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라베

 존 라베

 감독 플로리안 갈렌베르거

 출연 울리히 터커, 다니엘 브뢸

 내별점 (8/10)
 한줄평 중국판 쉰들러 리스트

 

 

 

1. 줄거리 。。。。。。。                   

 

     1930년대 일본의 아시아 침략이 노골화되고 있을 시기, 한 때 아시아의 맹주였던 중국은 속수무책으로 일본군에게 병합되고 있었다. 최소한의 국제법이나 인권에 대한 인정 따위는 애초부터 머릿속에 넣지 않았던 일본군의 만행은 수많은 아시아인들을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갔는데, 가장 큰 만행 중 하나가 난징에서 벌어졌다.

 

     독일 출신으로 난징에서 기업을 운영하던 존 라베는 속절없이 죽어가는 중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안전구역을 만들었고, 모든 힘을 다해 사람들을 지켜나간다.

 

 

 

 

 

 

2. 감상평 。。。。。。。                    

 

     전쟁은 악이다. 목적을 위해 힘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기본 전제부터가 틀려먹었다. 당장이야 젊고 힘이 있으니 그런 식으로 나올 수 있겠지만, 늙고 노쇠해진 후에 똑같은 식으로 당해보면 자기들이 얼마나 멍청한 소리를 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전쟁은 단지 여기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마저 혼탁하게 만들어 파생적인 악을 낳는다. 누가 더 빨리 100명의 목을 벨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미친 일본군 장교들의 모습은 그저 하나의 예일 뿐이다.

 

     문제는 어느 시대나 정신을 못 차리는 놈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전히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의 죄악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무슨 큰 혜택이나 준 양 떠드는 일본인들(그리고 여기에 동조하는 몇몇 어용 지식인들)을 보면 미치는 모양도 참 가지가지다 싶다(물론 소수의 정상인들도 있다). 이 영화는 그런 광란과 그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을 주제로 삼고 있다. 바른 영화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속에 측은지심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다만 그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적다. 일단 내게 손해가 되지는 않더라도 딱히 이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이 영화의 주인공 존 라베는 그런 면에서 보면 참 용기 있는 사람이다. 용기란 종종 안주(安住)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런 용기 있는 사람을 길어내는 게 교육의 주요 목적 중 하나여야 하는데, 특히 요 몇 해 우리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냥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살면 그만이라는 비겁한 사람들만 키워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인터넷으로 영화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던 중, 난징 학살에 관한 일본군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는 식의 글을 읽었다. 초반 전쟁에서 승승장구 하다 상해에서 크게 패한 일본군은 잔뜩 독이 올라 있었고, 결사항전을 선언한 난징에 강한 보복을 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 군인을 둘 수 없게 되어 있던 안전구역에 수백 명의 패잔병들을 숨겨준 행위는 일본군의 호의를 위반한 일이라는 식의 내용이었는데.. 길을 가는 데 깡패가 나타나서 돈을 뺏는 과정에 호의를 베풀어 차비 오천 원은 남겨주겠다고 했는데도 오만 원짜리를 숨겨뒀으니 맞아도 싸다는 논리인건지. 일단 침략을 하는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그 후에는 아무리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더라도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건 논리교육의 문제인지,윤리교육의 문제인지.

 

 

 

     존 라베라는 실제 인물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그에 대해 알게 된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니까. 영화로 만들다 보면 어느 정도 미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 영화의 주제는 그가 얼마나 착한 사람이었는가가 아니라, 적은 사람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거대한 불의에 맞서 어떻게 사람들을 지켜냈는지이니까. 주제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꼭 한 번 봐야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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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시황제의 폭정으로 민심이 크게 이반되자, 천하 각지에서는 저마다 폭군을 타도하고 백성을 구하겠다는 영웅들이 나타났다. 그 중 두각을 나타냈던 항우와 유방 사이의 숙명적인 대결을 그린 영화. 방대한 이야기 전체를 다룬 것은 아니고, 홍문의 연회를 중심으로 그 전후의 다툼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2. 감상평 。。。。。。。                    

 

     포스터가 좀 허접스럽지만 영화 자체는 잘 만들었다. 두 영웅의 대결을 단순히 인(仁)과 무(武) 사이의 충돌이나 선과 악으로만 조명하지 않고 말 그대로 한 판의 큰 겨루기로 그리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이제는 이런 종류의 역사물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역사책이나 소설에 나온 것과는 다른 관점을 취하는 게 유행처럼 되어버렸지만, 뭐 사서라고 해서 늘 진실만을 기록하는 건 아니니까(그래도 범증을 떠나보내는 항우의 눈빛은 너무 애절했다. 그러면 그냥 잡지 그랬어~).

 

     영화의 백미는 역시 처음과 중심, 그리고 마무리를 장식하는 홍문의 연회 장면. 한 판 대결의 향배를 놓고 범증과 장량이 두는 바둑 장면은,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범증의 오버액션이 실소를 자아내긴 했으나, 네 번째 판에 패한 후 피를 토하는 장량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바둑 두다 피를 토한다는 설정은 피구하다 돌아가셨다는 통키 아빠를 살짝 떠올리게도 했다).

 

 

  

 

    전쟁을 다루면서도 전쟁 장면 자체보다 그 안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려는 모습은 이 감독 특유의 시선이다. 전작인 삼국지 : 용의 부활에서도 그저 용맹한 장군 중 한 명으로만 인식되던 조운을 전쟁의 의미에 대해 묻는 노(老)장군으로 그려내 꽤나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아쉬운 점은 다양한 부분을 섭렵하면서 영화의 중심을 어디다 두고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 정치의 비정함인지, 전장에서도 빛을 발하는 항우와 우희의 사랑인지, 인생의 덧없음인지, 그것도 아니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건지. 물론 역으로 말하면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너무 좋은 쪽으로만 보는 것 같고.

 

 

 

 

     중견급 배우들의 연기는 극중 배역에 잘 녹아들었다. 대충 인기를 발판삼아 적당히 영화 찍는 연예인들(배우가 아니라)이 출연해 맥을 탁탁 끊어 주는 만행이 없으니 보기에 편하다. 중국 고전물을 좋아한다면 꼭 봐줘야 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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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남편을 잃고 청각 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린다. 어느 날 우연히 살인 피해자 유가족들의 모임에서 쌍둥이 누나를 잃은 월터를 만난다. 법정을 오고가며 얼굴을 익히던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공통점 덕분인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어느 덧 서로를 위로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2. 감상평 。。。。。。。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큰 충격에 빠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충격이 배우자의 사망이라고 하던데, 그 사망의 원인이 살해당한 것이라고 하면 그 강도가 몇 배로 증폭되지 않을까. 여기에 한 배에서 한 날 태어난 쌍둥이의 한쪽의 죽음도 결코 작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은 비슷한 상처를 받아본 사람이 가장 잘 안다고, 영화는 이 비참한 상황에 빠진 두 사람이 서로를 위로하며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꽤나 잔잔한 드라마.

 

     다만 영화가 생각만큼 감동적이거나 깊은 공감을 주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나이차가 극중 가장 큰 장애물(?)로 느껴질 정도로 너무 무난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자기 극복이나 어떤 성취와 같은 영화를 볼 때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것들이 보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감독은 사건의 전모나 재판결과의 옳고 그름 같은 것들에는 애초부터 집중할 의사가 없었다는 듯, 그냥 둘의 관계에 몰입을 해버리니.. 월터의 어머니이자 린다의 모임(살해 피해자 유가족 모임)의 일원이기도 한 그레이스는 둘 사이의 관계를 보고 어떤 느낌이었을지 정도만 그려줬더라도, 린다의 아들인 클레이와 월터의 스토리를 조금 더 감독적으로 연출했더라도 이야기가 생생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영화를 좀 다르게 읽어보면 언뜻 상처 입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만 보이는 이 영화의 배경에도 다양한 미국적 상황이 녹아들어 있다. 총기 소유 1위 국가인 미국이니 총기사고도, 이로 인한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들도 한해에 십 수 만 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남겨진 슬픔 속에 남겨진 사람들의 숫자는 그 몇 배에 달할 테니, 미국인들에게 이런 주제는 좀 더 와 닿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주인공 두 남녀도 그렇듯 마음에 들면 아무데서나, 어떤 상황에서나 섹스를 해대는 태도는 성관계를 ‘단지’ 서로 좋아한다는 가벼운 표시일 뿐으로 생각하는 성 관념에 대한 미국인들의 기본적 관념의 변화를 담고 있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 좋아하니까 좀 하자는데 별것도 아닌 걸 거절하는 상대를 강간하고 죽이는 일 따위가 얼마나 가볍게 여겨질까.

 

     배우들의 연기야 그럭저럭 볼만은 했지만, 딱히 인상적이지 못한 연출은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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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 Sherlock Holmes: A Game of Shadows
영화
평점 :
개봉예정


1. 줄거리 。。。。。。。                  

 

     유럽 각처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과 미국인 철강 왕의 죽음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언뜻 독립적으로 보이는 이 사건들의 배경에 숨겨진 모리아티 교수의 음모를 알아챈 사설탐정 홈즈는 친구인 왓슨과 함께 유럽을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비공식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그림자 게임을 시작한다.

 

 

 

 

2. 감상평 。。。。。。。                    

 

     어린 시절 셜록 홈즈를 읽지 않고 지냈던 소년이 있을까. 나 역시 한 때는 탐정이 되겠다고 설치고 다닐 정도로 빠져들었었던 소설이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였다. 물론 그 외에도 포와로 경이나 루팽, 브라운 신부 같은 다른 유명한 탐정들의 이야기들도 매력적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탐정 하면 홈즈였으니까. 당연히 그 홈즈가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리 없다.

 

     그런데 영상과 문자의 차이였을까. 오랫동안 많은 책들로 보고 느꼈던 이미지와 영화에서 그려지는 캐릭터와는 간격이 있었다. 뭐 나름대로 감독의 해석에 따른 것이었겠지만 덕분에 홈즈는 치밀한 추리로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사건을 추적해가는 탐정보다는 중구난방 어디로 뛸지 모르는 모험가로만 비춰졌다. 열심히 뛰어 다니기는 하지만 늘 모리아티 교수에게 한 수 뒤쳐져 있고, 격투를 마다하지 않으며, 우연한 기회에 순발력을 발휘해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은 셜록 홈즈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홈즈 하면 철저한 영국 신사도인데..;

 

     추리물보다는 추격물에 가까운 영화. 영화로 만들려니 좀 뛰기도 하고, 펑펑 터지기도 하고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스릴 있는 추격전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니 좀 안타깝게 됐다. 오리지널이 영화를 즐기는 걸 방해했다고 해야 하나, 영화가 본 캐릭터를 망쳤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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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공항에 나가는 아내를 차로 바래다주는 남편(지석). 한참을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더니 아내(영신)가 대뜸 남자가 생겼으니 자신이 집에서 나가겠다고 말한다. 무슨 그런 말을 공항 가는 차 안에서 하니?

 

     출장에서 돌아온 영신은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남자. 그런 아내를 도와 아내가 아끼던 그릇들을 정성들여 포장하고, 커피를 내려주고, 좋은 식당을 예약한다. 떠나겠다는 건 아내인데, 남편은 시종일관 단 한 번의 비난도 없이, 마치 모든 일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 매사에 미안해하고 염려하며 배려한다. 

 

     엄청나게 비가 내리는 그날, 끊임없이 들리는 빗소리에 맞춰 두 부부의 조용한 이별이 진행된다.

 

 

 

 

2. 감상평 。。。。。。。                    

 

     시종일관 빗소리가 가장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한 두 사람의 이별이야기. 누구 하나쯤은 소리를 지를 만도 한데, 이 부부의 이별에는 떠나겠다는 사람도, 떠나보내는 사람도 소리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서로에 대한 증오나 차가움 때문이 아니라는 데 이 상황의 독특함이 있다. 대사 대신 영화 전반을 뒤덮고 있는 이 빗소리 속에는 제목처럼 계속해서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하는 질문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이들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하는 걸까?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이유를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이유를 모른다면 그 때까지도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능력의 부족을 의미할 테고, 이유를 알고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꾸려 하지 않았다는 의지의 부족을 뜻할 테니까. 이런 차원에서, 이미 결심을 했다면 자신이 왜라고 묻거나 사정을 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당신을 보내주겠다는 영화 속 지석의 대답은 참 논리적이다. 그런데 사랑이 그렇게 논리적이기만 할 수 있는 걸까. 어쩌면 영화 속에서 나오지 않는 영신의 결심의 이유는 이미 설명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석은 논리에 기반한 사랑을 하고 있었고, 영신은 좀 더 감정적인 교류(종종 부딪힘으로 나타날수도 있는)에 기반한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둘의 사랑은 종종 만나기도 했지만, 더 자주는 비켜가기만 했다.

 

 

 

     대사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중 상당 부분은 그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못 듣고 넘어가더라도 크게 지장이 없는 내용들이다. 감독의 메시지는 오히려 대사의 빈 공간에 의미를 두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감독에게나 배우들에게나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말하지 않고 상황으로, 눈빛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일이니까. 특히나 그래도 몇 번은 감정을 터뜨릴 수 있었던 영신보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쓰며 슬픔이란 감정을 컨트롤하려는 지석 역이 대단히 중요했는데, 노력은 했지만 아직은 이런 깊은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는 건 좀 벅차보였다.

 

     자신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만드는 연기나 영화는 대단히 어렵다. 그 경지에 도전하기는 했으나 조금은 부족했던 영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근 몇 달간 본 영화 중 가장 슬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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