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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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저자가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남성 위주로 통용되던 경제이론을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해석해 본 유쾌한 경제학 거꾸로 보기이다. 지은이는 스웨덴의 유력 일간지 『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의 편집주간을 지내며 국제 금융․ 정치와 페미니즘에 대한 기사를 주로 썼으며, 경제학과 가부장제의 관계를 논한 저서 『유일한 성』으로 2012년 스웨덴 내 유력 문학상인 아우구스트프리세트(Augustpriset)의 논픽션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경제학에서 가장 유명한 말 ‘보이지 않는 손’은 애덤 스미스가 만들었지만, 이것을 유행시킨 것은 후대의 경제학자들 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보거나 느낄 수 없고 ‘안에서부터 작용해서 시스템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p23) 그의 저서『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 쓰인 그 개념은 이제 경제학과 더불어 세상을 읽어내는 기초가 되었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해 낼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뉴턴의 말이다. 뉴턴은 전체를 쪼개서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데 쉽다고 했다. 작게 나누고 그것을 반복하면 원자가 되는데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이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응용해서 전체를 분해해서 남은 ‘개인’이라는 단위를 발견했다. ‘사회는 이 개인들의 총합에 불과’(p27)하다는 말로 설명한다.


 상거래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 그들의 수고스러운 손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구를 화폐와 교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말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덤 스미스는 평생을 어머니와 살았던 독신남 이었다. 어머니가 집안일을 돌보고, 사촌이 돈 관리를 했단다. 그러니 간과한 것이 있으리라. 어머니의 아들을 위한 보살핌의 손길, 푸줏간 주인, 빵집 주인, 양조장 주인이 일에 고스란히 시간을 바칠 사이에 그들의 부인, 어머니, 누이들이 안에서 표가 나지 않는 집안일 등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데 바친 시간의 이야기가 빠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길, 보이지 않는 수고, 티가 나지 않는 고생을 생략한 것이다. 남성 위주의 사관이라고 해야 할까.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p32) 는 말이 공허하다.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이야기는 경제학자들이 즐겨 쓰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여기서 개인의 창의력과 독창성에 대한 것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된다. 바로 경제적인 인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제적이라는 말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말이 있다. 바로 ‘싸게 사고, 비싸게 팔기.’다. 또한 경제적인 인간은 자신의 삶은 자신이 책임을 질 줄 안다. 하고자 하는 ‘욕망’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 성장할 줄 아는 인간이다. 저렴한 시급으로 하루를 바치는 것도 우리가 ‘경제적 인간’이기 때문이고 인간의 본성이며 본질이기 때문이라고 말 한다.


 2차 대전 후 정부의 시장 개방을 비판하는 학파로 유명세를 얻은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여성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 일은 흥미롭다. 그 중 게리 베커는 젊은 경제학자로서 모든 사람이 경제적 인간과 같다고 하며 경제학이 세상 전체에 관하여 연구하는 이론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경제적이라는 말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최소한의 비용, 시간, 노력을 이르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경제적’이라는 말에는 합리적이고 영리함을 함축시키는 말과 동등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1930년대에 이미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감정과 충동, 광적인 오해가 경제를 추진시키기도, 또한 무너뜨리기도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그의 사상이 재조명받았다.’(p148)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서도 합리적인 이성보다는 인간의 광기어린 심리가 작용하여 폭락과 폭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젠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결혼한 직장여성은 더더욱 자기만의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남성들이 진급과 성공의 가도를 달릴 수 있도록 안에서 모든 것을 지원해 주었던 여성들의 손길은 감추어졌던 것이다. 세상은 과학과 산업의 발달로 온갖 전자제품이 생산되어 옛날보다는 훨씬 편리한 삶이 되었다. 하지만, 세탁기로 빨래를 편하게 할 수 있지만 빨래가 저절로 널어지지는 않는다. 그처럼 편리한 생활 속 곳곳에도 사람의 수고가 따른다. 여성의 권위가 신장되었다고는 하나, 아직은 교과서 속의 이상에 불과한 이야기이다. 현실의 삶에서는 괴리가 있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에 대한 것을 생각해 보더라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친다. 분담의 규칙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되어 가지만, 아직도 불평등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세상과 인간을 연구하는 경제학의 관점이 페미니즘의 영역을 확대하여 연구하고, 사회, 경제, 정치 등의 변화를 보여줄 때 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부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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