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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평점 :
1.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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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 그대로 시골에서 빵을 직접 구워 파는 소규모 빵집 사장이다. 빵집이
위치한 곳은 대도시가 아닌 수십 년 된 고택들이 즐비한 시골마을. 빵
가격도 편의점에서 파는 것에 비하면 서너 배가 높다. 빵은
일주일 중 나흘(목, 금, 토, 일)만
팔고, 일
년에 한 달은 장기 휴가를 떠난다. 이런
가게가 몇 년을 (손해
보지 않고) 돌아가는
이유가 있을 터. 저자는
자신이 직접 채취한 천연효모를 사용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을 이용하는 등 철저하게 돈보다 ‘의미’를
찾는 사업원칙을 고수하려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이런 자신의 빵가게 운영 과정을 풀어내면서, 오로지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기 위한 방향으로 치달으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현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넌지시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일명 ‘부패하는
경제’. 이
책에서 ‘부패’란
살아있는 모든 것이 그렇듯, 태어나고, 성장하고, 쇠락하다가
결국 죽는 자연의 순환을 따르는 자연스러운 성질을 가리킨다. 즉
긍정적인 개념.
그렇다고 딱딱한 사회학서적은 아니고, 오히려
에세이에 가깝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더
건강하고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균을 연구해가는 저자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용을 파악하게 된다.
2.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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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요약한 것처럼 딱딱한 사회학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어떻게
보면 그냥 한 작은 빵집 창업기를 보는 듯 재미있다. 책을
보고 기대한 것보다는 내용이 별로였다는 평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일단
제목부터 ‘자본론’ 같은
무게 있는 어휘들이 들어갔는데, 정작
책 내용의 비중을 보자면 채 10% 정도나
될까 싶고, 나머지는
빵 만드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니까. 애초부터
좀 다른 기대를 하고 시작했다면 충분히 그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제라는 것이 꼭 그렇게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설명이 있어야 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최첨단의
금융공법을 동원했어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막을 수 없었고(정확히
말하면 바로 그 ‘최첨단
공법’자체가
가진 위험성 때문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한 예측 프로그램을 가동하더라도 당장 1년
후의 경기조차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경제에 관해 지나치게 ‘거룩한’ 아우라를
덧씌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
경제가 어려워지면, 전문가들이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점점 더 경제를 어렵게 만들어,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진짜 경제는 사라지고, 이론
속에만 존재하는 경제, 통계와
데이터 위에서만 움직이는 경제, 나쁘게
말하면 주둥이로만 성장하는 경제가 나오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현실과
통계 사이에 괴리, 즉
거품이 발생하고, 거품이
지나치게 커지면 그것이 터질 때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
책 속에서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현실경제의 모습을 빵만드는 작업에 비유하는 부분이다. 더
빠르게 발효시키고, 더
싸게 상품을 만들기 위해 대량생산된 이스트와, 비료와
농약을 이용하는 모습은 외형적 경제성장률에만 집중해 거품을 일으키는 현대의 자본주의의 실사판이다.
또 한 가지를 꼽자면, 현실
속에서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사용되는 진짜 돈과 소위 돈으로 돈을 벌 때 사용되는 금융 속에만 존재하는 돈을 구분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지역통화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게 만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경제학이나 사회학 보다는 그저 빵집 창업기처럼 보인다. 뭐
그렇게 생각하고 읽어나가도 유익할 책이다. 단지
돈을 벌기위해서가 아니라, 더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따라 배우는 것 자체만 해도 충분히 좋은 일이니까.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책
속에 소개된 책들을 더 찾아 읽어보는 단계가 된다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할 것 같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어느 정도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보다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줄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