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활자에 잠긴 시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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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의 음악과 삶을 시인 박시하의 작품으로 조명해 보는 알마 출판사의 산문집이다. 피아노의 흰 건반과 검은 검반을 상징하는 것처럼 책 속의 삽화도 흑과 백으로 표현되어 있다. 음악가를 다룬 책을 읽고 쓰는 리뷰인 만큼 유투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로 쇼팽의 여러 곡들을 들으면서 쓰고 있다. 에튀드, 마주르카, ‘영웅’이라는 이름이 붙은 폴로네즈 6번, 녹턴, 협주곡 1번 발라드 등. 얼마나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인지. 아련하게 떠오르는 귀에 익은 반가움. 클래식 음악은 평소에 자신이 의식하지 않으면 잘 듣게 되지는 않는다. 어떤 계기가 되었을 때 듣게 되는 특별함 같은 의미가 부여되기에.


 잘 알다시피 쇼팽은 예민하고 수줍고 섬세한 성정의 소유자였다.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도 했다. 건강면에서도 평생 기침, 각혈에 시달렸다. 사랑하는 여동생 에밀리아를 폐결핵으로 잃은 것을 시작으로 인생에 커다란 상실을 경험한다. 연인이었던 콘스탄치아, 마리아 보진스카, 조르주 상드와도 사랑의 좌절을 겪는다. 그 중 조르주 상드는 쇼팽을 아들처럼 생각할 정도의 모성과 헌신적인 사랑으로 돌보는 생활이 10여 년 이어지기도 했지만, 결국은 파국을 맞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건강은 더욱 악화되어 짧은 인생 39세의 삶을 마감하게 된다. 조국 폴란드도 러시아에 함락되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고 평생을 고국을 향한 그리움에 젖어 살았다. 음악을 들으면 그 명성에 걸맞게 시적이다. 감미롭고 우아하다. 때로는 밝으면서도 그 속에서 섬세한 슬픔이 느껴진다. 병약한 인생, 사랑의 끈으로 이어지지 못한 인생에 대한 애잔함인가. 그의 심장은 고국의 바르샤바 성십자가 교회에 묻혔으며, 그의 몸은 파리의 페르 라세즈 묘지에 안장되었다.


“쇼팽은 제안하고, 가정하고, 넌지시 말을 건네고, 유혹하고, 설득한다. 그가 딱 잘라 말하는 일은 거의 없다.”(p19 앙드레 지드의 <쇼팽 노트>)

위의 문장은 쇼팽과 그의 음악의 이미지를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불우한 삶에서 한시도 놓지 않았던 음악. 그 위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날에도 우리는 그의 숨결과 고뇌를 느낀다. 음악에서만은 불우하지 않았다. 수많은 명곡 속에 그의 사랑, 기다림, 이별에 대한 고통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의 음악에 매료된 것은 아니라는 저자는 조금씩 알게 될수록, 쇼팽을 들을수록 그의 음악이 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읽는 동안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아픔, 어둠, 슬픔, 고통, 우울, 밤 등. 모든 것이 회색빛이었다. 시인인 저자가 감상에 너무 도취된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쇼팽을 다룬 책을 읽은 덕분에 그의 음악은 전보다 자주 듣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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