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놈들 전성시대 - 우석훈의 대한민국 정치유산 답사기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1. 요약 。。。。。。。    

 

     이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연구소의 부원장을 직함을 갖게 된 우석훈의 정치 입문기.(물론 국회의원 같은 건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당직자도 정치인이긴 하니까)

 

     책은 암담한 현실에 대한 좌절과 분노로 시작한다.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가 집권하는 대한민국에서 양극화는 극에 달하고 있고, 이제 곧 고착화 될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대안은? 사람들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별 희망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저자는 그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뒤에 나오지만 결국 망해가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쪽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쪽의 상황도 녹록치만은 않았다. 오랜 야당생활로 에너지는 점점 빠져만 가고 있었고, 내부의 인사들은 계파라는 이름의 증오를 가진 채 그저 한데 모여 있을 뿐이었다. 당직자들은 그저 줄서기 바쁘고, 장기적인 계획, 특히나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거의 대안이 없는 수준이었고. 저자는 그 안에서 혁신위의 일원으로 조금씩 규정을 바꿔나가기 시작하고 공부와 토론을 하는 모임들을 만들며 잡놈들의 전성시대를 중단시킬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정당의 조직과 기능을 제대로 회복하는 것을 제시한다. 매달 1,000원씩 내는 당원들이 정당을 바꾸고, 결국 나라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저자의 꿈은 그 안에 인재들이 모이고,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고 '살아서' 나오는 것.

 

 

2. 감상평 。。。。。。。  

 

     우석훈이 쓴 책을 벌써 다섯 권 째 읽지만, 이번 책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동안은 한국 경제를 분석하는 글을 주로 써 왔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정치가 그 중심에 있다. 또 그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은 당장에는 성공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지만, 현실에 그냥 순응할 수는 없어서 집을 나와 발을 담그게 된 그곳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과 소망을 아울러 담아내고 있다.

 

     책에 반영된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실은 참혹하다. 진심으로 하나가 되지도 못하고 있고(이른바 계파 갈등), 공통의 목표나 비전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당 조직에는 전반적인 무기력증과 해도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퍼져있는 데다, 그나마 줄서기에 바쁘다(선당폭망 당을 먼저 생각하고는 폭삭 망한다).

 

     그런데도 그 안에서 뭔가를 해 보려고 애쓰는 이유는, 역시 저쪽은 도무지 가망이 없어 보이는데다, 이곳 외의 다른 정당들은 다가올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할 실제적인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우석훈은 곧 다가올 선거들(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이 그 결과에 따라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멕시코식의 망하는 나라로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중요한 기점으로 여긴다.

 

 

나는 이 증오의 구조를 깨고 싶어졌다.

어느덧 증오가 특징이 된 이 동네,

나를 믿어주거나 아니면 나를 믿는다고 형식적으로라도 말하는 사람들의 뜻을 모아

잠시라도 증오를 멈추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여러 부분에서 실망과 좌절을 하면서도,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리 욕심 없이 애쓰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노력과 계획이 꼭 성공하기를 빌면서 책장을 넘겼다. 미움을 넘어서, 갈등을 해소시키는 어려운 역할을 기꺼이 맡고 있는 그의 무모해 보이는 도전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물론 지금 보기엔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 보인다는 게 안타깝지만, 10년 전 유재석이 무모한 도전이란 이름으로 하얀 쫄쫄이 입고 연탄 나르기 게임을 할 때, 누가 그게 오늘날의 무한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이명박은 이 나라에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각인시켰다면, 박근혜는 능력이나 도덕성 따위는 없어도 권력자에게 충성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무서운 것은 이 두 가지 메시지가 합쳐질 때이다. 돈과 충성만 남은 사회. 그건 화적떼나 조폭의 논리이다. 이런 논리가 완전히 고착화된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그러니 우석훈의 무한도전은 반드시 히트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권을 잡으면 과연 이게 달라질까 하는 의문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 선거를 앞두고도 경선 탈락자들은 적극적으로 당의 후보를 돕지도 않고, 지방 토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의원들은 사실 정권교체 없이도 지금 누리는 혜택들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굳이 달라져야 할 이유가 없다.(뭔가 바뀐다는 건 그들이 지금 누리는 것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 노무현의 정치실험(열린우리당의 창당)은 결과적으로 실패해버렸고, 이젠 누구도 쉽게 그런 선택을 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리고 말은 또 얼마나 많던가. 가능하면 부정적으로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쪽은 정말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여러 가지를 고민할수록 결해결책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당원 중심의 정당들이 나와 국회의원의 이익이 아닌 국민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재구성해내는 데에 있다는 저자의 판단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제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대선까지 1년 반, 총선까지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명분이 있는 길, 국민이 원하는 길을 걷는 정치는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힘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 힘은 단지 선거일에만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국민들의 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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