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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교수의 철학이야기 - 데카르트에서 칸트까지
강영안 지음 / IVP / 2001년 11월
평점 :
1. 요약 。。。。。。。
부제가 붙어 있는 대로 ‘데카르트에서 칸트까지’ 이어지는 서양철학사의 흐름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유사한 종류의 책들이 많지만, 저자는 특별히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각각의 철학자들을 살피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독특함이다. 책의 결론부에는 근대철학이 다루고 있는 주요 주제들 - 전통과 혁신, 신앙과 이성, 자연과 자유 -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면서 기독교적으로 가능한 대답이 무엇인지에 대해 짚고 있다.
2. 감상평 。。。。。。。
책의 서문에 이 책이 목적하고 있는 주요 독자층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35세가량의 기독 청년’이 그 대상인데, 이것저것 조금 빠지긴 하지만 얼추 비슷한 독자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내가 보기엔 좀 어렵다. 그나마 대학시절 철학 강의를 몇 개 들었기에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과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공부를 제대로 안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어려운 이야기를 들으면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지레 겁을 먹고 더 이상 알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비판적으로 상대의 말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반응이다. 철학이라는 영역이 자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반응들을 불러일으키곤 하는 분야인데,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저명한 철학자인 저자는 분명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철학자들을 분석해내고 있다. 저자가 가진 기본적인 전제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이 기독교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각각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기독교의 교리에 비추어 옳다 그르다 쉽게 단정 짓는 형식은 아니다(아마도 저자 자신의 학자적 양심이 그런 걸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각각의 인물들을 충분히 분석하되 그것들이 갖는 유익과 (특히) 한계를 언급하면서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으로서 기독교적 가치들을 제시하고자 애쓴다.
간만에 읽은 철학 관련 책이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적어도 이름 있는 철학자들은 단지 그들의 철학을 사유의 세계에만 내버려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차원까지 적용하려 애썼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로만 진리를 떠들고 정작 삶에서는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그러면서도 딱히 부자연스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어떤 신앙인들보다 그들이 이런 면에서는 더 멋있어 보이는 이유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귀한 가치에 대해서는 딱히 흠잡을 부분은 없다. 다만 제목에 ‘이야기’라는 좀 부드러운 단어를 붙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쉬울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