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
앤서니 기든스 지음, 한상진 외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1. 요약 。。。。。。。

 

     책 제목인 3의 길이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가진 문제점들을 발전적으로 극복하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가리키는 용어다. 책 속에서 이는 사회민주주의로 불리기도 하는데, 저자는 기존의 사회민주주의가 어떤 명확한 지향점을 가지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제안한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첫 두 장은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데 할애되어 있고, 나머지 세 장은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의 특징을 설명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3의 길의 가치는 평등’, ‘약자 보호’, ‘민주주의가 전제된 권위’, ‘세계주의적 다원주의같은 진보적 가치들을 포함하면서, 동시에 자율성으로서의 자유’, ‘책임과 권리의 균형’, ‘철학적 보수주의같은 보수적 가치까지 포함한다.(84)

 

 

2. 감상평 。。。。。。。

 

     비록 저자가 말하는 사민주의가 과거의 사민주의 혹은 온건한 좌파정책들과 분명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 느낌이 유사하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사실 뭐 그럴 수밖에 없다. 형제관계, 혹은 부자관계일테니) 양편의 문제점을 극복, 혹은 양쪽의 장점을 조합해 뭔가 새로운 걸 만든다는 것이 일단 듣기에는 참 좋지만, 어떤 사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

 

     이런 식의 조화는 선명한 지향점을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고, 자칫 개량주의에 머물다가 소멸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도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애초의 극복대상이었던 두 사조 중 한 쪽으로 치우쳐버리거나.. 사실 이런 비판은 저자가 말하는 구 사민주의에 대한 비평이기도 했다. 한 때 잘 나가던 영국 노동당의 오늘은 어떤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그 한계를 지적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통령님께서도 대선 기간 내내 경제 민주화를 외치지 않으셨던가.(물론 그분의 기억력의 쇠퇴 속도는 대다수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긴 했다. , 이건 도덕성이나 윤리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정말 효과적인 대안이나 제안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예컨대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경제적 보조에 관해 직접적인 보조보다는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전통적 의미의 복지국가대신에 적극적인 복지사회를 추구하면서 사회투자 국가를 건설해야한다고 역설한다(142). 내가 경제학을 전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복지국가와 복지사회에 무슨 큰 차이가 있으며,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사회투자 국가라는 모델은 우파 정부에서 여론달래기를 할 때 종종 사용하던 꼼수와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단순한 이념대립, 대결에서 벗어나 좀 더 실용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려는 태도 자체는 나쁠 게 없다. , 그 지향점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민주주의(민주화), 평등, 책임과 권리의 조화 같은 가치들도 분명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덕목들이다. 다만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는 제안들로는, 그게 얼마나 실제적으로 좋은 효과가 있을지 잘 그려지지 않는 달까 뭐 그런.

 

     요컨대 책은 굉장히 광범위한 주제를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데, 그 걸음 사이에 어떤 풀들(과 그 위의 풀벌레들)이 밟히고, 어떤 돌멩이들이 채여서 무언가를 무너뜨리지는 않을지 잘 모르겠다. 물론 저자가 말한 것처럼 개혁이나 진보가 반드시 급진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이런 복잡하고 잘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조금씩 더듬어나가면서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언젠가 안개가 걷힐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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