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너를 생각해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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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소녀와 그 옆에 고양이 한 마리는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로맨틱한 이야기와 환타지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 기대감을 안고 읽어나갔다. 처음 만나게 된 작가 후지마루는 201712월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두 번째 소설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으로 감성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여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큰 인기를 끌었고 이 작품 또한 감성 미스터리로 마녀가 등장하는 이야기다. 요즘 시대에 마녀가 등장하는 이야기라니. 지금까지 기억으로는 마녀의 이미지라면 온통 까만색 옷차림에 매부리코의 깡마른 할머니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 시즈쿠는 새파랗게 젊고 예쁜 여자 대학생이다. 감성 미스터리 소설이라는데 왠지 내게는 코미디처럼 재미있는 부분도 느껴졌다. 뜻밖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도쿄에 있는 사립 대학교 문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시즈쿠는 가리는 것도 많다. 좋아하는 말은 합리주의이고 싫어하는 말은 근성, 열혈, 연대 책임 등. 상처받을까봐 두려워 친구도 사귀지 않는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불같이 사랑을 하고 결혼해서 살다보면 황혼이혼을 하게 되고 결국엔 3차 세계대전을 초래하게 될 거라는 황당한 자기만의 이론을 내세우며 혼자가 얼마나 좋은지 구구절절 설명한다. 이렇게 철저히 남과 엮이는 것보다는 혼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에 잘 적응하는 사토리 세대라는 것을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다. 남들이 모르는 시즈쿠의 비밀은 헤이세이 시대의 마지막 마녀라는 것이다.


  어느 날, 산 속 할머니 집에 살 때 소꿉친구였던 소타가 10년 만에 찾아온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시즈쿠는 단박에 소타를 알아보았다. 아홉 살 때 마녀 일을 같이 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러 왔다는 것이다. 일도 하지 않는 백수 같은데 자기 집에서 빌붙으려고 하나 싶어 자꾸만 질문을 퍼붓지만 소타는 적당히 얼버무리며 확실한 건 시즈쿠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자기의 일이라고 한다. 시즈쿠는 이 시대에 마녀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투덜대지만 소타는 분명히 의미가 있으니까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고 사람을 돕는 것이야말로 마녀의 사명!”이라며 소타는 설득하기에 이른다.


  마녀 일을 어떻게 하는 건가 궁금했는데 마녀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마도구가 있단다.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마도구를 시즈쿠가 물려받았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써 본적은 없다. 마도구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당대의 마녀만 쓸 수 있고,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써야 하고, 저마다 고유의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한 번씩밖에 쓸 수 없다. 호조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마도구는 여섯 가지다.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알하드의 지팡이, 서로의 영혼을 바꿀 수 있는 나자르의 쌍둥이 반지, 쓰면 투명해지는 능력이 있는 류넷의 검은 모자,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아메르시브의 모래시계, 시뷰레의 예언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가루다의 깃털 이렇게 여섯 가지다.


  마녀 일에 시큰둥하던 시즈쿠는 적극적으로 도우려하는 소타 덕분에 조금씩 흥미를 느낀다. 외롭게 혼자서 살다가 옛날 소꿉친구가 좋긴 좋은 모양이다. 소타가 옛날 산 속 집에 가보자고 한다. 순간이동에 성공하여 순식간에 산 속으로 온 두 친구는 어렸을 때 추억으로 돌아간다. ‘마녀는 어느 시대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배달해 주는 존재라고 했던 할머니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소타는 시즈쿠가 잊고 있던 별 자유 연구를 하자던 10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기로 오자고 했단다. 뭐든지 내기를 해서 100승을 먼저 하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등 어렸을 때 놀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울컥하고 만다. 그렇게 붙어 지내던 소타도 없이 얼마나 무서운 몇 날 며칠을 보냈는지. 그날 어디로 사라진 거냐고 물었더니, 소타는 자기도 그때 물살에 휩쓸리고 정신차려보니 몸은 커져 있고 그때부터 쭉 기억이 없단다. 10년의 기억이 몽땅 없어지다니. 이렇게 정체를 모르는 사람과 이대로 지내도 괜찮은 걸까 마음속에서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소타는 시즈쿠를 돕는 게 자신의 사명이자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거라고 한다. 시즈쿠의 마음은 소타의 말에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새침한 시즈쿠는 마녀 일에 관심 없는 척 하면서도 좋은 마녀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마도구를 깨끗이 닦아두거나 벽에 훌륭한 마녀가 되겠다는 목표를 써 붙여 놓았는데 소타에게 들키고는 놀림감이 된다. 결국 혼자서는 못하지만 소타가 도와준다면 자신 있을 것 같은 생각에 힘을 얻게 된다.


  첫 번 째 의뢰인이 생겼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는데 고백을 할 수가 없어서 고민이라는 미우라를 위해 미팅 모임을 열고 나자르의 쌍둥이 반지를 이용해서 두 사람의 영혼을 바뀌게 해서 미팅 장소에서 상대남 미즈타와 연결을 시켜 주려고 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잘못 짚은 것 같다. 남자 보는 눈이 없었다며 미우라는 상처를 받는데... 적극적으로 미우라를 위해 싸워 주고 마녀재판을 해서 미즈타를 혼줄을 낸다. 결국 미우라를 위해 사랑 고백을 받아내진 못하고 창피한 마음이 되어 후회하는데... 뒷수습을 능숙하게 해 준 소타 덕분에 잘 마무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을 위해 싸워준 시즈쿠에게 고마워하는 미우라가 친구를 선언한다


  적극적으로 시즈쿠를 도와주는 소타가 있어서 마음 든든해하면서도 자신과 같이 부족한 사람이 마녀로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 일에만 몰두하던 부모님께 대들고 가출했던 기억을 떠올라 괴롭다. 유일한 친구였던 고양이가 갑자기 사라졌던 기억도. 어느 날, 여동생이 자기에게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여동생과 사이좋은 관계로 바꿔달라는 의뢰인 히카와를 만나기도 한다. 고민 같지도 않은 것을 고민이라고 하느냐 하면서 징역 10년을 선포 한다. 정말 포복절도하게 하는 선언이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알고 나서 감동하는 시즈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하며 또 사고를 쳤다며 자책한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아기들은 그 어떤 소중한 장난감이라도 주세요하고 하면 순순히 준단다. 그리고 기분 좋다는 듯 웃어.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말이야. 이게 사람이 가진 마법이란다. 신이 주신, 둘도 없는 마법이지.”(P163)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마법사란다. 마도구를 쓰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이 있는 한 다들 마법사야. 마음은 때때로 마법을 능가하지.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이야. 마음이 행복을 느낄 때, 그 사람 주변에는 행복의 꽃이 피어난단다. 그건 무척이나 멋진 일이지. 사람은 모두가 누군가의 마법사야. 시즈쿠도 분명히 마법사를 만나게 될 거야."(P164)



여자도 마찬가지야. 어떤 사람이든 시간이 흐르면 변해. , 가장 좋지 않은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안 하면 점점 망가지거든. 몸부림치고 발버둥 쳐야 사람은 좋아질 수 있어. 시즈쿠는 지금 한창 그러고 있는 중이고.”


이 시간은 절대 도망가지 않아. 최강의 마법을 얻기 위한 소양 같은 거야. 이 산에서 갈고 닦아서 강해진 얼굴을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면 돼. 앞으로 살다 보면 괴로운 일, 슬픈 일, 온갖 일을 겪을 거야. 그걸 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미소를 가꾸는 연습을 하는 거야. 그렇게 손에 넣은 미소를 보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단다. 행복해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구하고 시즈쿠의 미소에는 그런 힘이 있어. 그게 사람이 지닌 최강의 마법이지.”(P233)


  소타가 빌붙을까봐 걱정하던 시즈쿠는 어디로 가고 이제 둘이는 영원히 함께 있기를 바라며 행복해하던 어느 날, 시즈쿠에게 할머니라 부르며 고즈에가 갑자기 나타난다. 미래에서 온 할머니의 손녀인데 집에서 가출했단다.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 고집불통인데다 돌아가래도 절대 안 간단다. 이제 소타와 친해져서 행복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방해꾼이 나타나다니 시즈쿠는 미칠 지경이다. 자꾸만 불만이 쌓이게 되고 서로 말다툼하다가 고즈에는 집을 나가 버린다. 그때 옛날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처럼 폭풍우는 들이닥치는데...


  고즈에를 구할 수 있을까. 물론 마녀니까 그 힘으로 구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마도구는 한번 밖에 쓸 수 없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효능이 소멸된다. 시즈쿠는 또 한번 후회하며 고즈에를 찾으러 폭풍우 속으로 뛰쳐나가는데... 정체가 미심쩍은 소타는 누구였을까.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이 딱 좋아. 특별히 나를 희생하는 게 아니야. 마도구의 힘이 끝나는 순간이 정령이 떠날 때야. 불로불사의 몸이 되지 못한 나는 마도구와 마녀의 힘으로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있었어. 네 얼굴을 보면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그런 호사는 바라지 않을게. 여기가 나의 종착점이야.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난 떠나는 거야. 시즈쿠, 고마웠어. 지금까지 옆에 있어줘서.”(P327)


  처음 접하는 감성 미스터리에 시즈쿠의 코믹한 대사의 조합이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후반부의 사건으로 인해 밝혀지는 반전으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되기도 했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한 마음을 전파시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이야기였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을 잘 챙기고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주었다. 가끔 생각하고 기억해 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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