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사랑한다 3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권에서는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입은 세 사람이 서로를 만나기 위한 여정이 펼쳐진다. 광대한 타클라마칸 황량한 사막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받아 새 삶을 꾸려간다.


권력욕에 눈이 먼 송인 등 주변세력은 모사를 꾸미느라 여념이 없고...


 당한 대로 갚아 주는 것!

이 문장을 발견하고는 전에 본 일드가 생각났다. 은행원으로 월등한 실적으로 승승장구하던 주인공은 어릴 적 아픈 기억이 있다.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도산 직전에 대출을 요청했지만, 끝내 거부하며 아버지가 자살하게 된다. 그 사건은 성장하는 내내 피맺힌 한으로 작용하고, 거절했던 그 은행에 취직한 주인공이 해결하기 어려운 채무를 걷어 들이는 일을 맡게 된다. 거의 가능성 제로였던 것을 해결하면서 반전이 된다. 그 주인공이 자주 부르는 노래. ‘당한만큼 갚아준다. 열 배로 갚아준다.’ 는.  피바람을 부르는 복수도 아닌, 통쾌한 복수이기 때문이다. 왕좌를 노리기 위한 복수와는 격이 다르다.


  반면, 왕좌를 노리기 위한 복수는 비열하기 짝이 없고, 인간은 과연 어느 선까지 사악할 수 있을까 가늠할 수 없다. 그렇게도 왕의 자리가 탐나는 걸까.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향한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송인 등은 있지도 않은 죄를 조비를 비롯한 측근에게 덮어씌워 왕전을 내세워 왕으로 옹립하기 위해 혈안이다. 왕의 자격 같은 것을 갖추지도 못한 허수아비나 진배없는 위인을 내세워서 권력의 실세를 노리려는 음흉한 간계다. 개혁이란 명분을 내세워 자기들의 세상을 만들려는 검은 음모다.


 현애택주 산을 찾아서 왕에게 수십 배의 고통으로 복수하고 싶은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예상치 못한 가까운 곳에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하는데...


 단의 도움으로 밀실에 갇혔던 산은 탈출에 성공한다. 죽은 줄 알았던 린이 살아 있고 노예로 팔려갔다는 정보를 듣고, 장의, 송화, 비연 등 일행은 린을 찾아 길을 떠난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서 물이 없어 탈진하는 등 고생고생 끝에 사막 가운데 있는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한편 원은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 대도에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마을. 원나라의 공녀로 차출되어 왔다는 미금. 그들의 보살핌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힘을 얻어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이곳은 누가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일하지 않는다. 소유권을 위한 다툼도 고발도 없다. 냉혈한의 비열한 웃음도 없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서로를 위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산은 일행과 더불어 사랑이 있는 삶의 풍경을 떠올린다.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여정이 참으로 고생길이다. 사랑에 관한 갈망은 왕실의 사람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독점하고 소유하며 괴롭히는 원의 방식은 안쓰럽다. 건전한 정신에서 우러나는 사랑이 아니다. 어떤 폭력으로도 소유하려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성스러운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어리석은 마음이다.


 원이 린과 산에게 그렇게 끔찍한 고통을 안겼는데도 미워할 수 없다. 오히려 불쌍하고 가엾게 여기는 산. 다시 우정이 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 고통은 고통으로 치유할 수 없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오직 사랑으로 치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모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스진의 현명한 처사, 부자지간을 증오의 대상으로 여겼던 원의 태도가 조금씩 유연해진다. 어쩌면 성군이 되기에 앞서 자신이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증오와 야욕이 가득 찬 마음으로 좋은 왕이 된다는 것은 역시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권력욕도 마찬가지다. 왕좌를 노리기 위해 사랑으로 가장하고, 신분을 잃지 않기 위해서 사랑하는 척 하는 것이 오래갈 수 없다. 역사적 상황의 전개와 인연이 된 세 사람의 사랑, 우정,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사람의 운명은 결코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정당한 방법으로 취하지 않은 권력은 머지않아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역사와 상상력이 가미된 역사소설을 읽으면서 인간과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