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한 지적인 수다
도코 고지 외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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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도코 고지外 13인의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한 대담을 엮은 것이다. 일본에서 작가, 번역가, 평론가로 살아가는 다양한 대담자가 모여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한 지적 수다를 떤다. 세계 8대 문학상은 노벨문학상, 맨부커상, 공쿠르상, 퓰리처상, 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 카프카상, 예루살렘상이다. 원래 ‘부커상’의 명칭이 영국의 맨 그룹(Man Group)이 후원사로 선정되면서 공식 명칭이 맨부커상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아마도 다수의 독자에게 널리 알려졌을 거라고 생각된다. 다른 문학상들의 거의 들어봤는데, 예루살렘상이 다소 생소한 느낌이었다. 일본에는 두 가지나 되는 점이 부럽기도 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아직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상이 없나 싶어 아쉽기도 하다. 저력 있는 작가들이 차후에라도 발굴되면서 점차 확대되다 보면 언젠가 인정받는 문학상이 나오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초반부를 읽어가다가, 실소 하게끔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본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하면 최고의 문학상인 것처럼 생각되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신인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라고 한다. 문학 업계의 ‘입사 시험’ 같은 의미라고 하는데, 천재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안정적으로 잘 팔리는 모양이다. 여하튼 문학상의 의미와 달리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문학상이며 ‘제일 잘 팔리는’ 신인상이라고 한다. 나오키상과 견주어 볼 때 오히려 나오키상에 예술적인 장치가 들어있는 것이 많고, 그 수상작품은 ‘재미’는 보장하는 것 같다.


 수상작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작가가 수상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대화도 있었다.(작가 당사자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아무리 최고의 선정위원으로 구성된 팀이라도 전문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 점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심사위원이 거의 작가군이냐 다양한 직업군이냐에 따라 수상의 작품이 달라질 수 있음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노벨문학상은 유럽의 문학상이라 불릴 만큼 영어권 문학에 유리한 작용을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담자들의 대화를 통해서 그들이 문학작품을 얼마나 좋아하고, 깊이 이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의 분위기, 인물에 대한 평가의 대목에서 문학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구나, 하는 마음이 충분히 느껴진다. 마치 작품 속 인물이 살아 숨을 쉬는 느낌이다.


 맨부커상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각 선정위원이 1년 100권 이상 읽어야 하며, 선정위원의 직업도 아주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대학교수, 문예비평가, 은퇴한 정치인, 문학을 좋아하는 방송인 등으로 구성되기도 하며 선정위원이 매년 바뀌는 점이 공정한 평가로 이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상과 달리 한 작가가 여러 번 수상 할 수 있다고 한다. 작품으로 평가하는 문학상인 셈이다. 이 문학상은 ‘모두 재미있어서 어느 작품을 읽어도 손해 보는 일이 없다’더니, 전에 재미있게 읽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생각났다.


 잘 몰랐던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해당 문학상이 제정된 동기나 그 작품에 대한 밀도 있는 유쾌한 수다를 들으면서 각 문학상 수상작을 골고루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세계 문학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도 같다. 어느 한쪽 문화에 치우친 독서가 아닌, 다양한 문화권의 문학을 접할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좀 더 깊이, 그리고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맨부커상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원래는 ‘영국이나 영연방, 옛 영국 식민지의 작가에게 주는 상’(P132)이었다거나, ‘식민지 작가’, ‘식민지 감각’, ‘식민지 문학’등 ‘식민지’란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읽기에 좀 껄끄럽다. 다르게 완화시켜주는 단어는 없었을까. 


 문학에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는 독자라면, 그리고 수상작에 대한 책읽기를 고려하는 상황이라면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이 무슨무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면 귀를 쫑긋하고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출간되는 문학작품이 넘치는 상황에서 읽고 싶은 작품은 많으나, 시간 부족의 문제가 따른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문학상에 대한 좀 더 친숙한 계기를 만들어 주며, 각자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택해서 읽을 수 있는 유익한 독서 가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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