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야기 -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딘 버넷 지음, 임수미 옮김, 허규형 감수 / 미래의창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내가 읽은 뇌에 관한 책이라면 오래전 하루야마 시게오의 뇌내혁명이 있고 그 후로 읽은 나덕렬 교수의 앞쪽형 인간을 비롯한 몇 권으로 기억한다. 앞의 책은 뇌를 잘 관리하면(뇌가 젊으면) 125세 까지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뒤의 책은 주로 앞쪽 뇌 즉, 전두엽에 관한 이야기로 앞쪽 뇌가 하는 놀라운 일과 앞쪽 뇌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특히 전두엽을 기업의 CEO와 비유하면서 알기 쉽고 설명하는 뇌 이야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으며 뇌 과학의 세계에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흔히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에 비유될 정도로 그 성능이 무궁무진하게 정교하고 놀라울 정도이며 평생 살면서 3% 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있어왔다.


 이번에 읽게 된 딘 버넷의 이 책은 그간의 뇌의 신비와 그 우수성이라는 측면이라는 것에 고정관념을 깨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사람의 뇌는 엉망진창이라는 그의 말에 이전에 읽은 뇌 이야기와 확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서 현재의 섬세함을 갖추었지만,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온갖 잡다한 구닥다리 프로그램들과 다운 받아 놓은 영화 파일이 가득해서 제대로 작동 되지 않은 상태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마치 온갖 식료품을 쟁여놓고 무엇이 어디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정리가 안 된 냉장고 속을 상상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


 총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류 생존하기까지 일등공신이 된 뇌부터 인간의 기억시스템, 타인보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믿는 경향의 사람들 이야기, 뇌의 정보처리 기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성격은 뇌 때문이라는 것, 감정이 있는 뇌, 뇌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수백만 년 전의 인간에게 있어 뇌의 목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명확하고 단순했다고 한다. 바로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우리 몸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니. 원시적인 특성의 파충류 뇌와 진화한 현대 사회의 인간이 누리고 있는 의식, 주의력, 인지력, 사고력 등 고차원적은 능력은 새롭다는 뜻의 neo-' 이 앞에 붙은 신피질neocortex'의 뇌는 지금도 충돌하고 있단다. 파충류 뇌는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는 소위 꼰대들에 비유하며 신피질은 융통성 있고 호응을 잘하는 세대에 비유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멀미나 식욕조절 과정, 잠에 대해 뇌가 관여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 기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에 앉아서 이동할 때 사람은 이동의 주체가 아니다. 가만히 앉아 있지만 전정계의 판단은 귓속 액체가 빠른 움직임과 가속도로 인해 발생하는 힘의 반응을 뇌에 전달하는데 파충류 뇌의 선택은 으로 인식하여 구토라는 반사작용을 작동시키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사람은 충분히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하면서도 디저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도 우리 뇌의 강력한 작용 보상 체계임을 알게 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재충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는 수면이다. 수면 중에도 뇌는 더 복잡한 행동을 보이며 특히 뇌가 매우 활발한 상태인 렘수면 중에는 기억을 정리하고 유지하는 작업을 하는 등 기억을 활성화시킨다.


 가끔 우리는 무언가를 가지러 왔다가 금세 잊어버리고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기억에는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이 있는데 둘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장기기억은 그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고 단기기억은 기껏해야 1분 정도 지속되는 기억이다. 단기기억은 용량도 매우 적어서 최대 4개의 아이템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도중에 어떤 일로 방해를 받게 되면 오류가 발생하여 내가 지금 뭘 가지러 왔지?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단기기억은 순간적인 기억이고 장기기억은 지속적이고 영구적이며 큼직한 기억이다.


그렇다면 우리 뇌의 기억체계는 과연 믿을 수 있을 만큼 정확하고 안전한 것일까?

저자는 믿을 수 있는’, ‘정확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조금 혼란이 생긴다. 우리는 오래된 기억을 추억으로 생각하며 되새기곤 한다. 놀랍게도 사람의 기억은 상당히 가변적이고, 여러 방식으로 뜯어고치거나 억제할 수 있으며, 원인을 잘못 기억할 수도 있다는데 이런 현상을 기억편향memory bias'이라고 한단다. 이것은 우리의 자아에 의해 발생한다. 우리 자신의 모든 것은 바로 뇌의 특징이며, 뇌가 하는 일은 우리가 좀 더 멋있게 보이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니 아무래도 인간의 본능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사람은 하루에도 오만 가지 생각, 걱정을 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은 변했지만 우리 뇌는 아직도 잠재적인 위협 요소들을 생각해내며 걱정거리를 어떻게든 찾아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섬세한 시스템을 가진 덕분에 인류는 황무지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았으며 문명화된 인간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장점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미신은 믿지 않으면서도 나쁜 운은 피하고 싶어서 문지방을 밟지 않고 건너가거나 장례식장에 다녀온 뒤 소금을 뿌리거나 시험 날에 미역국을 먹지 않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선택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역사적으로는 마음과 몸이 별개라고 믿었지만, 사람의 성격이 뇌와 중요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원래 온화하고 성실했던 사람도 뇌를 심하게 다침으로서 예의가 없고 나쁜 사람으로 변한 사례를 들려준다. 뇌에도 감정이 있을까? 사람은 타인을 꽤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것은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면서 남들이 우리를 좋아해주기를 바라며 남들보다 우월하기를 바라는 뇌의 성향이 사기꾼들에게 이용당하기 쉽게도 한다니 우리 뇌에는 정말 엉뚱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에드먼드 버크는 악마가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단 한 가지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단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홀로코스트 전범자들에게 심문 했을 때, 이들은 그저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든다. 글쎄 성격이든 옳고 그른 일의 판단을 못하는 것도 뇌가 일조하는 것이라니 좀 두려운 생각도 든다. 진화론적 측면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복종하는 성향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것, 집단을 형성하며 그 일원으로 소속하려는 성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인은 예전보다 각박한 상황에서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우울증 등 신경 정신질환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뇌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몸의 핵심 부분이다. 신비하고 똑똑하다고만 알고 있었던 뇌가 엉뚱하고 복잡하기도 한 매커니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 같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재미까지 있는 뇌 이야기다. 평생의 동반자 뇌를 앎으로 인해 삶의 태도나 방식에도 변화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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