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논어 인문학
전용주 지음 / 문예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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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보면 종종 마주치게 되는 공자의 삶과 그 사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는데, 문예출판사의 이벤트로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저자는 다름 아닌 40여 년을 공인회계사로 활동할 정도로 공자를 논하는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의 경력이 이색적으로 다가와 더욱 호기심을 끌었다. 최인호의 <유림>을 읽고 큰 감동을 받은 계기로 유학을 공부하였고 그 내공의 결과로 출간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의 가르침을 모은 책이며 유교의 중요한 경전인 논어는 인간의 삶의 흔적이 녹아있으며 역사와 문화, 정치와 윤리사상 등이 들어있는 인문학이다. 유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위해 밴드에 공유했던 강의록이 쌓여 이 저작의 토대가 되었다. 일반 독자들이 논어와 공자사상, 중국 고전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또 제대로 알도록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라고 한다.


 이 책의 구성은 1장 공자의 발자취를 찾아서 / 2장 공자, 군자의 윤리학을 말하다 / 3장 정치의 근본은 백성임을 밝히다 / 4장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다 / 5장 위대한 스승에게는 훌륭한 제자가 있다 / 6장 공자, 살아서 군자 죽어서 성인이 되다 / 7장 인간의 미래를 위하여 로 되어 있다. 각 장은 1, 2강의 순서로 강의록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와 메시지를 담았다. 한국인들이 갖는 공자의 가르침에 대한 선입견, 즉 공자사상이 고리타분하다거나 조선을 망쳤다, 반상(班常)의 구별이나 남존여비를 야기한 봉건시대의 잔재라는 오해를 해소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고 집필 의도를 밝히고 있다.


 공자의 발자취와 사상을 온전히 다룬 이야기는 처음 접하게 되어 어렵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저자의 의도에 걸맞게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동서양의 사상과 연관된 부분은 비교, 설명해주고 있으며 자세한 각주로 이해도를 높였다. 각주는논어중용,공자가어등 다양한 경전을 뽑아 놓은 덕분에 공자의 사상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중국 고대의 역사와 고사를 사례로 인용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을 접하고 보니 오래 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으로 공자와 유교 문화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일이 떠오른다. 저자는 이와는 반대의 입장으로 공자의 삶과 사상에서 우리 현대인들이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설파하고 있다.


 옛날부터 중국의 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었던 우리의 역사를 생각할 때 유교와 유학이 전통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흔히 우리는 유교(儒敎)와 유학(儒學)을 종종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유교는 공자의 가르침을 뜻하는 말이며 종교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고, 유학이라는 용어는 후한(後漢)이후 경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유교의 학문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의 가르침을 지칭할 때는 유교라고 해야 마땅하다는 저자의 주장을 주지할 필요가 있겠다.


 공자가 살던 춘추 시대는 제후들 간의 전쟁으로 인해 사회가 혼란하고 윤리도덕이 타락한 절망의 시기였다. 그럼에도 이상사회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자신의 뜻을 펼칠 군주를 찾아 주유열국(周遊列國)을 시작한다.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13년의 기나긴 여정을 마쳤지만 끝내 그런 군주를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을 통해서 그의 사상은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자는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는데 그 화두는 인()이며 극기복례(克己復禮)와 수기안인(修己安人)으로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전자는 자기를 극복하고 예를 회복하면 인을 행할 수 있다는 뜻이고, 후자는 자기를 닦아 남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는 의미이다. 결국 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을 갈고 닦으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진다. 나아가 인격을 도야하고 덕을 함양하는 것, 곧 군자가 되는 길이다. 군자라는 말은 공자 윤리학의 가장 핵심이 되는 말에 다름 아니다. 평생 성인을 자처하기보다는 군자이기를 희망했던 공자의 겸손함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논어에 일정한 체계 없이 흩어져있는 공자의 윤리사상을 칸트의 철학적 체계를 원용하여 정리하여 네 가지로 분류한다.


1. 인간이란 무엇인가?(본질론)

2.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수기론)

3. 인간은 어떠해야 하는가?(윤리론)

4. 인간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군자론)(P52)

이것을 이 책에서는 1번의 물음은 제5, 2번은 제6강과 제7강에서 3번은 제8~15강까지 4번의 물음은 제16~18강까지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렇게 이 물음을 염두에 두고 읽는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조수(鳥獸)와 더불어 무리 지어 살 수 없으니, 내가 이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리지 않고 누구와 더불어 어울리겠는가?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내가 관여하여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18-6)(P60)

위는 논어에 나오는 일화로 주유열국 8년째(공자 나이 62세경) 섭공을 설득하다 실패한 공자가 채나라로 돌아가는 중에 있었던 일이다. 여기에는 공자가 인간을 어떠한 존재로 생각했는지엿볼 수 있다. 바로 조수와 무리 지어 살지 않겠다는 의지, 사람들과 어울려 살겠다는 의지, 천하에 도()가 없으니 이를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를 내포한다. 조수와 무리 지어 살지 않겠다는 말은 당시 유행하던 노자의 무위(無爲)의 철학을 반박한 것으로 자연을 초월한 문명적이고 문화적인 삶을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자는 인간이란 문명적 존재이며 사회적 존재, 도덕적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주유열국을 통해서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군주는 있어도 저절로 어지러워지는 나라는 없다.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저절로 다스려지게 하는 법은 없다. (중략) 마땅한 사람을 얻으면 존속되고 마땅한 사람을 잃으면 사라진다. 법이란 다스림의 실마리이고, 군자는 법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군자가 있으면 법이 비록 생략되었다 하더라도 두루 퍼질 것이며, 군자가 없다면 법이 비록 갖추어졌어도 선후의 순서를 잃고 일의 변화에 적응할 수 없으며 어지러워질 것이다. 현명한 군주는 마땅한 사람을 얻는 데 힘쓰지만, 어리석은 군주는 먼저 자기 세력을 얻는 일을 서두른다.”순자』「군도 편(P179)

이 말은 중용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순자가 구체적으로 설명한 내용이라고 한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데 있어 인재, 즉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 있어도 자질이 있느냐의 문제이다. 무릇 위정자라면 그 성품과 능력이 갖추어진 마땅한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것의 중요성은 현대에 적용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라 놀랍다.


 공자는 평생 군자이기를 자처하며 배움을 놓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야망과 이상이 높았지만 그것을 실현할 군주를 만나지 못했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을 실천한 복자천을 통해서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또 그의 가르침을 따른 수많은 제자들로 인해 공자의 사상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공감을 주고 있다. 군자는 자기를 닦아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백성을 으뜸으로 여겼으며 정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는 사람에게 달려 있으므로 사람을 얻는 일은 온몸으로 해야 한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자의 삶과 사상을 접하고 나서 그의 생각이 이토록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은 왜일까. 이천 오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우리는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을 중요시 여겼던 공자의 핵심 사상은 교육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미 삼십대에 예()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공자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립학교를 세웠다. 전제군주제 국가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귀족들의 독점이었던 교육을 신분의 귀천을 구별하지 않고 가르침을 제공하였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고, 나름의 원칙을 적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밖에도 의욕을 보이는 제자에게 일깨워주어 가르침의 효과를 얻기 위한 불분불계(不憤不啓),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가르침 등의 원칙은 오늘날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탁월한 교육 철학이라고 느껴졌다. 그 궁극의 목표는 인격의 완성이다.


 위대한 스승에게는 훌륭한 제자가 있듯이 공문십철(孔門十哲)’에는 공자가 사랑하고 아꼈던 제자 열 명을 소개한다.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제자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현대는 참으로 복잡다단한 시대이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생활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마음은 불안한 채 살아가고 있다.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피치 못할 타인과의 경쟁,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행복해야 할 인생이 불행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성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삶을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소통의 부재, 불신과 갈등이 팽배한 현실을 볼 때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공자의 말씀을 자꾸 되뇌게 한다. 어린이는 미래의 꿈나무라는 말이 있듯이 성공과 경쟁의 도구보다는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이 행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어린이가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 인생을 살아간다. 국가사회는 그 사람들이 모여서 형성되는 것을 생각할 때 공자의 사람을 중시하는 사상은 분명 해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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