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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 공정한 한국사회를 위한, 김영란.김두식의 제안
김영란.김두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평점 :
1.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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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을 역임하고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그 유명한 ‘김영란
법’을
제안한 김영란 교수와 우리 사회 곳곳의 감춰진 치부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두식 교수가 한 자리에 만나 대화를
시작했다. 김영란
전 위원장의 제의로 시작된 이 대화의 주제는 ‘부패
방지’ 허헛. 이런
조합에 이런 주제라면 뭔가 나올 것 같지 않은가?
목차만 봐도 우리 사회의 굵직한 문제들을 다양하게 망라하고 있다. 권력형
부패와 정치자금, 공수처와
상설특검 등등. 대법관, 권익위원장
등 법과 관련된 직책을 오랫동안 수행해 온 김영란 위원장답게, 대담하는
내용마다 깊이 있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리고 책 후반부에는 이 뿌리 깊은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김 전 위원장 나름대로의 대안이었던 ‘김영란
법’에
관한 설명까지 나와서, 최근
논쟁의 주제였던 이 법이 지향하는 바와 반대자들에 대한 김영란 자신의 생각까지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준다.
2.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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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한참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김영란
법’을
발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이름이 들어간 책이라 골라 들었다. 이
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이 시행되면 당장에 나라 경제가 마비될 것처럼 호들갑이지만, 누구
말마따나 이 나라가 뇌물로 유지되는 나라라는 말인 건지.(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오죽하면
그런 법까지 만들어서 청탁과 뇌물의 고리를 끊으려고 했을까.
김 전 위원장은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서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대신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애초에 제도적이고 의식적인 장치를 만들어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 부패의 사슬을 끊는 데에는 청탁과 청탁으로 이어지기 쉬운 스폰서 행위와 뇌물 자체를 봉쇄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
군에 있는 동안 이런저런 경험이 많았지만, 한
번은 술자리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술 안 마시는 나를 부르지 않는데, 그
날은 무슨 날이었는지 회식에 굳이 나를 불렀다. 1차로
식사를 하고 2차로
노래방에 갔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얼근히 취해있는 상태가 되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스폰서에 관한 내용이었다.
군 생활을 어느 정도 하다보면 대충 누가 진급해서 장기복무를 하게 될지가 보이는데, 그렇게
장기 대상자가 2차
중대장 정도 할 때 즈음이면, 부대관리
조로(주로
부대원들에게 밥을 사주거나 회식 같은 것을 하라고) 몇
십 만원씩 스폰서가 생긴다는 이야기다.(물론
내 손에는 그런 게 들어와 본적이 없다.)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기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
얼마나 이런 스폰서문화가 깊게 퍼져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물론 억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과도한
규제라고 항변할 수도 있고. 돈을
받아서 나쁜 데 쓴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뇌물과 선물, 청탁과
순수한 지원 사이의 구분을 누가 정확히 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뇌물과 청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이
급하면 과거에 오고갔던 것들의 성격도 변할 수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모두가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어느 정도 공평한 세상은 되어야 사람들이 의욕을 갖고 살지 않을까. 그
최소한의 장치가 김영란 법인 것이고. 책에도
여러 차례 강조하듯이, 이
법은 처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정이라는
특별한 힘으로 움직이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누군가가
주는 것을 사양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란 법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법이
이러니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사양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해 주려는 목적도 있다.
쉽진 않겠지만, 부디
이 나라가 한 걸음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이
일은 여의도에서 법을 몇 개 만든다고 이뤄질 일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이
책에서 나누는 식의 이야기들을 시작하고, 그것이
이 사회를 끌어가는 하나의 조류가 될 때 비로소 다같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