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역설 - 왜 개발할수록 불평등해지는가
필립 맥마이클 지음, 조효제 옮김 / 교양인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요약 。。。。。。。     

 

     우리는 흔히 개발하면 좋은 것으로 인식한다. 어딘가(혹은 무엇인가) 개발된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깨끗하며, 효율적인 상태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런 개발에 대한 이미지가 일종의 정치적 구성물이며, 힘 있는 자들(식민지배 본국, 소수의 정치와 경제 분야의 엘리트, 강대국들이 만든 국제기구)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든 질서를 강요하기 위해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개발논리라는 것이 어떤 한 국가 내에서의 발전이 아니라,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의 수탈을 전제로 한 약탈적인 경제구조였다는 것.

 

     시대가 바뀌고 이제 더 이상 식민지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지만, 이런 기본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개발 프로젝트는 이제 지구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달라졌고, 그 공식적인 방식도 총칼과 채찍에서 전 인류의 번영이라는 멋들어진 설득으로 바뀌었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저자는 자유 시장을 통한 번영이 실은 전체 인구의 2/5만 누릴 수 있는 것이며 나머지 3/5은 그 2/5를 위해 여전히 수탈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를 위해 여전히 서구 선진국들은 정치적이고, 군사적이며, 재정적인 압박을 통해 저개발 국가들을 자신들의 뜻에 따라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반대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의제도 그 중 하나다. 책은 환경, 농업, 빈곤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의 개발 논리에 저항하는 새로운 움직임들을 소개하면서, 개발을 다시 생각하기 위한 첫째 단계로 발전의 관념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530).

 

 

2. 감상평 。。。。。。。   

 

     책의 부제가 이 책에 실려 있는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해 준다. ‘왜 개발할수록 불평등해지는가’. 군더더기 없이 잘 붙인 부제목이다. 단지 제목만이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저자는 왜 지난 수십 년 동안 급격한 개발이 진행되었는데도 여전히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빈곤한 상태에 처해 있는지, 또 갈수록 삶의 조건이 악화되고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잘 설명해 내고 있다.

 

     책의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소위 자본주의적 발전의 열매는 모두가 아니라 일부만을 배부르게 할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늘날 이런 착취가 어떻게 지구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었는지를 잘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수출용 상품작물을 단일재배 하느라 정작 자국민들의 식량이 부족해 빈곤에 시달리는 상황은 비교 우위따위의 개념이 얼마나 허황된 논리인지를 보여준다.

 

     이건 분명 정의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저 모든 것에는 명과 암이 있기 마련이라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려 넘어갈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그 명과 암이 늘 힘 있는 자들에게 유리하게 그어진 경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개발에 대한 환상, 혹은 신화는 매우 단단해서 쉽게 깨지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경제발전이 지고의 선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 속에서, 성장률이라는 지상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경주마가 될 것을 세뇌 받으며 살아 왔으니까. 여기에 라는 질문은 필요 없었다. 왜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지, 그러면 누구에게 좋은 건지 하는 부분은 제대로 생각해 보지 못한 채 그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만 받아왔다.

 

     이런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시작은 역시 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부터다. 책의 저자도 지적했던 것처럼 발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내다버리고 새롭게 묻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실의 문제를 분명히 볼 수 있어야 하고, 대안적 삶 혹은 행동이 실제로도 가능하며 더 유익하기도 하다는 점을 증명해 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부분들을 보여주는 데 많은 공을 들여서 잘 써 냈다.

 

 

     번역의 문제인지(사실 복문이 지나치게 많긴 하다), 원 저자의 탓인지 임팩트 있는 문장이 좀 부족한 게 아쉽긴 하지만, 충분히 여러 부분에서 인용되고 참고될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