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1. 요약 。。。。。。。

 

     저자는 성장지향적인 현재의 경제정책과 사회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으로서는 그런 전략이 가능할지 모르나, 이미 경제가 성숙해진 이후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 저자는 현재 일본이 이전과 같은 수준의 성장이 무리이며, 축소균형을 이뤄야 하는 단계라고 진단한다.

 

     저자가 휴먼 스케일(Human Scale)’의 경제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빚을 내서라도 끊임없는 확장과 성장을 꾀하는 대신, ‘제품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정성들여 만들고, 그것을 고객에게 보내 신뢰와 만족을 파는 시스템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그리고 사는 사람 등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경제 규모와 구조만이 난국을 버텨나갈 수 있다는 것. 여기에서 중요한 가치는 확대가 아닌 지속이다.

 

 

2. 감상평 。。。。。。。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가 쓴 경제학 서적은 역시 읽기가 쉬웠다. 나처럼 전혀 다른 분야를 전공한 사람도 대충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상식 수준의 지식은 있기 마련인데, 저자의 서술은 그 상식 수준에서 차분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자가 나처럼 완전한 문외한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력을 보면 다양한 회사들(물론 대기업은 아니다)을 경영한 적도 있으니까. 오히려 이런 쪽이 숫자와 통계해석에만 매달리기 쉬운 경제학자들이 미처 보지 못한 큰 그림을 볼 수도 있는 법이다.

 

 

     저자의 경제를 보는 관점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은 문제를 분명히 보게 만드는 종류의 단순함이다. 저자는 근대 이후로 인류가 숭배해 온 진보에 대한 신앙이 사실은 우상숭배였음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인류가 영원히 성장하고 진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최종 목적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은 채, 그저 발전과 성장을 향해서 달릴 뿐이었다.

 

     인류는 그렇게 근본이 된 땅에서 떠나버렸고, 저자는 그렇게 태어난 토지에서 벗어나 이윤을 얻기 위해 경쟁하다보면 결국 거기에서 통용될 수 있는 공통 언어는 화폐()’밖에 없음(190)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돈이 주인이 된 세상에서 오히려 인간은 소외되어 버렸고, 그 결과가 오늘날 보는 것 같은 양극화를 비롯한 각종 경제문제들이라는 것.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인 휴먼 스케일은 확실히 좀 더 깊이 생각해 볼만한 주제다. 불가능한 일 무한성장 을 밀어붙이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무리를 할 수 밖에 없다. 현대 경제에서 이 무리에 해당하는 것은 부채()’이다. 사실상 오늘날 빚을 지지 않고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 레버리지(leverage)같은 무슨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빚이 자산으로 둔갑하는 일은 없다. 빚으로 쌓아 올린 탑은 결코 튼튼할 수 없는 거고..

 

     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성장 지향의 현재의 패러다임을 축소, 안정 상태로 바꾸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 부분이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수준을 조금 낮추고(그렇다고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더 크고, 더 빛나는 것에 대한 허황된 꿈을 내려놓는 것이 관건인데, 사회 전반에 과시성 소비와 허세로 쩌든 이 나라에서 과연 어느 정도나 가능할지..

 

     하지만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저자도 말하듯, 큰 문제란 작은 문제들이 축적된 결과이고,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작은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해결을 위해 나서는 무수한 작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일 테니까(122).

 

     대안적 경제를 구성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괜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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