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까요? 7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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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하면 떠오르는 아련한 추억 하나. 여고시절 이었다. 친구와 이야기에 빠져 걷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건물 지하의 다방에 들어가게 된 일이 있었다. 교복을 입은 채로.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어 부끄러워서, 아마도 한 잔을 시켜서 둘이 나눠 마시고 얼른 나왔던 것 같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둥근 테이블마다 어른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시절만 해도 남녀가 결혼하기 전 맞선을 보는 장소로 이용되는 곳이기도 했다. 병커피가 명절 선물세트로 판매된 적이 있었는데,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믹스커피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요즘이다. 자판기 커피나 믹스커피는 편리함과 가격의 편안함의 극치라고 할까. 그러더니 또 몇 년 전부터는 동네의 골목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카페를 볼 수 있다. 스타벅스같은 대형 체인점도 있지만, 작고 아담한 카페도 많다. 친구, 연인 등 각종 모임들이 이루어지는 장소이다. 공부를 하거나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앤K롤링도 카페에서 해리 포터를 쓰지 않았던가. 이렇게 카페는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처음 접해 보는 허영만 화백의 <커피 한 잔 할까요?>는 이번이 7권 째이다. 흔히 커피 이름에 붙는 ‘모카’라는 말은 15~16세기 유일한 커피 수출 항구로서 예멘의 모카 항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카 항구는 생두의 집결지였다. 생두는 보관할 때 온도와 습도에 따라 맛과 향이 결정되므로 중요시 여기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친구와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은은한 커피향은 그간 쌓인 마음의 피로를 치유해 준다. 잔잔한 음악이 들리고 정갈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카페는 그 자체로 기분전환의 장소다.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자게 되어 못 마신다는 허영만의 만화 일기, 45화<유수와 쌀의 차이> 46화 <모카 키스> 47화 <비터스위트> 48화 <삼대 라테> 49화 <게이샤도 소용없어> 50화 <커피 향기 은은하게>의 취재일기에서 잘 몰랐던 정보를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묘미이다. 특히 ‘삼대 라테’와 ‘신의 선물’이라는 게이샤를 마셔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건물주 남편의 간섭, 잔소리, 감시에 지친 사모님은 남편의 건물에 입주한 유명 커피숍 대신 2대커피를 찾는다.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카페 운영을 꿈꾼다. 그 만큼 많이 생겨나고 경쟁은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주변에서 보면 지인의 지인이 카페를 차렸다가 힘든 상황에 부딪친 이야기들을 종종 듣게 된다.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손님을 대하는 마음과 정성도 못 지 않게 중요하다. 은은한 커피향이 솔솔 피어오른다. 커피향은 스트레스 완화, 긴장 이완, 집중력 향상, 탈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니 커피는 마시고, 추출한 찌꺼기는 냄새제거에 활용하는 지혜도 발휘해 보자. 다음 8권은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매우궁금하다.


‘아무리 비싼 커피라도 분위기에 따라 맛이 다르다.

커피는 미각과 후각 이전에

감성이 먼저 맛을 느끼고 판단한다'(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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