 용기에 불과했다. (13)"


Mogens Engelund, CC BY-SA 3.0 , via Wikimedia Commons


패혈증을 방치한 탓에 세균이 온몸에 넘실거리는 상태에서 미국인 티머시 스나이더는 아내에게 폴란드어로 말하기도 했다(본인은 기억하지 못한다). 수십년 헌신해온 연구 주제인 나치즘과 스탈린주의 관련한 인물들이 환영처럼 그의 반의식 속에 침투하기도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의 정신줄을 붙잡은 것은 부성애였다. "내가 나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고, 오직 내가 ' 아이들의 , 아이들의 아버지'라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삶이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떠다니는 깨달음, 다정한 공감 나를 호위해 죽음에서 멀어지게 했다. (18)"

그토록 아픈 와중에도 티머시 스나이더는 역사학자이자 한나 아렌트 상 수상 작가답게 일지를 남겼고, 친구의 권유로 회복 기간에 [치료받을 권리]를 썼다. 원제 [Our Malady]는 미국의 공적 질병public malady을 의미한다. 그는 21세기 미국인 상당 비율이 '더 짧고, 더 불행하게' 살면서도 엄청난 건강보험료를 지불하는 모순에 분노한다. 의료보장은 마땅히 보편적 권리인데, 특권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됨으로써 혜택받지 못한 사람을 사지로 내모는 상황에 분노한다. 지인들은 왜 티모시 부부가 생명이 위급한 시점에서 연줄을 동원해서 힘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는지 의아해했다(그는 예일대 석좌교수이며, 장인도 의사이다.) 티모시 스나이더는 그런 시각 자체가 특권의식이라고 본다. '삶과 죽음 앞에서 누군가가 더 취약해서는 안 된다. 인간 모두가 취약성을 드러내는데, 우리는 연대해야 같이 산다.' 이것이 바로 미국인 티모시 스나이더가 조국에 던지는 쓴소리이자 병상에서 돌아온 회복환자로서 절규이다. 



  • "우리가 타인을 질병의 보균자로, 우리 자신을 건강한 피해자로 여기고 있다면, 우리는 나치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57)
  •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들처럼 질병과 상관 없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배를 불리는 금전적 노다지였다." (161)
  • "고독과 연대는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지독하게 외롭다고 느끼는 가지 이유는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방법을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189)
  • "건강은 우리 공통의 취약성이고, 함께 자유로워질 있는 우리 공동의 기회이다...자유롭기 위해 우리에게는 건강이 필요하며, 건강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 (199)


치료받을 권리의 편재성, 사람의 고통과 생명값이 동일하게 다뤄지지 않고 경제 논리에 따라 계산되는 현실에 맞서 티머시 스나이더 내면에서 올라온 횃불은 혼자 타고 싶어하지 않는다. 세상을 움직이려는 질주에서 분노의 외바퀴만으로는 위험해진다. '연대'라는 다른 바퀴를 탑재해야 한다. "나에겐 감정(분노와 연대) 모두가 필요했다. 회복하기 위해,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에겐 횃불과 뗏목, 불과 , 고독과 연대가 모두 필요했다." (21)

* *

아프지 않았더라면, 티모시 스나이더가 횃불을 들었을까? 나는 어떠한가? 우리는 어떠한가? 억울하고 분노할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어도 횃불을 들겠는가? 답은....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혼자 드는 횃불은 꺼지기도 쉽고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 광장이 횃불의 바다로 울렁여야 미약하나마 신호 보낼 수 있다는 점. 견고한 금속성 카르텔은 횃불로도 쉽게 녹거나 해체되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꾸준하고 집요하게 요구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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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1-15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티모시 스나이더가 이런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이렇게 책으로 썼군요. 발췌해 주신 글에서 작가의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진실한 성찰이 느껴집니다.


얄라알라 2022-01-16 17:11   좋아요 0 | URL
저는 티모시 스나이더의 책을 이번에 처음 읽었어요. [피에젖은 땅]은 알라딘 서재 올라왔던 훌륭한 리뷰들로만 보았고요. [치료받을 권리]를 읽으면서, 이 분 성품, 그리고 coolcat님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진실한 성찰˝ 느낄 수 있었어요.....아픈 걸 너무 잘 참으시는 것도 같고요^^:;;

미국의 의료현실에 대해서는 신문기사나 이런저런 짤막한 글로만 접하다가 티모시 스나이더의 병상일기 통해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대로 두면 안 될터인데 어떻게 과연 달라질지, 달라질 수 있을지....

persona 2022-01-15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아서 다행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나라는 그래도 의료비도 싼 편이고 진료시에도 의료진들이 우수하고 사려깊어서 주의를 많이 해주는 편인 거 같아요. 수술후 감염됐을까봐 저는 파상풍이랑 패혈증이랑 척수염 검사도 받은 적이 있는데 과잉진료란 느낌보다는 썩으면 안 되니까 저도 적극적으로 동의했던 거 같아요. 아나필락시스에 빠른 대처 해준 것도 고맙고, 아빠 복통이 배가 아니라 심장 문제였다는 것도 비록 한쪽이 죽어버렸지만 모든 의사가 다 모르고 지나쳤다면 이날 이때까지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 같단 생각도 들고요. 해외 이민가서 살다가도 아플 땐 다 한국으로 돌아오더라고요.
맹장염 때문에 간농양도 생기고 패혈증까지 갔다니 좀 너무 했지만 ㅠㅠ 그래도 살아서 좋은 연구 많이 하시면 좋겠네요.

얄라알라 2022-01-16 17:14   좋아요 0 | URL
persona님께서도 힘든 경험이 있으셨군요.
척수염 검사가 아마도 척수천자(?)라는 과정이었을까요? 티모시 스나이더는 자신의 허리천자 수행하던 의사들의 휴대폰이 켜 있어서 불안+불쾌햇던 경험을 책에서 자세히 밝혔어요.


맹장 수술을 하고도 간농양과 패혈증까지 가다니 저도 저자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persona님 말씀처럼 이 분 오래 오래 좋은 연구 많이 하시면 좋겠어요^^
 


"영웅쥐 부고" 뉴스 덕분에 "APOPO"란 단체를 처음 알았다. 



"4일치를 30분 만에”…지뢰 100개 찾아낸 영웅쥐 죽음에 애도 물결" (서울신문 2022/1/12)


국내 뉴스 기사 제목 그대로 지뢰 100여개를 탐지하여 수 많은 생명-특히 어린이의 생명-을 구했다는 이유로 공로훈장도 받았던 쥐, '마가와'가 죽었다고 한다. 인간이 뿌린 재앙의 깨알들(지뢰)를 탐지해내는 훈련을 받고, 바나나 등 먹거리로 보상을 받아온 쥐! 비딱한 생각이 들어 홈페이지를 apopo.org 뒤져보니, 놀랍게도 아프리카 주머니쥐는 9개월 간 특수 훈련을 거치면, 인간의 객담의 냄새를 통해 결핵 양성인지를 탐지해낸다고 한다. 


'영웅쥐' 호칭은 철저히 인간중심이다. 인간을 위해 영웅화되었다. 

역으로, 인간이 비인간종에게 'hero(in)'이 된 경우가 있다면 무엇일까? 생각을 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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