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기쁨의 발견 -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의 마지막 깨달음
달라이 라마 외 지음, 이민영 외 옮김 / 예담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아마도 오래 전 어릴 적 부터였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의 모습을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서 본 것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에, 티베트의 망명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겨우 두 살 때 달라이 라마의 현신으로 발견되어 부모님과 헤어져 일반인과 다른 영역에서 성장하였음을 알았다.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평등, 정의, 평화, 인종의 화해를 위해 일생을 바친 정신적 지도자다. 공동저자인 더글러스 에이브람스는 캘리포니아 대학 출판사에서 종교 분야 편집자로 9년간 일하기도 했으며, 데스몬드 투투의 공동 저자, 편집자로 10년 이상 함께 협력해왔다.


 달라이 라마가 80번째 생일을 맞아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와 만나 대화를 나눈 일주일간의 통찰과 기록이다. 단 3일 동안 받은 질문이 무려 천 개가 넘었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가’였다고 한다. 이를 볼 때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와 생활 속에서 살아가지만, 많은 사람들의 고민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대주교는 자신이 결코 성인이라고 내세운 적이 없었고, 달라이 라마는 자신을 단순한 수도승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70억 인류 가운데 하나일 뿐’ 이라고. 위대한 두 성인의 겸손함에 놀란다. ‘달라이 라마와 대주교는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고통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우리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리 억압한다 해도 그에 대한 답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갈 수 없다’(들어가며(더글러스 에이브람스)p20)고 했다.


 이 두 성인의 만남은 대주교의 친구의 장례식과 두 사람의 건강과 국제 정세로 인해 두 번이나 재조정되었다고 한다. 어렵게 이루어진 만남이기에 어쩌면 두 사람이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 될 수도 있었기에 더욱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다. 더구나 종교를 초월한 만남이어서 세상 모든 이들에게 귀한 메시지로 다가올 것이다.

"행복의 궁극적인 원천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돈도, 권력도, 지위도 아닙니다.”(p27달라이라마)


 달라이라마는 “슬프게도 우리는 기쁨과 행복을 갉아먹는 많은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p27)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고통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일상적인 재앙에서 오는 고통은 충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두 성인은 유머와 농담 섞인 대화로 웃음을 선사 해준다. 친밀감과 진한 우정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대주교의 세상을 뜬 절친한 친구의 이야기다.

“그는 아주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당신이나 저보다 키도 훨씬 컸어요. 그가 들어간 관도 정말 거대하더군요. 우리 둘이 같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니까요. 그나저나 저는 천국에 갈 텐데, 당신은 어디로 갈까요?”(p187) 라는 대주교의 물음에, "아마도 지옥이겠죠.”라는 달라이 라마의 대답이다. 하지만 고통의 이야기를 할 때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인정과 연민’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내면의 가치’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해졌지만, 일상이 편안하고 행복하지 않다. 그것은 외부에 치중하고 물질주의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친구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너의 고국이고, 사랑을 받는 곳이라면 그곳이 너의 집이다.‘(p55)는 말을 가슴에 품고 있었기에 오랜 망명생활에도 불구하고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가지 관점으로만 보면 나쁘고 슬프게만 생각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진심으로 배려’(p80)하면 신뢰를 얻게 되고 그럼으로써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혼자서 살 수 없다. 그렇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사랑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밝혀냈다고 한다. 생후 몇 주 동안 충분히 안아주는 것이 아기의 두뇌 발달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p94) 이것은 종교적인 이야기가 아닌 생물학자 고(故) 로버트 리빙스턴(Robert Livingston) 이야기다. 히틀러의 이야기가 나왔다. 어머니 클라라 히틀러는 아주 헌신적이었는데, 그에 반해 아버지는 폭력적이었다고 한다.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낳고, 좌절로 이어져 분노로 발달하고 폭력을 저지르게 된다고.


 달라이 라마와 대주교의 주장은 고통을 줄이는 비결이 바로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했고, 달라이 라마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지나친 기대나 야망에서 옵니다.”(p119)라고 말했다. 대주교는 종교 지도자에게 기도와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경제활동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기도와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가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열린 의학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의 학회에 참석한 일화는 흥미롭다.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일인칭 표현을 쓰는 사람들, 즉 ‘나는, 내가, 나를, 내 것은, 나의’ 하고 계속 말하는 사람들에게 심장마비가 올 위험이 훨씬 높다고 한다.(p155) 이는 자기 자신을 타인들과 분리하지 말고, ‘우리’에 염두를 두며, 타인을 인정하고 연민을 가져야 결코 외롭지 않다는 말과 상통한다.


‘죽음도 우리 삶의 일부분’(p191)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최대 수명을 백 년 정도로 생각하더라도, 삶은 짧은 시간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온 ‘손님이며 잠시 머무르는 방문객’이니 다른 이들을 위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면서 하루하루를 현명하게 보내야 한다고 달라이 라마는 이야기 하고 있다.

외국어 한 가지를 배우면 삶의 지평이 넓어진다고 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건 외국어뿐만 아니라, 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몰랐던 분야의 인물에 대한 책을 읽으며, 그가 속한 나라와 그 배경을 알게 된다. 그가 겪은 일을 알게 되면서 거기에 연결된 역사적인 사실도 알게 된다. 이 또한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사고의 폭이 확장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국을 잃고 56년이 넘는 망명 생활, 인종차별과 억압, 건강상의 문제, 살해 위협을 받는 등 커다란 고통을 맛보았던 두 성인이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며 고통을 준 이를 용서하는 아량을 베풀었음에 있음을 알았다. 이제 정규 교육이 보편화되었으니, 제도권 교육에 연민과 기본적인 윤리에 대한 가르침을 넣어야 한다는 달라이 라마의 말씀은 요즘같이 점점 메말라가는 시대에 깊은 공감을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많은 고귀한 말씀을 리뷰에 모두 언급할 수 없음이 아깝다. 삶에서 고통에 부딪히거나, 스트레스, 불안, 분노 등이 고개를 불쑥 쳐들 때 마다 우리에게 다시 나아갈 힘을 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매일 눈을 뜰 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살아 있어서 행운이다. 나는 소중한 삶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요.”(p278)-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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