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8
노경실 지음, 윤종태 그림 / 두레아이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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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현모양처(賢母良妻)의 표본으로 일컬어지던 신사임당. 신사임당의 이야기는 예전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던 만큼 대략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남편을 잘 섬기며, 아이들을 잘 양육하는 등 집안 대소사를 알아서 척척 해내는 만능 여성상.

 

 이 책을 지은 노경실 작가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각각 소설과 중편동화로 등단하여,『상계동 아이들』등의 장편동화와 『엄마, 내 편 맞아?』등 많은 창작 동화를 썼다. 책 속의 그림은 동아 · LG 국제 만화전에서 입상하고,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황후 심청>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한 윤종태의 그림이다. 마치 담담한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그림으로 보는 눈이 황홀하다. 이야기책을 읽는 기쁨을 더해 준다.

 

 

 이 책은 기존의 신사임당의 현모양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린 자유인, 위대한 예술가, 신사임당’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대적 배경이 지금으로부터 500년도 훨씬 더 전의 일이다. 여자가 출세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하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누린 자유인이며 예술가였다는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 배경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아낌없는 지원의 혜택도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았다. 아들이 없는 가정에서는 그 당시의 풍습인 ‘아들잡이’가 있었다. 결혼을 해서도 친정에 살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아들잡이’는 친정살이를 하면서 자식을 낳아 어지간히 키운 후에 시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하며, 삼국시대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 초까지 이어져 온 오랜 전통이라고 한다.

 


 사임당의 어릴 적 이름 인선(확실한 기록은 아니지만 널리 알려져 있음.)이다. 다른 아이들과 노는 법이 달랐다. 글공부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아버지와는 16년이나 떨어져 지냈지만, 인선이 글과 그림 공부를 하는데 적극적인 지원군이자, 스승이었다. 뛰어난 재능이 아까워서 아들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부모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그러면 인선은,

“어머니,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저는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할머니와 언니랑 동생들과 함께 살면서 날마다 그림 그리는 게 행복해요. 더 이상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자연을 볼 수 있는 두 눈과 그릴 수 있는 두 손만 있으면 돼요.”라고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고 한다. 겨우 일곱 살짜리 여자 아이의 대화라고 느껴지는가. 그 나이에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판화를 찍은 듯 똑같이 그린 것을 보고 가족들이 놀랐다하니 과연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 틀림없다.

 


 여자가 출세할 수 있는 길은 전 방위로 차단되어 있던 시대에 ‘무엇이 되려고’ 하거나 ‘이름을 날리려고’ 하는 공부가 아니었다. 중국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 부인처럼 덕과 예술을 겸비한 여성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스스로 ‘사임당’이라는 호를 지었다. 이율곡의 어머니로서도 훌륭했지만, 항상 부지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글공부와 그림 공부를 평생 놓지 않은 열정으로 오늘날까지도 칭송받는 위대한 인물이 된 것이다. 또한 사임당은 순종하는 부인이 아니라 남편이 옳지 않은 길을 가면 예의 바르면서도 강한 조언을 하는 당당한 여성이었다.

 


 오늘날 신사임당의 재조명을 통해 화폐에도 등장한지 오래고, 최근 방송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으며 다양한 책의 출간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신사임당 이야기는 자녀들에게는 교육 지침으로, 부부간의 인격적인 화합, 가족 간 화목 등 다방면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는 방향의 지침을 설정함에도 더 말 할 나위없다. 이렇게 신사임당의 성장 배경을 볼 때, 혼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서로를 보듬고 응원해주는 등 강한 결속력이 없으면 쉽게 무너지는 세상이다. 시대는 많이 변했지만, 우리의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출세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할 때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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