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화의 사기 1 : 큰 그릇이 된다는 것 1 장자화의 사기 1
장자화 지음, 전수정 옮김, 사마천 / 사계절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중국인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고전이며, 중국 최고의 역사 저작이자 세계적인 고전이 사마천의 사기. 사기처럼 오늘날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인용되고 읽혀지는 책이 또 있을까. 중국 역사 가운데 3천년을 본기12, 10,8,세가30열전70편 총 130편에 걸쳐 기록한 방대한 저작이다. 이 중 장자화의 사기시리즈는 역사서 최초로 기전체를 도입한 사마천의 역사관을 따라, 인물을 중심으로 쓴 다섯 권의 사기해설서다. 1,2권을 만나게 되었는데, 나머지는 출간예정이라고 한다. 1큰 그릇이 된다는 것본기를 바탕으로 세가열전에 수록된 관련 내용을 참고해서 썼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내용은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고사 형태로 되어 있다. 특히 삽화는 이야기의 내용을 실감나게 해주는데 한나라 때 돌에 새긴 그림처럼 보이도록 판화 방식을 도입했다 한다. 중국 고대의 멋을 살리고자 한 그림으로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현대 문학의 표현법으로 인물의 심리와 행동에 담긴 의미를 그렸으며, 각 장의 끝에는 ‘3분 역사 키워드를 넣어 문학, 역사학, 철학, 심리학, 경영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인물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 또 작품 속 사건은 현대식 연도로 표기했고 지도의 삽입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주제에 해당하는 큰 그릇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 기준은 땅이나 재물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 사회 조직에서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는가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타인과 현명하게 관계 맺는가, 그 관계에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가, 에 있다. 요순 선양 고사를 비롯하여 탕무 혁명 고사, 주공 섭정 고사, 진시황 고사, 항우의 패업 창립 고사, 제왕이 된 유방의 고사, 여후 고사, 한 무제의 고사가 실려 있다. 맨 마지막의 태사공 사마천의 고사에는 죽음을 앞둔 친구 임안에게 보내는 편지가 들어 있어 애절하다. 남성으로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치욕적인 부형을 받은 사마천의 곤혹스런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누구를 진심으로 도우려고 했던 순수한 마음이 의심을 사서 의도하지 않게 오해를 사기도 한다. 역사에서는 오해를 넘어서 죽음을 이르기도 한다. 포악한 상 주왕을 토벌하고 왕조를 세운 무왕은 오로지 나랏일에만 매진하다가 불과 4년 만에 죽고 만다. 보위를 이어받은 성왕은 겨우 12. 그 무거운 짐을 돕기 위해 주공의 섭정이 시작되는데, 이런 상황이면 반드시 시샘하고 모략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유언비어를 퍼뜨려 도륙하려 한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목표가 올바르고 떳떳하다면 남의 험담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임해야 한다. 이렇게 군주를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성심을 다해 보좌하는 주공 같은 인재가 아쉬운 시대다.


 범증의 충고를 무시하고 신안(新安)에서 항복한 진나라 군사 이십만 명을 산 채로 매장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항우의 처사는 진나라 장수 백기가 장평(長坪)에서 조나라 군사 사십 만 명을 산 채로 매장한 일과 묘하게 닮았다. 원한으로 일을 처리하면 자신도 원한으로 당하는 게 세상사다. 홍문연에서 범증의 충고를 들었더라면 항우에겐 기회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회란 내가 놓치면 다른 상대가 얻게 되는 것이니, 이것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세상살이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기회를 놓친 자신의 잘못은 깨닫지 못하고 하늘을 탓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 돼지를 만든 여인여후에 대한 고사가 있다. 이 또한 권력을 이용하여 사무친 원한을 철저히 갚는 이야기다. 여공은 유방의 관상을 좋게 보고 딸 여치를 유방에게 시집을 보낸다. 늘 항우와 싸우느라 집안을 책임져야 했고, 항우의 손아귀에서 끔찍한 인질 생활 등 고난을 이기고 황제와 황후가 되지만 유방이 누구인가. 유난히 여색을 밝히는 사람이라 미녀 척희(戚熙)만을 총애한다. 유방이 죽자 가슴에 쌓인 원한을 복수로 갚는다. 척 부인을 손발을 자르고, 두 눈을 파내고, 귀를 태우고, 약을 먹여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게 한 다음 돼지우리에 가두는 만행이다. 중국 역사서를 보면 과연 사람이 할 짓인가 할 정도로 잔혹한 장면이 많은데, 정말 끔찍하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늙고 권세는 기울기 마련이다. 평생 지속되는 것이 천하에 있을까. 그렇게 복수를 하고 나면 후련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는 자신이 그렇게 될까봐 벌벌 떨게 된다. 원한, 분노야 말로 인간의 기본적인 건강마저 해치게 되는 해악임에는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요순임금 같은 군주가 되고 싶어 했다는 한 무제를 후세는 진시황과 비교한다고 한다. 웅장함, 문치(文治), 군사력 과시, 미색에 대한 욕망, 준마(俊馬), 신선이 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었다. 군주의 과도한 욕망은 수많은 재물을 낭비하고 백성의 살림을 도탄에 빠뜨린다. 더구나 터무니없이 신선이나 귀신, 미신을 맹신했다는 대목은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는 부분이라 놀랍다. 역사가 돌고 돌듯이 사람들의 마음이나 행동 양식도 닮는 것인지, 묘한 느낌이다. 리더로서 원대한 야망과 업적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수양은 필수불가결하다고 할 것이다.


 ‘장자화의 사기는 원래 청소년들을 위해 기획된 시리즈라고 한다. 또 고전을 처음 시작하려는 독자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출간하였단다. 그래서인지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역사 속 인물이 살아 움직이는 듯 실감나게 느껴져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다. 대학 시절 사기에 매료되어 잠시도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고, 깊은 밤 사기를 읽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저자의사기에 대한 깊은 애정과 내공이 잘 드러나 있다.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큰 그릇의 인품을 지향하는 삶이라면 한정된 인생, 좀 더 의미 깊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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