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매일 아침 1분 철학 그림으로 읽는 매일 아침 1분 철학 1
왕위베이 지음, 웨이얼차오 그림, 정세경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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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장내과 전문의로 일하다 43세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웨이얼차오의 만년필 그림과 서양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도서관에서 근무, 대학 학보사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돌연 산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나무를 심고 가꾸며 살고 있는 왕위베이의 글이 만나 책으로 엮어진 것이다.


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하고 뭔가 권위적인 것이 들어있어서,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어떤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철학이라는 개념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서 이제는 꽤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플라톤부터 키케로까지 14명의 철학자의 고귀한 말씀이 담겨져 있다. 기원전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살았음에 참으로 놀라웠다. 시대는 흘러가고 사람은 새로운 사람이건만 예나 지금이나 같은 모습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살고 있다니.


자, 그렇다면 책 속으로 들어가 철학자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자.

  

아테네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왕에게 디오게네스가 앞으로는 무엇을 할 작정이냐고 물었다. “전 세계를 정복할 거네.” 이에 디오게네스가 되물었다. “전 세계를 정복한 뒤에는 뭘 하실 겁니까?” 알렉산드로스 왕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혼자 기뻐할 테지.” 라고 답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 기뻐하실 순 없습니까?”(p55)


지금이다. 그렇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실행할 수 있는 것도 지금이다. 지금 기뻐하고 지금 행복해야 한다. 흘러간 오늘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해야 한다. 내일로 미루기에는 너무 늦다. 무언가를 성취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적당한 시간인 것이다.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다. 모든 선악과 길흉은 감각으로 존재할 뿐이며 죽음은 단지 감각의 상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p94)



에피쿠로스의 죽음에 관한 이렇게 간결하고 편안하게 정의한 문장을 본 적이 없다. 매일매일 숨 쉬고 움직이고, 먹고 마시고, 울고 웃으며 살다가 ‘어느 날 문득 감각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막연히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걱정하는 시간에 그 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까에 마음을 쓸 일이다.


선생은 바다에서 여러 해를 보내셨는데 거기서 어떤 기적을 보셨습니까?

아무 일 없이 평안히 뭍에 오른 게 기적이 아닌가.(p125)


자고 눈 뜨고 일어나면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로 얼룩진 세상이다. 아무런 일 없는 일상, 어제와 같은 오늘, 평범한 일상에 감사할 일이다. 살아있음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던가.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고.


모든 두뇌노동 가운데 독서만큼 큰 깨우침을 주는 것이 없다. 젊은이에게는 열정을, 노인에게는 즐거움을 주며, 성공에는 빛을 더해주고, 실패에는 위로를 더해준다. 또한 독서는 밤을 새거나 여행을 갈 때, 한가하게 집에 머물 때 등 언제든 우리의 충실한 반려자가 돼준다.(p210)


이러한 키케로의 독서예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독서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훌륭한 스승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잘못한 일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인생을 간접적으로 살아볼 수가 있다. 그리하여 좀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 준다.


인생만큼 어려운 예술은 없다. 다른 예술이나 학문은 곳곳에 스승이 있기 때문이다.(p26)


인생은 연습이 없는 실전이다. 누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정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이를 먹고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래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한 일인가. 이렇게 먼저 살다간 선인들의 고귀한 말씀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뜬 마음과 게을러진 일상에 대해 조금은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욕심과 이기심이 고개를 들이밀 때 아무 쪽이나 펼쳐 보며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너무나 진지하게 철학적인 것에 몰두하다 보면 삶이 좀 건조해질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된 것 같은 자부심은 들지 않을까.


한 의사의 고뇌가 깃든 그림, 글은 짧지만 마음에 울리는 여운은 잔잔하고 길게 남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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