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진 - 일상의 시간에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아가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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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문사철로 거론되는 인문학의 인기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때 인문학에 해당하는 과목을 대학에서도 소홀하게 여기면서 강좌를 줄이는 등 그 폐해에 대해서 분분했던 적이 무색할 만큼 인문학의 열풍은 이전보다 더 뜨겁다. 기업의 CEO 등을 비롯한 부유층일수록 고가의 인문학 강좌에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도 많고,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의 통계자료에서도 인문학 분야의 전공자일수록 고소득자의 리스트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을 출간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한다. 빡빡한 삶에 지친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통해 자기성찰과 치유의 기회도 갖고 인문학에 대한 지적 갈증의 해소 등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2013년부터 서울경제신문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을 바탕으로 새로 쓰고 다듬었다고 한다.

 

 강의내용은 1. 문학과 문장 2. 건축과 공간 3. 클래식과 의식 4. 융합과 이상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이것은 다시 한 PART당 세 개의 강의가 들어 있고 각 강의의 글쓴이는 다르다. 문학, 건축, 음악, 역사, 미술, 문화, 고전, 과학, 사회에 걸친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하루에 짧은 호흡으로 소화할 수 있어서 부담이 없다. 느리게 음미하듯이 읽어도 좋겠다. 하지만 각 분야의 강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제법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엔 첫 번째 파트의 문학과 문장에서 다룬 여러 문학작품 이야기와 3강의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가 좋았다. 역시 스토리텔링의 시대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한다. 말과 글이 삶을 바꾼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마음을 다잡는 글쓰기의 기술까지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막히는 글쓰기의 상황에 부딪혔을 때 도망갈 수 없도록 첫 문장을 쓰는 방법을 제시하고 쓴 글은 계속해서 읽고 고치는 것을 반복하라고 한다. 퇴고를 통해서 훌륭한 작가일수록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진다는 것을 경험한다고 한다. 믿음을 가지고 반복해서 오래 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 잘하는 일이 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건축과 공간 이야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재밌었다. 앞으로는 어떤 건축물의 공간에 들어가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유럽의 광장과 도시의 역사는 흥미로웠다. 같은 유럽이라고 해도 런던과 파리의 건축양식이 다르듯이 그 곳 특유의 분위기에 맞는 조화로움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하게끔 한다. 그런가하면 19세기 건축사에서 빠질 수 없는 에펠탑은 도시의 흉물이라는 비난에 철거 대상이 될 뻔했지만 지금은 파리의 랜드마크이자 관광객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역할을 하고 있다니 의도치 않은 반전이다. 또 근대건축발전에 이바지한 르코르뷔지에,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등 거장들의 건축을 대하는 철학과 태도를 알 수 있었다. 이름난 성당 등 위대한 건축물이나 조형물이 예사로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심사숙고한 그들의 혼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니 직접 보게 된다면 감동과 경이로움으로 벅찰 것 같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너무 획일화된 주택이나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도시공간이 너무 삭막하지 않나 떠올려보게 했다. 건축이란 정형화된 외관만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문화적 산물로 정신적인 양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P217 스캔 사진. 파리 노트르담 교회)

 QR코드를 스캔하면 아름다운 건축물의 실물을 볼 수 있어 이해를 돕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의 심장인 서울의 건축문화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점도 유용했다. 궁궐 문지기에서 재상의 반열에 오른 박자청의 뛰어난 능력과 장인정신으로 탄생한 창덕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룰 줄은 그 누가 알았을까. 노래로만 듣던 장충단 공원도 역사의 한가운데를 건너온 산물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세 번째의 클래식과 의식에서는 클래식과 문학이 상상력의 만남으로 어우러진 풍성한 문화의 확대를 보여준다. 괴테의 <파우스트>,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빅토르 위고 등의 작품이 음악가들의 영감과 상상력으로 오페라로 탄생하여 더욱 폭넓은 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음악을 듣고 살아갈까. 경쟁사회에서 감정마저 경화되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점점 삭막해져가는 이 시대에 의도적으로라도 음악을 듣고 시를 한 편 읽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도 QR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의 정보를 알려주고 있어서 음악적 감성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오래되어야 좋은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오래되고도 아름다운 것은 결국 내면의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적막과 고독, 비움을 이겨내고 그 속에서 사유의 결과로 탄생하는 예술을 이야기하는 8강도 좋았다. 소멸하는 것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동아시아적 사고 대순환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유한한 삶을 어떻게 좀 더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게 한다. 바로 이어지는 9강에서는 시간이 만든 완성품, 와인이나 명품이 탄생하게 된 스토리가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적 배경에 녹아들어 있다. 인간의 욕망에 파고들어 신비주의 스토리텔링으로 성장한 장인들의 명품 브랜드는 오늘날에는 더욱 상업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또 잔 다르크의 전설이 얽힌 백년전쟁이 결국은 포도밭을 되찾기 위한 프랑스와 영국의 영토분쟁이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듯 음악, 문학, 식품 등 분야는 달라도 역사와 전통속에서 빚어내는 스토리텔링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네 번째 장의 마지막 12강 제4의 물결 편은 영국혁명을 시작으로 프랑스대혁명 등 세계의 굵직한 혁명과 우리의 촛불 혁명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조각조각 알고 있거나 잘 몰랐던 혁명사에 관해 짧은 챕터지만 상세하고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한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문학작품을 읽어내는데도 좋은 배경지식이 될 것이다. 8만여 명이 수강한 인기 강연 프로그램을 재구성한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인문학적 지식과 사고에 목말랐던 갈증을 채워주는데 훌륭한 강의가 되리라 믿는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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