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공항에 나가는 아내를 차로 바래다주는 남편(지석). 한참을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더니 아내(영신)가 대뜸 남자가 생겼으니 자신이 집에서 나가겠다고 말한다. 무슨 그런 말을 공항 가는 차 안에서 하니?

 

     출장에서 돌아온 영신은 짐을 싸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남자. 그런 아내를 도와 아내가 아끼던 그릇들을 정성들여 포장하고, 커피를 내려주고, 좋은 식당을 예약한다. 떠나겠다는 건 아내인데, 남편은 시종일관 단 한 번의 비난도 없이, 마치 모든 일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 매사에 미안해하고 염려하며 배려한다. 

 

     엄청나게 비가 내리는 그날, 끊임없이 들리는 빗소리에 맞춰 두 부부의 조용한 이별이 진행된다.

 

 

 

 

2. 감상평 。。。。。。。                    

 

     시종일관 빗소리가 가장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한 두 사람의 이별이야기. 누구 하나쯤은 소리를 지를 만도 한데, 이 부부의 이별에는 떠나겠다는 사람도, 떠나보내는 사람도 소리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고요함은 서로에 대한 증오나 차가움 때문이 아니라는 데 이 상황의 독특함이 있다. 대사 대신 영화 전반을 뒤덮고 있는 이 빗소리 속에는 제목처럼 계속해서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 하는 질문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이들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하는 걸까?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이유를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이유를 모른다면 그 때까지도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능력의 부족을 의미할 테고, 이유를 알고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꾸려 하지 않았다는 의지의 부족을 뜻할 테니까. 이런 차원에서, 이미 결심을 했다면 자신이 왜라고 묻거나 사정을 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당신을 보내주겠다는 영화 속 지석의 대답은 참 논리적이다. 그런데 사랑이 그렇게 논리적이기만 할 수 있는 걸까. 어쩌면 영화 속에서 나오지 않는 영신의 결심의 이유는 이미 설명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석은 논리에 기반한 사랑을 하고 있었고, 영신은 좀 더 감정적인 교류(종종 부딪힘으로 나타날수도 있는)에 기반한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둘의 사랑은 종종 만나기도 했지만, 더 자주는 비켜가기만 했다.

 

 

 

     대사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중 상당 부분은 그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못 듣고 넘어가더라도 크게 지장이 없는 내용들이다. 감독의 메시지는 오히려 대사의 빈 공간에 의미를 두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감독에게나 배우들에게나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말하지 않고 상황으로, 눈빛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일이니까. 특히나 그래도 몇 번은 감정을 터뜨릴 수 있었던 영신보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애쓰며 슬픔이란 감정을 컨트롤하려는 지석 역이 대단히 중요했는데, 노력은 했지만 아직은 이런 깊은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는 건 좀 벅차보였다.

 

     자신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만드는 연기나 영화는 대단히 어렵다. 그 경지에 도전하기는 했으나 조금은 부족했던 영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근 몇 달간 본 영화 중 가장 슬픈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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