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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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성장지향적인 현재의 경제정책과 사회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으로서는 그런 전략이 가능할지 모르나, 이미 경제가 성숙해진 이후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 저자는 현재 일본이 이전과 같은 수준의 성장이 무리이며, 축소균형을 이뤄야 하는 단계라고 진단한다.

 

     저자가 휴먼 스케일(Human Scale)’의 경제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빚을 내서라도 끊임없는 확장과 성장을 꾀하는 대신, ‘제품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정성들여 만들고, 그것을 고객에게 보내 신뢰와 만족을 파는 시스템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그리고 사는 사람 등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경제 규모와 구조만이 난국을 버텨나갈 수 있다는 것. 여기에서 중요한 가치는 확대가 아닌 지속이다.

 

 

2. 감상평 。。。。。。。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가 쓴 경제학 서적은 역시 읽기가 쉬웠다. 나처럼 전혀 다른 분야를 전공한 사람도 대충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상식 수준의 지식은 있기 마련인데, 저자의 서술은 그 상식 수준에서 차분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자가 나처럼 완전한 문외한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력을 보면 다양한 회사들(물론 대기업은 아니다)을 경영한 적도 있으니까. 오히려 이런 쪽이 숫자와 통계해석에만 매달리기 쉬운 경제학자들이 미처 보지 못한 큰 그림을 볼 수도 있는 법이다.

 

 

     저자의 경제를 보는 관점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은 문제를 분명히 보게 만드는 종류의 단순함이다. 저자는 근대 이후로 인류가 숭배해 온 진보에 대한 신앙이 사실은 우상숭배였음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인류가 영원히 성장하고 진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최종 목적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은 채, 그저 발전과 성장을 향해서 달릴 뿐이었다.

 

     인류는 그렇게 근본이 된 땅에서 떠나버렸고, 저자는 그렇게 태어난 토지에서 벗어나 이윤을 얻기 위해 경쟁하다보면 결국 거기에서 통용될 수 있는 공통 언어는 화폐()’밖에 없음(190)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돈이 주인이 된 세상에서 오히려 인간은 소외되어 버렸고, 그 결과가 오늘날 보는 것 같은 양극화를 비롯한 각종 경제문제들이라는 것.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인 휴먼 스케일은 확실히 좀 더 깊이 생각해 볼만한 주제다. 불가능한 일 무한성장 을 밀어붙이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다. 현대 경제에서 이 무리에 해당하는 것은 부채()’이다. 사실상 오늘날 빚을 지지 않고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 레버리지(leverage)같은 무슨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빚이 자산으로 둔갑하는 일은 없다. 빚으로 쌓아 올린 탑은 결코 튼튼할 수 없는 거고..

 

     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성장 지향의 현재의 패러다임을 축소, 안정 상태로 바꾸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 부분이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수준을 조금 낮추고(그렇다고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더 크고, 더 빛나는 것에 대한 허황된 꿈을 내려놓는 것이 관건인데, 사회 전반에 과시성 소비와 허세로 쩌든 이 나라에서 과연 어느 정도나 가능할지..

 

     하지만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저자도 말하듯, 큰 문제란 작은 문제들이 축적된 결과이고,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작은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해결을 위해 나서는 무수한 작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일 테니까(122).

 

     대안적 경제를 구성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괜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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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길
앤서니 기든스 지음, 한상진 외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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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책 제목인 3의 길이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가진 문제점들을 발전적으로 극복하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가리키는 용어다. 책 속에서 이는 사회민주주의로 불리기도 하는데, 저자는 기존의 사회민주주의가 어떤 명확한 지향점을 가지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제안한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첫 두 장은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데 할애되어 있고, 나머지 세 장은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특징을 설명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3의 길의 가치는 평등’, ‘약자 보호’, ‘민주주의가 전제된 권위’, ‘세계주의적 다원주의같은 진보적 가치들을 포함하면서, 동시에 자율성으로서의 자유’, ‘책임과 권리의 균형’, ‘철학적 보수주의같은 보수적 가치까지 포함한다.(84)

 

 

2. 감상평 。。。。。。。

 

     비록 저자가 말하는 사민주의가 과거의 사민주의 혹은 온건한 좌파정책들과 분명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 느낌이 유사하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사실 뭐 그럴 수밖에 없다. 형제관계, 혹은 부자관계일테니) 양편의 문제점을 극복, 혹은 양쪽의 장점을 조합해 뭔가 새로운 걸 만든다는 것이 일단 듣기에는 참 좋지만, 어떤 사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

 

     이런 식의 조화는 선명한 지향점을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고, 자칫 개량주의에 머물다가 소멸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도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애초의 극복대상이었던 두 사조 중 한 쪽으로 치우쳐버리거나.. 사실 이런 비판은 저자가 말하는 구 사민주의에 대한 비평이기도 했다. 한 때 잘 나가던 영국 노동당의 오늘은 어떤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그 한계를 지적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통령님께서도 대선 기간 내내 경제 민주화를 외치지 않으셨던가.(물론 그분의 기억력의 쇠퇴 속도는 대다수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긴 했다. , 이건 도덕성이나 윤리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정말 효과적인 대안이나 제안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예컨대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경제적 보조에 관해 직접적인 보조보다는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전통적 의미의 복지국가대신에 적극적인 복지사회를 추구하면서 사회투자 국가를 건설해야한다고 역설한다(142). 내가 경제학을 전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복지국가와 복지사회에 무슨 큰 차이가 있으며,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사회투자 국가라는 모델은 우파 정부에서 여론달래기를 할 때 종종 사용하던 꼼수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단순한 이념대립, 대결에서 벗어나 좀 더 실용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려는 태도 자체는 나쁠 게 없다. , 그 지향점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민주주의(민주화), 평등, 책임과 권리의 조화 같은 가치들도 분명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덕목들이다. 다만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는 제안들로는, 그게 얼마나 실제적으로 좋은 효과가 있을지 잘 그려지지 않는 달까 뭐 그런.

 

     요컨대 책은 굉장히 광범위한 주제를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데, 그 걸음 사이에 어떤 풀들(과 그 위의 풀벌레들)이 밟히고, 어떤 돌멩이들이 채여서 무언가를 무너뜨리지는 않을지 잘 모르겠다. 물론 저자가 말한 것처럼 개혁이나 진보가 반드시 급진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이런 복잡하고 잘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조금씩 더듬어나가면서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언젠가 안개가 걷힐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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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역설 - 왜 개발할수록 불평등해지는가
필립 맥마이클 지음, 조효제 옮김 / 교양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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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우리는 흔히 개발하면 좋은 것으로 인식한다. 어딘가(혹은 무엇인가) 개발된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깨끗하며, 효율적인 상태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런 개발에 대한 이미지가 일종의 정치적 구성물이며, 힘 있는 자들(식민지배 본국, 소수의 정치와 경제 분야의 엘리트, 강대국들이 만든 국제기구)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질서를 강요하기 위해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개발논리라는 것이 어떤 한 국가 내에서의 발전이 아니라,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의 수탈을 전제로 한 약탈적인 경제구조였다는 것.

 

     시대가 바뀌고 이제 더 이상 식민지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지만, 이런 기본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개발 프로젝트는 이제 지구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달라졌고, 그 공식적인 방식도 총칼과 채찍에서 전 인류의 번영이라는 멋들어진 설득으로 바뀌었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저자는 자유 시장을 통한 번영이 실은 전체 인구의 2/5만 누릴 수 있는 것이며 나머지 3/5은 그 2/5를 위해 여전히 수탈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를 위해 여전히 서구 선진국들은 정치적이고, 군사적이며, 재정적인 압박을 통해 저개발 국가들을 자신들의 뜻에 따라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반대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의제도 그 중 하나다. 책은 환경, 농업, 빈곤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의 개발 논리에 저항하는 새로운 움직임들을 소개하면서, 개발을 다시 생각하기 위한 첫째 단계로 발전의 관념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530).

 

 

2. 감상평 。。。。。。。   

 

     책의 부제가 이 책에 실려 있는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해 준다. ‘왜 개발할수록 불평등해지는가’. 군더더기 없이 잘 붙인 부제목이다. 단지 제목만이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저자는 왜 지난 수십 년 동안 급격한 개발이 진행되었는데도 여전히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빈곤한 상태에 처해 있는지, 또 갈수록 삶의 조건이 악화되고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잘 설명해 내고 있다.

 

     책의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소위 자본주의적 발전의 열매는 모두가 아니라 일부만을 배부르게 할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늘날 이런 착취가 어떻게 지구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었는지를 잘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수출용 상품작물을 단일재배 하느라 정작 자국민들의 식량이 부족해 빈곤에 시달리는 상황은 비교 우위따위의 개념이 얼마나 허황된 논리인지를 보여준다.

 

     이건 분명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저 모든 것에는 명과 암이 있기 마련이라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려 넘어갈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그 명과 암이 늘 힘 있는 자들에게 유리하게 그어진 경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개발에 대한 환상, 혹은 신화는 매우 단단해서 쉽게 깨지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경제발전이 지고의 선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 속에서, 성장률이라는 지상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경주마가 될 것을 세뇌 받으며 살아 왔으니까. 여기에 라는 질문은 필요 없었다. 왜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지, 그러면 누구에게 좋은 건지 하는 부분은 제대로 생각해 보지 못한 채 그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만 받아왔다.

 

     이런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시작은 역시 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부터다. 책의 저자도 지적했던 것처럼 발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내다버리고 새롭게 묻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실의 문제를 분명히 볼 수 있어야 하고, 대안적 삶 혹은 행동이 실제로도 가능하며 더 유익하기도 하다는 점을 증명해 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부분들을 보여주는 데 많은 공을 들여서 잘 써 냈다.

 

 

     번역의 문제인지(사실 복문이 지나치게 많긴 하다), 원 저자의 탓인지 임팩트 있는 문장이 좀 부족한 게 아쉽긴 하지만, 충분히 여러 부분에서 인용되고 참고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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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협동조합 - iCOOP 생협 2015년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엮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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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협동조합은 그 기구의 운영을 사주(社主)나 경영자가 결정하는 대신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단체로, 조합원들을 위한 운영에 초점을 맞춘다. 언뜻 그러면 주식회사와 다를 게 없는 것 같지만, 주식회사가 1주 당 1표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면, 협동조합은 1인 당 1표라는 원리를 따른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조합원들이 내는 출자금은 주식과 달리 상한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으며, 단순히 많은 돈을 냈다고 많은 배당을 얻는 게 아니라 얼마만큼 조합의 운영과 사업에 기여를 했느냐에 따라 수익의 일정부분을 배분받는다는 점도 독특하다.

 

     이 책은 그런 협동조합의 기본 개념부터 역사(1), 일반 기업에 비해 독특한 운영의 방식(2), 그리고 아이쿱생협의 발전 과정(3)을 서술하면서,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쓰였다.

 

  

 

 

2. 감상평 。。。。。。。  

 

     책은 협동조합을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한 시도로 평가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비교적 일찍부터 자본주의적 경제가 다양한 병폐들을 안고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여러 사람들이 발전적 대안을 찾아 나섰는데, 협동조합도 그 중 하나의 대안이었다. 기본적으로 수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제모델이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물론 지속적으로 운용가능하려면 수익 부분에도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 유명한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이 모델이 한 국가 안에서 상당한 수준의 경제를 책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스페인 매출규모 7, 고용규모 4위인 이 협동조합은, 경기침체로 파산한 산하기업의 노동자(이자 동시에 조합원이기도 하다)들을 정리해고 하는 대신 그룹 내 다른 직장으로 전환배치하거나, 자체 실업급여를 지급하며 직업교육을 통해 전환배치를 기다리며 버틸 수 있게 돕는다. 사람 중심의 기업이란 이런 게 아닐까.

 

     물론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모든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책에서도 언급 되듯, 우선 조합원들의 참여(특히 경제적인 부분과 운영 면에 있어서)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고, 빠르게 변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결코 녹록한 문제는 아니다. 아마 이 두 부분이 협동조합이 실패하는 대표적인 원인일 것이다. 특히 협동조합 쪽도 경제성을 획득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이 관건일 듯다. 하지만 어떤 것이 실패 했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최근 관계 법령이 개정되면서 이전보다 협동조합을 만들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한다. (실제로 친구 중 하나도 협동조합 형태로 출판 쪽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고...)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나처럼 협동조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기본 개념을 잡는 데는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서재보다는 현장에서 쓰인 책답게, 실제 운영과 위기, 극복 과정들에 대한 소개가 있다는 부분도 마음에 든다. (물론 책을 다 읽었으면 직접 조합운영의 현장을 방문해서 듣는 것이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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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놈들 전성시대 - 우석훈의 대한민국 정치유산 답사기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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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이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연구소의 부원장을 직함을 갖게 된 우석훈의 정치 입문기.(물론 국회의원 같은 건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당직자도 정치인이긴 하니까)

 

     책은 암담한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로 시작한다.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가 집권하는 대한민국에서 양극화는 극에 달하고 있고, 이제 곧 고착화 될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대안은? 사람들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별 희망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저자는 그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뒤에 나오지만 결국 망해가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쪽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쪽의 상황도 녹록치만은 않았다. 오랜 야당생활로 에너지는 점점 빠져만 가고 있었고, 내부의 인사들은 계파라는 이름의 증오를 가진 채 그저 한데 모여 있을 뿐이었다. 당직자들은 그저 줄서기 바쁘고, 장기적인 계획, 특히나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거의 대안이 없는 수준이었고. 저자는 그 안에서 혁신위의 일원으로 조금씩 규정을 바꿔나가기 시작하고 공부와 토론을 하는 모임들을 만들며 잡놈들의 전성시대를 중단시킬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정당의 조직과 기능을 제대로 회복하는 것을 제시한다. 매달 1,000원씩 내는 당원들이 정당을 바꾸고, 결국 나라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저자의 꿈은 그 안에 인재들이 모이고,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고 '살아서' 나오는 것.

 

 

2. 감상평 。。。。。。。  

 

     우석훈이 쓴 책을 벌써 다섯 권 째 읽지만, 이번 책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동안은 한국 경제를 분석하는 글을 주로 써 왔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정치가 그 중심에 있다. 또 그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은 당장에는 성공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지만, 현실에 그냥 순응할 수는 없어서 집을 나와 발을 담그게 된 그곳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과 소망을 아울러 담아내고 있다.

 

     책에 반영된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실은 참혹하다. 진심으로 하나가 되지도 못하고 있고(이른바 계파 갈등), 공통의 목표나 비전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당 조직에는 전반적인 무기력증과 해도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퍼져있는 데다, 그나마 줄서기에 바쁘다(선당폭망 당을 먼저 생각하고는 폭삭 망한다).

 

     그런데도 그 안에서 뭔가를 해 보려고 애쓰는 이유는, 역시 저쪽은 도무지 가망이 없어 보이는데다, 이곳 외의 다른 정당들은 다가올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할 실제적인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우석훈은 곧 다가올 선거들(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이 그 결과에 따라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멕시코식의 망하는 나라로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중요한 기점으로 여긴다.

 

 

나는 이 증오의 구조를 깨고 싶어졌다.

어느덧 증오가 특징이 된 이 동네,

나를 믿어주거나 아니면 나를 믿는다고 형식적으로라도 말하는 사람들의 뜻을 모아

잠시라도 증오를 멈추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여러 부분에서 실망과 좌절을 하면서도,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리 욕심 없이 애쓰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노력과 계획이 꼭 성공하기를 빌면서 책장을 넘겼다. 미움을 넘어서, 갈등을 해소시키는 어려운 역할을 기꺼이 맡고 있는 그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물론 지금 보기엔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 보인다는 게 안타깝지만, 10년 전 유재석이 무모한 도전이란 이름으로 하얀 쫄쫄이 입고 연탄 나르기 게임을 할 때, 누가 그게 오늘날의 무한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이명박은 이 나라에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각인시켰다면, 박근혜는 능력이나 도덕성 따위는 없어도 권력자에게 충성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무서운 것은 이 두 가지 메시지가 합쳐질 때이다. 돈과 충성만 남은 사회. 그건 화적떼나 조폭의 논리이다. 이런 논리가 완전히 고착화된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그러니 우석훈의 무한도전은 반드시 히트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권을 잡으면 과연 이게 달라질까 하는 의문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 선거를 앞두고도 경선 탈락자들은 적극적으로 당의 후보를 돕지도 않고, 지방 토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의원들은 사실 정권교체 없이도 지금 누리는 혜택들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굳이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다.(뭔가 바뀐다는 건 그들이 지금 누리는 것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 노무현의 정치실험(열린우리당의 창당)은 결과적으로 실패해버렸고, 이젠 누구도 쉽게 그런 선택을 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리고 말은 또 얼마나 많던가. 가능하면 부정적으로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쪽은 정말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여러 가지를 고민할수록 결해결책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당원 중심의 정당들이 나와 국회의원의 이익이 아닌 국민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재구성해내는 데에 있다는 저자의 판단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제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대선까지 1년 반, 총선까지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명분이 있는 길, 국민이 원하는 길을 걷는 정치는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힘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 힘은 단지 선거일에만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국민들의 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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