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지음, 송경진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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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뉴스 보도 등을 통해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다보스 포럼’.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그 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이다.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의 최신 동향과 앞으로의 진행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논의하는 데 참여한 저자가, 2016년 포럼의 주제였던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을 냈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는데, 우선 제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를 이끄는 주요 기술(물리학, 디지털, 생물학)을 설명하고, 이 기술들이 사회 각 영역(경제, 기업, 국가, 사회, 개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설명한다(1). 2부에서는 앞서 설명했던 변화들의 실제 예들을 제시하면서, 그런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 부정적인 효과,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영역 등을 나누어 제시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란 이미 시작되었고, 그것이 가진 부정적인 면도 있으나 잘만 방향을 잡고 사용한다면 인류에게 큰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2. 감상평 。。。。。。。

     최근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게 뭔가 싶어서 집어 든 책이다. 여러 항목들을 개략적으로 설명해 놓은 책이라 깊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주제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검토해보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약하면 급속도로 발전한 기술에 의해, 인간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시기, 혹은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인 듯하다. 물론 이전에도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점점 기술을 발전시켜 가면서 삶을 변화시켜 왔다. 농업과 증기기관, 컴퓨터 등이 그 주인공.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은 그 범위가 훨씬 더 넓고, 개인의 삶에 깊이 들어오는 특징이 있다. 진정한 유비쿼터스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 문제는 이런 특징 때문에 4차 산업혁명으로 나타날 변화들에는 한결같이 개인정보나 사생활의 유출이라는 우려점이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편리하게 신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개인에 최적화 된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 보관해야 하는데, 이게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놈의 손에 들어가면 좀 복잡해진다.

     단순히 귀찮을 정도로 따라오는 광고 수준이라면 또 다른 기술로 차단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대부분의 정보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해 축적되고 확인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가 위조, 조작된다는 건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가 관건 중 하나인 듯한데, 책 속에 그 답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기술이 주는 편리함만을 누릴 수는 없다. 기술이 가져오는 부작용과 불편함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다보니, 편리함과 부작용을 놓고 그것을 채택할지 말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져 버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즉각적인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으로 인간이 몰리는 것.(좀 아이러니하다. 인간이 만든 기술에 의해 인간이 쫓겨 다니는 상황. 이미 우리는 터미네이터의 시대를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이건 좀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적 경험에 따르면, 한두 번이야 생각하지 않고 반응만 하더라도 썩 나쁘지 않은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열 번, 스무 번 반복되는데도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치게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니던가.(로또는 겨우 여섯 번 그런 선택을 기대하는 소박한심리에 기댄 도박이다)

     책 속에는 수많은 부작용, 염려되는 점에 관한 언급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 우려점이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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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히노 에이타로 지음, 이소담 옮김, 양경수 그림 / 오우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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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오늘날 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사람들, 특히 직원, 노동자들의 사고 속에 뿌리박혀 있다고 주장한다. 일이라는 것은 보다 위대하고 웅장한 목적을 위해 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얻는 보람이야말로 최고의 보상이고, 금전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는 것.

 

     이런 의식은 결국 노동자들을 사용하는 고용주들이 좋아할 내용이지 노동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생각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내면화 될 때, 사축(社畜)이 되고 만다. 사축이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한없이 일만하는 노동자들을 회사에서 키우는 짐승(가축에서 한 글자만 바꾼 말)에 빗댄 것.

 

     사축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회사와 나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그럴 때에 자신을 회사에 종속된 무엇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 감상평 。。。。。。。

 

     ​재미있는 제목과 소위 병맛물씬 풍기는 표지 및 속지 삽화들이 인상적인 책. 내용 자체도, 주장하는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아 술술 읽힌다. 좀 직설적이긴 하지만, 내용 역시, 회사에 노예가 되지 말고,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라는 메시지로, 꽤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서글프기도 하다. 책에도 몇 번 설명되지만, 이런 책까지 나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종신고용에 대한 신화가 깨지고, 노동자들이 매우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불안한 상황 속에서 짓는 억지 미소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

 

 

 

 

     당연한 것(유급휴가, 야근수당)을 당연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는 비정상이고, 이런 비정상이 일반화되는 사회는 반드시 자체 모순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런 체제를 설계하고 유지시키는 기득권층들은, 현 상황을 바꿀 의지가 없다. 근본적인 해결은 체제 자체의 모순을 해소해내는 것이지만, 우리 같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 일은 지나치게 크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현 체제 안에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그것도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아내면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 때문인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들도 많이 작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네 인생이 저 위에서 보면 다들 그렇게 작은 것을. 일단은 살길을 찾아서, 최대한 나를 보호하고, 할 수 있다면,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더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가볍게 한 번 볼만한 책이다. 너무 자조하면서 책장을 넘기진 말자.

 

 

. 회사와 나 사이의 정서적 분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비단 노사관계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연인 간의 분리, 부모와 자식 간의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기형적 관계가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면 이 정서적 분리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성적이 떨어졌다고, 연인과 헤어졌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부분에서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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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아프리카 - 뜨겁게 부상하는 기회의 대륙, 왜 지금 아프리카에 주목해야 하는가
제이크 브라이트.오브리 흐루비 지음, 이영래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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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아프리카의 모습은 늘 기근에 시달리며 만성적인 가난과 비위생적인 삶, 끊임없는 내전과 독재의 땅이라는 이미지다. 실제로 언론들에서 보도되는 모습이 그러하니까. 하지만 이 책을 쓴 두 명의 공저자는 오랫동안 아프리카와 관련된 일을 해 오면서, 오늘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얼마나 급속히 발전중인지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물론 여전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여러 장애물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에서 특히 집고 있는 것은 부족한 기반 시설(전력, 도로, 철도, 통신 등) 문제다. (의외로 부패나 내전과 같은 치안상황은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듯) 하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으로 쓰인 책답게, 이런 문제들도 가까운 시일 안에 곧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2. 감상평 。。。。。。。

 

     ​아프리카의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서는 아니고,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아프리카가 꽤나 유망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물론 나한테 아프리카와 관련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새로 구성할 수 있을 만큼 자금의 여유가 있는 건 아니고, 내 경우엔 그저 이 지역에 관한 최신의 정보를 상식선에서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책을 들었다.

 

 

     책 초반부에 소개되고 있는 여러 아프리카국가들의 발전상은 아프리카가 이 정도였어?’ 하는 놀람의 연속이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2015GDP 성장률 예측치(이 책은 2015년 출판된 책)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무려 8.4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위인 에티오피아(8.46), 3위인 모잠비크(8.16%)8%대의 높은 성장률이 예측되고 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저개발국가라 가능한 성장률 수치이긴 하지만, 1년에 8%13년이면 경제규모가 두 배로 성장한다는 말이다. 쉽게 볼 수치는 아니다.

 

 

 

 

     또, UN2020년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인구 백 만이 넘는 도시가 57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유럽과 동일한 숫자라고 한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는 곧 엄청난 수의 소비자 증가를 의미하고, 이런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크고 작은 산업들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온전히 경제적인 부분에만, 그것도 긍정적인 비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부정의와 부패, 그리고 여전히 심각한 빈곤 등은 지나치게 축소되어 있다. 아프리카에 관한 기존의 편견을 보완해 주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또 한 편으로 다른 편견을 심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확실히 아프리카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갖게 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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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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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책은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정치, 경제, 교육, 각종 사회문제의 대부분에 도덕의 자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여러 예들을 통해 보여준다. 2부는 본격적으로 정치철학을 다루는 부분으로, 특별히 미국 정치의 역사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고수해 온 정치철학이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와 함께 설명한다. 3부는 이 책의 주장이 담겨 있는 부분으로, 공공의 영역에 공동체의 덕성을 함양시킬 수 있는 도덕의 가치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제안이 담겨 있다.

 

 

2. 감상평 。。。。。。。

     한때 도덕이 철저하게 사회적 산물 정도로만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계몽주의의 오래된 물로 세례를 받은 이들은 여전히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고, 도덕조차도 단지 진화의 과정에서 우연히(진화는 철저히 우연적이다) 발생한 것으로, 따라서 임의적이고 잠재적인 무엇으로 여기는 것이 고상한 견해인 양 세뇌시키려 애를 썼다.

     이 책의 저자인 샌델은 이런 태도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립성에 대한 신화적 사고에 기인한 그런 태도는, 보수와 진보 양편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오늘날 보는 것과 같은 공동체의 해체, 심각한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는 (조정할 수 있는 논리 자체가 없으니까) 공적 권력들, 그리고 무엇보다 도덕적 권위가 무너진 틈을 타 세력을 넓힌 무제한적 경제 권력들이라는 것.(개인적으론 도덕의 상실과 경제적 힘의 부상을 연결 짓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샌델만큼 과감하게 도덕과 종교의 자리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는 학자를 아직 보지 못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그가 말하는 도덕의 가치가 그 자체의 권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위한 방안으로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도덕의 실제적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가지는 중요성을 제시하는 방식은 꽤나 설득력 있다. 게다가 옳음좋음에 관한 저자의 판단(좋음이 옳음에 우선한다)을 통해 유추해 보면, 샌델 역시 도덕이 가지는 좀 더 높은 수준의 권위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치에 있어서, 그리고 공동체에 있어서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센댈의 입장은, 인의도, 신의도, 최소한의 정직에 대한 의지조차 없는 최고통수권자와 그 패거리들에 익숙해진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시의적절한 메시지다. 도덕이 무시되고 밀려난 자리에는 철저하게 돈의 논리만 들어와 있음은, 최근의 홍만표 사건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적어도 우리네의 현실은 좀 더 암담한 것 같다. 어디를 둘러봐도 도덕이나 윤리가 가진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잔혹한 현실에 당황하고 있지만, 문제가 되는 상황 자체를 해결할 근본적인 노력에는 쉽게 뛰어들지 않는다. 자신이 현실로부터 탈락할까 두려운 탓이다. 그러는 새 서서히 공동체는 와해되고 있고, 지역에 따라, 성별에 따라, 세대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고 찢어진다.

     해법은 쉽지 않다. 사실 센댈 자신도 도덕의 유용성, 나아가 도덕의 가치를 주장할 뿐 어떻게 그것을 활성화시키고 강화할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 않으니까. 다만 커다란 눈덩이도 시작은 조막만한 덩어리에서 시작하는 법이니, 우선은 분명한 도덕적 가치를 중심으로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물론 이것이 단순히 또 다른 파벌이 되지 않도록 지향을 분명히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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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 공정한 한국사회를 위한, 김영란.김두식의 제안
김영란.김두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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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대법관을 역임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그 유명한 김영란 법을 제안한 김영란 교수와 우리 사회 곳곳의 감춰진 치부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두식 교수가 한 자리에 만나 대화를 시작했다. 김영란 전 위원장의 제의로 시작된 이 대화의 주제는 부패 방지허헛. 이런 조합에 이런 주제라면 뭔가 나올 것 같지 않은가?

 

     목차만 봐도 우리 사회의 굵직한 문제들을 다양하게 망라하고 있다. 권력형 부패와 정치자금, 공수처와 상설특검 등등. 대법관, 권익위원장 등 법과 관련된 직책을 오랫동안 수행해 온 김영란 위원장답게, 대담하는 내용마다 깊이 있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는 이 뿌리 깊은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김 전 위원장 나름대로의 대안이었던 김영란 법에 관한 설명까지 나와서, 최근 논쟁의 주제였던 이 법이 지향하는 바와 반대자들에 대한 김영란 자신의 생각까지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준다.

 

 

2. 감상평 。。。。。。。

 

     얼마 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한참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김영란 법을 발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이름이 들어간 책이라 골라 들었다. 이 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이 시행되면 당장에 나라 경제가 마비될 것처럼 호들갑이지만, 누구 말마따나 이 나라가 뇌물로 유지되는 나라라는 말인 건지.(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오죽하면 그런 법까지 만들어서 청탁과 뇌물의 고리를 끊으려고 했을까.

 

     김 전 위원장은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서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대신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애초에 제도적이고 의식적인 장치를 만들어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 부패의 사슬을 끊는 데에는 청탁과 청탁으로 이어지기 쉬운 스폰서 행위와 뇌물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

 

 

     군에 있는 동안 이런저런 경험이 많았지만, 한 번은 술자리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술 안 마시는 나를 부르지 않는데, 그 날은 무슨 날이었는지 회식에 굳이 나를 불렀다. 1차로 식사를 하고 2차로 노래방에 갔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얼근히 취해있는 상태가 되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스폰서에 관한 내용이었다.

 

     군 생활을 어느 정도 하다보면 대충 누가 진급해서 장기복무를 하게 될지가 보이는데, 그렇게 장기 대상자가 2차 중대장 정도 할 때 즈음이면, 부대관리 조로(주로 부대원들에게 밥을 사주거나 회식 같은 것을 하라고) 몇 십 만원씩 스폰서가 생긴다는 이야기다.(물론 내 손에는 그런 게 들어와 본적이 없다.)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기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 얼마나 이런 스폰서문화가 깊게 퍼져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물론 억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과도한 규제라고 항변할 수도 있고. 돈을 받아서 나쁜 데 쓴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뇌물과 선물, 청탁과 순수한 지원 사이의 구분을 누가 정확히 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뇌물과 청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이 급하면 과거에 오고갔던 것들의 성격도 변할 수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모두가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공평한 세상은 되어야 사람들이 의욕을 갖고 살지 않을까. 그 최소한의 장치가 김영란 법인 것이고. 책에도 여러 차례 강조하듯이, 이 법은 처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정이라는 특별한 힘으로 움직이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누군가가 주는 것을 사양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 법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법이 이러니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사양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해 주려는 목적도 있다.

 

     쉽진 않겠지만, 부디 이 나라가 한 걸음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이 일은 여의도에서 법을 몇 개 만든다고 이뤄질 일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이 책에서 나누는 식의 이야기들을 시작하고, 그것이 이 사회를 끌어가는 하나의 조류가 될 때 비로소 다같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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