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월송도 2 - 완결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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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폭설로 인해 객점에서 제온과 경대승의 우연한 만남이 무척 흥미롭다. 날씨 상황 때문에 몰려온 손님으로 인해 방이 없는데, 경대승의 선심으로 제온이 묵게 되는데, 또 하나 험악한 인상의 천박한 무인 감무 강채주를 끼워 주는 바람에 좁디좁은 방 하나에서 세 명의 사내들이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렇게 좁은 방에 사내끼리 살을 맞대고 자는 것보다는 밤새 내기를 해서 지는 사람이 술을 사자는 강채주의 제안에 의기투합한다. 아무리 낯선 사람들이라도 그렇게 모여 앉아 내기를 하게 되면 이런저런 얘기가 술술 나오게 마련이다.


 강채주는 자신의 뛰어난 노름 기술로 여인과 혼약까지 얻어냈다고 자랑을 한다. 얘기를 주고 받다보니 경대승이 자신의 아버지를 못마땅해 하고 싫어한다는 것에 묘한 공감이 생겨 제온과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다혈질이지만 의리에 밝은 경대승은 그 혼담은 무효라며 자신이 물어주겠다고 한다. 나름 규칙을 정하는데 경대승이 이기면 은 열 근에 처녀를 넘기고, 지면 은 스무 근을 내는 조건으로 한다. 그런데 경대승이 내리 진다. 이에 제온은 은 백 냥을 걸고 자신이 이기면 계권을 찢어버리고 처녀를 놓아주는 조건으로 하자고 한다. 노름에 완전 초자 실력인 제온이 이기게 되자 경대승은 놀라며 강채주는 분을 못 이긴다. 하룻밤을 보낸 경대승은 제온에게 야릇한 호기심을 느끼는데... 이렇게 전 권과 마찬가지로 흥미롭게 몰입하게 된다.


 이의방 이후의 정중부의 세상도 여전히 무법천지다. 정중부와 그 무리들을 처단하기 위해 남적, 서적을 통합하기 위해 힘쓰는 한편 승려들까지 나서게 된다. 이미 개경에는 괴이한 귀신 가면을 쓴 귀면이 나타나 무신들이 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피해자는 행실이 포악하고 잔인한 자를 해치워서 민인들이 은근히 기뻐한다. 귀면은 무예가 출중해서 감히 당해낼 자가 없다. 오합지졸인 도적떼들을 한 뜻을 위해 규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붙기도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내려놓지 않는다. 권력의 안락함에 젖은 자는 뺏기지 않으려 하고 밑바닥에 있던 자들은 권력을 갖기 위해 혈투를 벌인다.


 제온이 충주의 사심관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만나게 된 운영. 제온의 마음과 달리 부모와 스승을 잃고 자신을 향한 자책으로 돌덩이처럼 굳은 운영의 마음속으로 좀처럼 들어갈 수 가 없다. 남편의 학대 속에 점점 미쳐버릴 것 같은 서아, 죽은 줄 알고 있었던 휘, 제온의 곁을 떠난 영로 등 제온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숨 가쁘게 진행된다.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가엾기도 하고 서로 잘 맺어졌으면 해서. 휘는 또 얼마나 얼굴이 빼어나면 기녀들보다 예쁘다고 하는지. 온 상상력을 동원해서 몰입하는 재미가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눈앞에 살아있는 인물들의 영상을 보는 듯 실감난다. 자신의 천한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한당 같은 찬술에게 온갖 협조를 제공하고는 결국 그 시커먼 손에 죽는 계랑.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약한 일개 민인의 몸부림이 처절하다. 신분이 높고 재산이 많아도 마음 편히 쉴 곳, 마음 하나 나눌 사람이 없는 서아도 가엾기는 마찬가지다.


 정균 일당과 맞닥뜨린 제온, 경대승의 대적 장면은 심장이 두근두근 한다. 정균의 호위 무사가 된 영로의 칼날이 과연 누구를 향할 것인지. 같은 동지가 되었어도 커다란 일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또 하나의 적을 해치우려 한다. 어쩌면 인간의 욕망은 이렇게 끝도 없는지도 모른다. 원래 적당한 선이라는 건 없는지도. 처음부터 제온과 이상이 달랐던 것처럼 정중부 부자 일당을 제거하고도 경대승은 제온을 여전히 불편해한다.


걱정스럽다는 겁니다. 장군은 군인답게 엄격한 규율로 세상을 짜 맞추려 하지만 그 규율도 낡으면 고쳐야죠. 사람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그래서 시대가 변하는데도 낡은 규율에 구겨 넣으려고 하면 저항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세상과 사람이 변했는데 완전한 복고가 가능하겠습니까.”(P430) 실권을 잡은 경대승에게 이렇게 제온이 주장하지만, 기득권층은 언제나 익숙하고 자신에게 이익 되는 방향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역사는 비극과 비리가 계속되는 거겠지.


암울했던 삶 속에서 분투했던 주인공들은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길을 찾아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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