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아프리카 - 뜨겁게 부상하는 기회의 대륙, 왜 지금 아프리카에 주목해야 하는가
제이크 브라이트.오브리 흐루비 지음, 이영래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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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아프리카의 모습은 늘 기근에 시달리며 만성적인 가난과 비위생적인 삶, 끊임없는 내전과 독재의 땅이라는 이미지다. 실제로 언론들에서 보도되는 모습이 그러하니까. 하지만 이 책을 쓴 두 명의 공저자는 오랫동안 아프리카와 관련된 일을 해 오면서, 오늘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얼마나 급속히 발전중인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물론 여전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여러 장애물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에서 특히 집고 있는 것은 부족한 기반 시설(전력, 도로, 철도, 통신 등) 문제다. (의외로 부패나 내전과 같은 치안상황은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듯) 하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으로 쓰인 책답게, 이런 문제들도 가까운 시일 안에 곧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2. 감상평 。。。。。。。

 

     ​아프리카의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서는 아니고,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아프리카가 꽤나 유망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물론 나한테 아프리카와 관련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새로 구성할 수 있을 만큼 자금의 여유가 있는 건 아니고, 내 경우엔 그저 이 지역에 관한 최신의 정보를 상식선에서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책을 들었다.

 

 

     책 초반부에 소개되고 있는 여러 아프리카국가들의 발전상은 아프리카가 이 정도였어?’ 하는 놀람의 연속이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2015GDP 성장률 예측치(이 책은 2015년 출판된 책)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무려 8.4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위인 에티오피아(8.46), 3위인 모잠비크(8.16%)8%대의 높은 성장률이 예측되고 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저개발국가라 가능한 성장률 수치이긴 하지만, 1년에 8%13년이면 경제규모가 두 배로 성장한다는 말이다. 쉽게 볼 수치는 아니다.

 

 

 

 

     또, UN2020년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인구 백 만이 넘는 도시가 57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유럽과 동일한 숫자라고 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는 곧 엄청난 수의 소비자 증가를 의미하고, 이런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크고 작은 산업들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온전히 경제적인 부분에만, 그것도 긍정적인 비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부정의와 부패, 그리고 여전히 심각한 빈곤 등은 지나치게 축소되어 있다. 아프리카에 관한 기존의 편견을 보완해 주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또 한 편으로 다른 편견을 심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확실히 아프리카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갖게 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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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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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책은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정치, 경제, 교육, 각종 사회문제의 대부분에 도덕의 자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 예들을 통해 보여준다. 2부는 본격적으로 정치철학을 다루는 부분으로, 특별히 미국 정치의 역사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고수해 온 정치철학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와 함께 설명한다. 3부는 이 책의 주장이 담겨 있는 부분으로, 공공의 영역에 공동체의 덕성을 함양시킬 수 있는 도덕의 가치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제안이 담겨 있다.

 

 

2. 감상평 。。。。。。。

     한때 도덕이 철저하게 사회적 산물 정도로만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계몽주의의 오래된 물로 세례를 받은 이들은 여전히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도덕조차도 단지 진화의 과정에서 우연히(진화는 철저히 우연적이다) 발생한 것으로, 따라서 임의적이고 잠재적인 무엇으로 여기는 것이 고상한 견해인 양 세뇌시키려 애를 썼다.

     이 책의 저자인 샌델은 이런 태도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립성에 대한 신화적 사고에 기인한 그런 태도는, 보수와 진보 양편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오늘날 보는 것과 같은 공동체의 해체, 심각한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는 (조정할 수 있는 논리 자체가 없으니까) 공적 권력들, 그리고 무엇보다 도덕적 권위가 무너진 틈을 타 세력을 넓힌 무제한적 경제 권력들이라는 것.(개인적으론 도덕의 상실과 경제적 힘의 부상을 연결 짓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샌델만큼 과감하게 도덕과 종교의 자리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는 학자를 아직 보지 못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그가 말하는 도덕의 가치가 그 자체의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위한 방안으로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도덕의 실제적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가지는 중요성을 제시하는 방식은 꽤나 설득력 있다. 게다가 옳음좋음에 관한 저자의 판단(좋음이 옳음에 우선한다)을 통해 유추해 보면, 샌델 역시 도덕이 가지는 좀 더 높은 수준의 권위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치에 있어서, 그리고 공동체에 있어서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센댈의 입장은, 인의도, 신의도, 최소한의 정직에 대한 의지조차 없는 최고통수권자와 그 패거리들에 익숙해진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시의적절한 메시지다. 도덕이 무시되고 밀려난 자리에는 철저하게 돈의 논리만 들어와 있음은, 최근의 홍만표 사건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적어도 우리네의 현실은 좀 더 암담한 것 같다. 어디를 둘러봐도 도덕이나 윤리가 가진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잔혹한 현실에 당황하고 있지만, 문제가 되는 상황 자체를 해결할 근본적인 노력에는 쉽게 뛰어들지 않는다. 자신이 현실로부터 탈락할까 두려운 탓이다. 그러는 새 서서히 공동체는 와해되고 있고, 지역에 따라, 성별에 따라, 세대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고 찢어진다.

     해법은 쉽지 않다. 사실 센댈 자신도 도덕의 유용성, 나아가 도덕의 가치를 주장할 뿐 어떻게 그것을 활성화시키고 강화할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으니까. 다만 커다란 눈덩이도 시작은 조막만한 덩어리에서 시작하는 법이니, 우선은 분명한 도덕적 가치를 중심으로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물론 이것이 단순히 또 다른 파벌이 되지 않도록 지향을 분명히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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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 공정한 한국사회를 위한, 김영란.김두식의 제안
김영란.김두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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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대법관을 역임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그 유명한 김영란 법을 제안한 김영란 교수와 우리 사회 곳곳의 감춰진 치부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두식 교수가 한 자리에 만나 대화를 시작했다. 김영란 전 위원장의 제의로 시작된 이 대화의 주제는 부패 방지허헛. 이런 조합에 이런 주제라면 뭔가 나올 것 같지 않은가?

 

     목차만 봐도 우리 사회의 굵직한 문제들을 다양하게 망라하고 있다. 권력형 부패와 정치자금, 공수처와 상설특검 등등. 대법관, 권익위원장 등 법과 관련된 직책을 오랫동안 수행해 온 김영란 위원장답게, 대담하는 내용마다 깊이 있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는 이 뿌리 깊은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김 전 위원장 나름대로의 대안이었던 김영란 법에 관한 설명까지 나와서, 최근 논쟁의 주제였던 이 법이 지향하는 바와 반대자들에 대한 김영란 자신의 생각까지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준다.

 

 

2. 감상평 。。。。。。。

 

     얼마 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한참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김영란 법을 발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이름이 들어간 책이라 골라 들었다. 이 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이 시행되면 당장에 나라 경제가 마비될 것처럼 호들갑이지만, 누구 말마따나 이 나라가 뇌물로 유지되는 나라라는 말인 건지.(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오죽하면 그런 법까지 만들어서 청탁과 뇌물의 고리를 끊으려고 했을까.

 

     김 전 위원장은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서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대신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애초에 제도적이고 의식적인 장치를 만들어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 부패의 사슬을 끊는 데에는 청탁과 청탁으로 이어지기 쉬운 스폰서 행위와 뇌물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

 

 

     군에 있는 동안 이런저런 경험이 많았지만, 한 번은 술자리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술 안 마시는 나를 부르지 않는데, 그 날은 무슨 날이었는지 회식에 굳이 나를 불렀다. 1차로 식사를 하고 2차로 노래방에 갔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얼근히 취해있는 상태가 되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스폰서에 관한 내용이었다.

 

     군 생활을 어느 정도 하다보면 대충 누가 진급해서 장기복무를 하게 될지가 보이는데, 그렇게 장기 대상자가 2차 중대장 정도 할 때 즈음이면, 부대관리 조로(주로 부대원들에게 밥을 사주거나 회식 같은 것을 하라고) 몇 십 만원씩 스폰서가 생긴다는 이야기다.(물론 내 손에는 그런 게 들어와 본적이 없다.)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기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 얼마나 이런 스폰서문화가 깊게 퍼져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물론 억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과도한 규제라고 항변할 수도 있고. 돈을 받아서 나쁜 데 쓴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뇌물과 선물, 청탁과 순수한 지원 사이의 구분을 누가 정확히 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뇌물과 청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이 급하면 과거에 오고갔던 것들의 성격도 변할 수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모두가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공평한 세상은 되어야 사람들이 의욕을 갖고 살지 않을까. 그 최소한의 장치가 김영란 법인 것이고. 책에도 여러 차례 강조하듯이, 이 법은 처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정이라는 특별한 힘으로 움직이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누군가가 주는 것을 사양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 법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법이 이러니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사양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해 주려는 목적도 있다.

 

     쉽진 않겠지만, 부디 이 나라가 한 걸음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이 일은 여의도에서 법을 몇 개 만든다고 이뤄질 일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이 책에서 나누는 식의 이야기들을 시작하고, 그것이 이 사회를 끌어가는 하나의 조류가 될 때 비로소 다같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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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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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무업사회란, ‘누구나 무업(無業)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업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힘든 사회를 가리키는 조어다.(26) 그리고 여기서 무업상태란 정의하기가 쉽지 않지만, 다양한 이유로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로, 이 책에서는 각각 구직형, 비구직형, 비희망형으로 분류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무업청년들을 위한 단체를 만든 구도 게이와 이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니시다 료스케가 함께 일본 내 중요한 사회문제로 여겨지는 이 현상을 분석한 자료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무업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를 담고 있고(무업청년들의 실제 모습을 분석하면서 그들에 대한 오해를 풀고, 왜 일본사회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사회구조와 정책에서 찾으며, 해결책까지 모색한다), 후반부는 무업상태에서 벗어난 젊은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2. 감상평 。。。。。。。

 

     ​니트족이나 프리터라는 용어가 일상화될 정도로 일본의 청년들(물론 이 단어는 반드시 청년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도 안정된 일자리를 갖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건 청년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까운 미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그래서 이 책을 펴들었다)

 

 

     거품이 꺼지고, 종신고용의 신화가 깨지면서, 일본 사회는 급속도로 안정감을 잃어버린다. 일본 사회보장의 특성상(사실 이건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에 고용되어 있지 않으면 급격히 그 보장수준이 떨어지는데, 이런 사회적 변화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사회경험이 적인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불안감을 갖게 만든 것은 아닐까 싶다.

 

     책 속에 등장하는 무업청년들의 예를 보면 많은 경우가 이런 위축된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게 눈에 띈다. 좀 지나치게 소극적이며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스펙에 목을 매면서, ‘정상적인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보수화 되어가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마음속에도 아마 비슷한 종류의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하게 될 경우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책 속에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통계적 예측이 실려 있다. 한 청년이 무업상태로 평생 지내게 될 때 사회가 부담해야 할 사회보장비용과, 그가 취업해 사회에 복귀할 경우 평생 납부할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더하면 1인당 15천 만 엔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당장 눈앞의 곶감 빼먹기에만 급급해, 청년들을 비정규직과 인턴으로 몰아넣으면서 얻어낸 단기적 이익에 취해있는 기업과 정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그들이야 자기 계좌만 보고 있으니 다른 게 보일 리 없지만)

 

     그래도 이들에 대한 실제적인 지원을 강구하고, 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이렇게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일본이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보다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문제의 원인을 개인 탓으로만 돌리기보다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찾아보려는 노력도 인상적이고. 이에 비해 무조건 노력만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한심한 인사들은.. 쯧쯧.

 

 

    물론 거대한 경제상황 자체는 어쩔 수 없다보니, 우선은 청년들에게 뭔가라도 일자리를 갖게 하는 것이 지상과제처럼 여겨지는 바도 없진 않다. 어쩌면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이런 식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보수도 적고, 환경도 열악한 일자리를 잔뜩 깔아놓고, 일단은 뭐라도 하라며 등 떠미는.. 아직 그 수준까지는 아는 것 같은데 말이다. 거의 최후의 상황에서 써야 할 약물을 너무 빨리 사용하다간 오히려 더 위험해 질수도 있다.

 

     우석훈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라는 책에서, 그래도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정식노조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상황보다는 더 낫다고 본다. 그런 일본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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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6-06-1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업사회라 재미있는 신조어네요.그나저나 우리는 일본의 뒷굼치를 계속 따라가는데 이것도 따라갈까봐 걱정입니다ㅜ.ㅜ

노란가방 2016-06-19 23:49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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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1장에서 신자유주의 사조에 깊이 길들여진 대한민국의 20대를 분석한다. 이들은 너는 할 수 있어라는 주문에 근거한 믿음으로 자기 자신을 끝없는 경쟁으로 스스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식으로 스펙을 쌓고 경쟁을 해봐야 좋은 날이 올리는 만무하다. 그렇게 남과 경쟁하는 데 익숙해진 그들은, 점차 고립되었고, 고립된 개인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신입사원 연봉을 대폭 깎는 뻔뻔스러운 조치가 기득권층(여기에는 보수우파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암묵적인 동의를 한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포함한다)의 협잡으로 이루어지는데도, 그 당사자인 20대는 별다른 대처를 할 수 없었다.

 

     문제는 뿔뿔이 흩어진 20대의 상황. 우석훈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을 짤 것을 제안한다. 문제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20대들이 나서서 연대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것이 꼭 대규모 집회나 폭력투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안은 시민운동, 정치운동과 같은 현 법체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2. 감상평 。。。。。。。

 

     스스로를 대변할 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주체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무시당하고, 빼앗기고, 결국에는 존재마저 희미해지게 된다. 개인의 탐욕추구를 절대선으로 보고, 이를 위해 경쟁하는 과정을 정당한 윤리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는 필연적으로 이렇게 무시를 당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20대는 그 대표적인 집단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박봉에, 야근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기 시작하거나, 수 천 만원이 드는 대학을 졸업하느라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채무자 신세가 되어 버린다. 3, 6포를 넘어 N포세대가 된 이 나라의 20대의 상황은, 그들이 이 나라의 중심적인 위치에 서게 될 때가 필연적으로 오게될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 때문에라도, 단지 그들의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20대가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면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들이 지금 형성하고 있는 태도와 습관, 가치관은 어느 정도 그 자신들이 선택한 부분이기도 하니까. 나는 잘못이 없는데 모든 것은 구조 탓이라는 식의 변명은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 게 옳다.

 

     하지만 굳이 책임의 비중을 계산해 본다면, 이 경우엔 그들을 그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구조쪽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 다른 식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왜 다르게 보지 못하느냐고 책임추궁을 하는 건 공정치 못한 일이니까. 그러나 이 구조라는 것도 결국 변화의 의지를 보이는 사람들이 나설 때에야 바뀐다. 우석훈이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아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가진 진짜 힘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비록 5, 60대에 비해서 그 수도 적고 결속력도 약하긴 하나, 20대의 힘이 모이면 결코 약하지 않다. 배짱 있게 들이대보는 것만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중요한 건 이들을 제대로 뭉치게 해 내는 일. 흩어진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모이지 않는다. 엔트로피의 증가는 물리적 세계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통하는 법칙이니까. 뭉치면 산다. 아니 뭉쳐야 산다. 이를 아는 기득권층은 어떤 수를 동원해서라도 이 젊은이들이 뭉치지 못하고 서로를 경쟁의 대상으로만 보도록 만들겠지만, 그래도 버텨내야 한다.

 

 

 

     아쉬운 부분은 저자의 교회에 대한 태도. 저자 자신도 인정하듯, 오늘날 20대는 서로에 대해 신뢰관계를 거의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집단이 있으니 ‘(강남의 대형)교회의 청년부에 소속된 20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에 대해 신뢰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결과에 별 의미를 두지 않은 채 사교집단처럼 보인다’(112)며 무시하고 넘어가버린다. 이명박을 경멸하면서도 한나라당(이 책은 2009년에 쓰였다)에 줄을 대 정치운동을 하려는 20대에게조차 나름의 격려와 덕담을 던지는 저자인데 말이다.

 

     교회도 여러 가지고, 목사도 다양하고, 그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들의 일부는 저자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자리에 모인 이들은 저자가 말하는 연대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이 공동체가 가진 진짜 자질과 가치들이야말로 현 상황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뭔가 더 구체적인 방법과 대안을 기대했다면 살짝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처음부터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닐까. 그래도 누군가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 지속적으로 고민하려는 자세만큼은 좋게 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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