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사랑한다 1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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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의 오랜 침입에 견디다 못해 항복한 지 십 수 년이 흘러간 때가 이 작품의 배경이 된다. 왕실과 무인 권력자들 귀족들은 강화로 도망을 갔지만, 몽골에 끈질기게 항거했던 것은 민초들이었다. 전쟁 중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백성들의 고초가 큰 법이다. 더구나 조정에서는 전쟁 전이나 전쟁 중이나 똑 같이 세금을 거둬들였다니 그 고통으로 인해 오히려 항복을 내심 반겼다는데, 얼마나 팍팍한 삶이었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도 없다. 그렇게 몽골제국의 부용국(附庸國)이 되어 공물과 공녀의 부담까지 떠맡아야 했다. 무신 집권자들의 횡포와 착취, 국왕의 폐신들이 백성들을 상대로 등쳐먹는 일도 허다하여 민초들의 하루하루의 삶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이 보인다.


 정략결혼으로 맺은 몽골의 원성공주인 왕비는 고려 최고의 권력자였다. 탐욕으로 똘똘 뭉친, 표독스럽고 거만하기 짝이 없는 그녀에게 설설 기는 왕을 보고 백성들은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그럼에도 서민들은 험담을 하며 쌓인 분노를 풀었으니 그것 또한 아이러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사랑은 싹튼다. 사랑이야말로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해 주는 위대한 일이 아닐까. <왕은 사랑한다>는 백작약 같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고려의 세자 원, 고아한 분위기의 미청년으로 원의 둘도 없는 벗이자 호위 무사인 린, 고려 제일의 거부인 영인백의 딸 산의 사이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를 그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아울러 빚어낸 작품이다.


 올해 MBC 드라마로 방영될 원작이라고 한다. 전에도 대하드라마 사극을 즐겨보았었다. 이 작품도 드라마로 재미와 감동, 대리만족을 선사하기에 딱 맞는 내용이었다. 우선 맛깔난 대사와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일품이다. ‘철동 불주먹’ 개원이와 말더듬이 염복이의 역할도 대단할 것 같다. 그들은 가난한 생활 속에서 병든 노모를 모시고 권력자들에게 붙어 온갖 비리에 얽힌 심부름을 해결해주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이 틀어지면 얻어맞기도 일쑤다. 쫓고 튀는 그들의 일상은 땀과 긴장으로 범벅이 된다. 표독스러운 원성공주의 역할은 누가 맡게 될 것인가 상상하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일전에 악역에 성공한 그 여배우가 제격 일 것 같은데, 하며 몰입할 수 있었다.


 왕실의 사건에서는 주변 세력과 결탁하여 피 튀기는, 권좌를 빼앗는 일이 빠질 수가 없다. 고려 왕실을 바로 세운다는 명목으로 세자 원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며서 왕과 세자가 겨루는 사냥 내기를 개최한다. 충직한 호위무사 린과 산의 도움으로 실패로 끝난다.


 세자 원은 미(美) 추구하는 기질이 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 학문, 무예, 역어(譯語), 악기를 다루는 재주, 그림을 그리는 재주 등 뛰어난 사람을 좋아한다. 외모가 특출한 사람을 좋아해서 린을 친구로 삼았다는데... 서민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놀라운 친화력이 있다. 형제, 누나들을 사랑하는데, 그를 두려워하는 상황적 분위기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부왕 같은 왕은 되지 않을 거라며, 권력을 등에 업고 백성들을 농락하는 신하를 한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미(美)를 탐하는 파격적인 기질과 이미 가슴에 사랑의 열병으로 가득 차 있는데, 온전하게 백성을 보듬을 수 있는 왕으로 탄생할 수 있을까 염려된다.


 원, 린, 산의 우정에서 사랑으로 바뀐 이들의 삼각관계는 어떤 결말로 갈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사랑함에도 말 못하고, 몰라주는 상대에 대한 안타까움, 뒤늦게 사랑임을 알고 후회하는 이들의 사이가 어떻게 흘러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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