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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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사노 요코는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출생했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와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염소의 이사』를 펴내며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주요 그림책으로 『100만 번 산 고양이』 『아저씨의 우산』 『내 모자』 등이 있고,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시즈코 상』 등의 수필을 썼다. 『내 모자』로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수필집『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받았다. 2010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활자를 좋아했을 것이라는 저자는 굉장한 독서가였다. 그 당시 화장실 휴지는 신문을 재생하여 만들었는데, 거기서 희미한 활자를 발견하고 읽는 기쁨을 느낄 정도였다. 이미 중학교 때 안나 카레니나를 만나고 나쓰메 소세키를 읽었다고 한다. 소세키의 책을 읽을 때는 독서대 앞에 무릎을 꿇고 단정하게 앉아서 읽었단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모르는 게 많다고.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여 교양이 쌓이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너무 어려서 읽은 책은 이해하기도 힘들어서 시간낭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다 맞는 말이겠는가. 어릴 적부터 읽은 내공으로 끊임없이 독서할 수 있는 힘이 생겼겠지. 별다른 취미가 없고 너무 게을러서 운동이나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책만 읽었다고 했다. 어릴 적에는 동생을 업고, 결혼해서는 아이를 업고, 요리할 때도, 전철에서도. 그저 학생들이 공부할 때 음악을 들으며 하듯이 자신의 책읽기도 습관화된 배경음악 같은 것이었다고 토로한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에서 만남은 쉽지만, 관계 청산에는 10년의 세월을 허비했다는 그녀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이 보인다. 항상 허약했던 오빠의 이른 죽음이 엄마와의 관계를 힘들게 했을까. 그 엄마가 치매에 걸려 모든 기억의 해제에서 그나마 애증이 풀어졌다는 대목을 보면 참으로 큰 아픔이었겠다.

아들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너무 깊어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몹쓸 엄마였다는 고백에서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해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공감한다. 자녀는 자녀 나름대로의 생각과 뜻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순간 관계는 어긋날 수도 있으니.


 이런 일화도 있었다. 얼마 전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을 읽었었다. 그녀는 그 저자 가와이 하야오와 오타루 시의 카바레 ‘현대’에 갔던 이야기를 해 준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카바레’인 이곳은 60세가 넘은 호스티스, 춤추는 할아버지들, 밴드 멤버도 모두 노인이었다.

그것을 보고 ‘마음’ 전문가 가와이 하야오는 그저 아이처럼 놀라기만 했다. 어설픈 인텔리처럼 아는 척하거나 하찮게 여기지 않는 그의 넓고 깊은 인격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무엇에든 놀라는’ 것은 ‘젊음’의 유지에 필요한 것이라 한다. 별로 놀랄만한 일이나, 즐거운 일이 없다고 의기소침해 하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후회는 남을 테니까. 이 책 <문제가 있습니다> 처럼 문제가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문제 있는 삶을 살아간다. 어쨌든 우리의 삶이 한정돼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우선은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삶에 따를 일이다.


죽을 때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되면

원통할 것이다. 짧은 일생이리라. 하지만

빈둥빈둥 느긋하게 산 사람은 죽을 때

‘아, 충분히 살았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본문 중에서-


 그렇다고 모두 빈둥빈둥 느긋하게 살 수는 없다. 바쁜 가운데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의 일상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조금은 만족스런 삶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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